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기고
안재욱-시장경제로 돌아가라
[시론/안재욱] 시장경제로 돌아가라
- 안재욱(경제 75/28회) / 경희대 교수·경제학 -
‘도자기 가게에 뛰어든 황소’라는 영어 속담이 있다. 도자기 가게에 들어와 이리 뛰고 저리 뛰는 황소를 생각하면 무슨 뜻인지 감이 온다. 지난 4년간의 참여정부 경제정책을 보고 있으면 도자기 가게에 뛰어든 황소가 떠오른다.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킨다면서 행정중심복합도시 등 지역균형 발전 계획과 저금리 정책을 고수해 오히려 부동산 가격을 폭등시켰고, 일자리 창출을 목표로 하면서 지난해 말 비정규직 보호 법안을 통과시켜 오히려 비정규직 고용이 감소되도록 했다.
좌충우돌 정책의 초라한 성적표
이뿐만이 아니다. 기업의 투자 활성화를 위해 규제를 완화하겠다고 하면서도 출자총액제한제도 유지, 수도권 투자 규제, 과도한 노동자 보호, 이중대표소송 및 집행임원제 등의 상법 개정안 도입, 적대적 인수합병(M&A)에의 노출 등 기업의 투자를 옥죄고 기업가 정신의 발현을 막는 제도와 환경을 만들어 기업의 투자를 막았다. 또 과다한 복지 지출 확대로 정부의 재정적자가 눈 덩이처럼 불어나 정부가 계획한 복지제도가 지속 가능한지 의문시되는 형편이다.
누더기식 경제정책은 경제를 침체시켰고 국민을 불안하게 만들었다. 지난 4년간 평균 경제성장률은 4.2%로 홍콩이나 싱가포르 등 경쟁국이 기록한 6∼7%대의 성장률은 물론 정부가 추정하는 잠재성장률인 5%에도 못 미친다. 국민은 국내에서 소비하기보다는 해외로 나가 소비를 했고, 기업 역시 국내에 투자하기보다는 외국으로 투자처를 옮겼다. 실업이 감소할 줄을 모르고 청년실업 문제는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누더기식 경제정책의 남발은 정부의 준비 부족과 조급증에서 비롯됐다. 갑작스럽게 정권을 잡은 386 실세와 정치인들은 경제를 잘 몰랐다. 시장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가격이 어떤 기능을 하는지, 기업의 역할이 무엇인지, 또 정부는 시장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지 못했다. 그들은 정부 부처의 곳곳에 자리를 잡은 후 민주화운동을 하면서 배운 철 지나고 실패한 사회주의 이론의 끝자락을 붙잡고, 자신들이 서로 유능함을 보여 주려는 욕심에 경쟁적으로 정책을 쏟아 냈다.
자유로운 경제활동을 통해 경제 참가자가 모두 이익을 얻는다는 윈윈의 시장경제 이론과는 달리 사회주의 이론은 기본적으로 ‘한 사람의 이익은 다른 사람의 손해며, 다른 사람의 희생 없이는 누구도 이익을 얻지 못한다’는 아이디어에 기초한다. 여기에 바탕을 둔 정책은 항상 구성원 간의 갈등을 조장하고 사회를 불안하게 만들 뿐이다. 사회주의를 채택한 나라와 정부가 경제문제의 세세한 부분까지 규제하고 간섭하는 국가의 면면을 보면 알 수 있다. 과거의 소련, 동유럽 국가, 일부 사회주의를 받아들여 복지국가로 갔던 북유럽 국가와 과거의 영국, 아르헨티나 등 예외가 없었다.
부동산-기업 규제완화가 살길
지금의 혼란스럽고 침체된 경제를 살리는 길은 단 하나뿐이다. 시장경제를 활성화한다는 뚜렷한 목표를 세우고 일관성 있게 추진하는 길이다. 가격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분명하게 인식해 분양원가 공개와 제한 같은 가격규제는 하지 말아야 하고, 시장이 작동하는 원리를 이해해 부동산에 가해진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 또 기업에 대한 규제 완화와 노사분규에 대한 원칙적 조치 등으로 기업 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기업 투자를 활성화해야 한다.
이 일은 국정 최고책임자인 대통령의 몫이다. 대통령이 이런 마인드를 갖고 추진하지 않는다면 실현되기 어렵다. 임기가 비록 얼마 남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다음 정권에 넘겨주기 위한 기초 작업을 할 시간은 있다. 시장경제에서 멀어진 결과로 국가 경쟁력이 약화되고 침체된 영국을 건져 올린 마거릿 대처 총리를 모델로 삼으면 된다.
[동아일보 2007-01-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