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기고
장성구-[국민논단―장성구] 인식과 대응
[국민논단―장성구] 인식과 대응
- 장성구(의학 71) / 경희대 교수·의학전문 대학원 -
인체의 면역체계는 인간의 생명현상을 유지하는 데 있어서 필수불가결의 기능적 구조다. 인체 면역체계를 완전히 이해하기까지는 아직도 많은 연구가 뒤따라야 하지만,최근 몇 년 사이 미증유의 발전을 하였다. 의사들은 주위 사람들로부터 암이 왜 생기는지에 관한 질문을 많이 받는다. 그런데 확실한 대답을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미래의 어느날 의사들 입에서 거침없이 정확한 대답이 나오기를 기대한다. 인간의 질병은 원인이 밝혀지면 가까운 장래에 확실한 치료법이 밝혀지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밝혀진 암과 면역체계의 관계에서 우리는 암 예방과 치료의 가능성을 점쳐볼 수 있다.
인체는 매일 매일 한순간도 빠짐없이 외부로부터 무수히 많은 침해를 받는다. 그것이 세균일 수도 있고,바이러스일 수도 있고 또 발암물질일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가 이 침입자들로부터 보호받고 살아갈수 있는 것은 인체 면역체계의 반응에 의하여 이 침입자들을 항원(침입자)으로 인식하여 이들에 대항할 수 있는 항체를 끊임없이 생산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것을 우리는 면역감시 체계라고 한다. 발암물질에 의하여 암을 발생시키는 항원을 면역체계가 인식하면 곧 항체를 형성하여 파괴시켜버리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발암물질의 공격에도 우리가 견디어 낼 수 있는 대응이다.
그러나 어떤 이유,즉 항원을 인식하는 기능에 문제가 생기든,항체를 만들어내는 과정에 문제가 발생하든,암의 생성을 억제하는 유전자의 돌연변이가 원인이 되든간에 우리의 면역감시 체계가 외부로부터 침입한 적을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인체는 암이라는 독버섯의 온상이 되어 치명적인 병에 걸리는 것이다.
우리는 인류의 역사 속에서 또는 과거 우리의 역사 속에서 수많은 나라들의 부침을 잘 알고 있다. 돌이켜보면 한 국가의 흥망성쇠는 시대적 상황의 인식과 대응의 방향에 따라 결정되었다. 로마제국은 어떻게 멸망하였고,칭기즈칸의 몽고제국은 왜 멸망하였는지? 세계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고도 남음이 있을 천년사직의 신라는 왜 그리되었는지? 그렇게도 강성하였던 900년 고구려는 왜 스스로 무너졌는지?
동양철학에서 인체는 소우주(우주의 축소판)라고 한다. 인체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은 우주의 현상 또는 한 국가사회에서 일어나는 일과 같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인체의 면역체계가 외부적인 상황에 대한 인식과 대응에 실패하였을 때 한 인간이 죽음에 이르는 것이나,한 국가사회가 대내외적인 변화를 인식하지 못했을 때 어떤 대응책도 마련하지 못한 채 멸망의 길로 가는 것은 똑 같은 논리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과거 10여 성상을 시대착오적인 이념분쟁과 흑백논리에 휩싸여 스스로를 병들게하여 왔다. 이런 현상은 이 시대의 주인이 되고자 매우 빠른 속도로 발전하여가고 있는 선진 외국 그 어느 나라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구시대 유령의 부활과도 같은 일이다. 이렇게 국력 소모적인 허우적거림은 우리 국가사회의 미래를 위한 인식과 대응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반드시 재고되어야 하고 우선적으로 해결하여야 할 문제점이다.
[국민일보 2007-01-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