문병준-규제완화, 노동유연성 제고 시급하다


동문기고 문병준-규제완화, 노동유연성 제고 시급하다

작성일 2007-05-11

<포럼> 규제완화, 노동유연성 제고 시급하다                 

- 문병준 / 경희대 교수·경영학 -
 
연초 대통령의 국정연설에서 경제와 경기를 구분할 필요가 있다 는 언급이 있었다. 경제란 물질적 재화의 생산, 분배, 소비행위 의 유통 과정 및 그것을 통해 형성되는 사람과 사람 간의 사회관 계 등 일체의 활동이라고 정의된다. 한편, 경기는 경제 전체의 활동 수준이 증대하거나 수축하는 형편으로 정의된다. 따라서 양 자는 개념적으로 분명히 구분된다. 그런데 일반 국민의 민생과 직 결되는 경제 문제는 우선 먹고 사는 문제, 즉 취업과 장사다. 다 름 아닌 경기 문제와 직결돼 있는 것이다.
최근 들어 산업 생산과 투자 증가세가 둔해지는 등 경제가 활력 을 잃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이의 회복을 도모하는 정책이 절실 한 상황이다. 흔히 경기를 논하다 보면 정부 기관에서 발표하는 지표경기와 국민이 느끼는 체감경기가 다르다. 또는 지표경기는 좋은데 체감경기는 나쁘다는 등의 이야기를 하곤 한다. 그런데 지금은 지표경기와 체감경기가 모두 나빠 더욱 우려스러운 상황이 다.

며칠 전 통계청이 발표한 경기지표를 보면 지난해 12월 현재의 경기를 보여주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가 전월 대비 0.2포인트 떨 어져 지난해 8월 이후 유지돼온 증가세가 꺾이기 시작했다. 생산 활동을 나타내는 산업생산지수도 전월보다 3.9% 떨어져 11월 이 후의 하락세가 이어졌고, 전년 동월비 증가율은 2.3%에 머물렀다 . 산업생산지수의 전년 동월비 증감률은 2004년중 평균 10.2%, 20 05년중 6.3%, 2006년중 9.4%임을 감안하면 이는 매우 낮은 수준 이다.

설비투자도 전년 동월비 2.1% 증가에 그쳐 10월 이후의 증가세 둔화가 가속화하고 있다. 참고로 설비투자의 전년 동월비 증감률 은 2004년중 평균 1.4%, 2005년중 3.4%, 2006년중 5.6%임을 감안 하면 이 역시 저조한 수준이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경제성장률을 보더라도 지난해 1분기를 정점으로 성장세가 하향곡선을 나타내 고 있고, 4분기에는 성장의 주력 엔진인 수출마저 줄어 앞으로의 전망을 어둡게 한다.

체감경기는 더욱 저조하다. 유통업체가 연초에 실시하는 첫 세일 이 흔히 그해 소비심리를 보여주는 단서가 되는데, 며칠 전 끝난 백화점들의 정기세일 실적이 2%대의 저조한 신장을 보여 올해 경기가 더 어려워질 것으로 예측된다. 또 한국자동차공업협회에 따르면 10년 이상 된 노령차가 2000년에 20대 중 1대였던 데 비 해 2006년에는 4대 중 1대로 나타났다. 경기침체로 자동차의 노령 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경기 부진이 지속되는 것은 무엇보다 기업이 투자를 확대하지 않 고 새 사업에 진출하지 않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를 초래한 원인 으로는 정치·법률적 환경 측면에서 무엇보다 정부의 지나친 규 제와 노조의 자기 이익 고수, 경제적 환경 측면에서 내수 부진과 환율 하락을 지적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가운데 내수부진은 경 기의 결정변수이면서 동시에 결과변수 요인이기도 하고, 환율 하 락은 대외 여건으로 우리가 통제하기 어려운 요인이다. 따라서 정부는 지금이야말로 규제 완화와 노사관계 개선으로 경제 활력 회복에 주력해야 할 시점이다.

하이닉스의 공장 설립 허가 문제에서 보듯이 환경보호 조치를 보 완, 강화하면서 수도권 공장 설립 규제를 과감히 철폐할 필요가 있다. 경제력 집중 완화라는 순기능은 상실되고 투자를 가로막는 역기능이 더 큰 출자총액제한제도도 철폐함으로써 경제의 활력 을 견인할 수 있도록 북돋우는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 노조가 계속 자기 이익 지키기에 연연한다면 모두가 공멸한다는 국민적 공감대를 정부가 앞장서서 조성함으로써 노사가 서로 존중하는 가운데 상생할 수 있도록 정책적 이니셔티브를 취하는 것이 절실 하다.

[문화일보 2007-0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