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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현-보는 신문과 읽는 신문
[옴부즈맨 칼럼―백승현] 보는 신문과 읽는 신문
- 백승현(정외 72/24회) / 경희대 정치학 교수· 본보 편집자문위원 -
국민일보는 내부 면에까지 컬러 인쇄를 도입하는데 있어 국내 일간지 중 가장 먼저 이를 결행한 주자였다. 그런 연고로 국민일보는 면마다 사진이나 그림을 실어 눈으로 볼 만한 것을 많이 제공해준다. 또 모든 사진이 천연색이므로 사진 선명도 등에서 여타 신문에 비해 훨씬 돋보이는 점을 발견할 수 있다.
사진과 그림은 글에 비해 전달력이 매우 빠르고 높기 때문에 사진 등의 처리에 노하우를 축적한 국민일보는 독자들에게 감성적 터치가 비교적 강한 신문으로 각인되고 있다. IT 산업 발달에 따른 영상매체의 범람과 인쇄매체의 쇠퇴 전망이라는 시대적 추세에 비춰 ‘보는 신문’을 지향해온 국민일보의 이런 대응은 한편으로 시의적절할 뿐 아니라 새로운 세대의 독자들을 겨냥한 점에서 미래지향적으로 한 발 앞선 행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열독자(熱讀者)층이 다른 신문에 비해 두터운 편인 대다수 국민일보 독자의 취향과 선호에 ‘보는 신문’ 지향 전략이 과연 적절한지에 대해선 심도 있게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해외 거주 중이던 창간 초기 1년을 제외하고 17년간 일관된 열독자임을 자부하는 필자의 생각으로는,국민일보 독자 대다수는 ‘보는’ 신문보다 ‘읽는’ 신문에 더 익숙한 편이 아닌가 싶다.
국민일보 열독자 중에는 성경 읽기와 책 읽기 습성이 몸에 밴 분이 많을 것으로 짐작되는데,그런 독자들에겐 눈으로 보기보다 머리와 가슴으로 읽기가 훨씬 더 친숙하고 취향에도 맞을 것이다. 미학적 관점에서 볼 때 국민일보의 지면 구성은 대체로 수준급임을 인정할 만하지만 읽기 습성이 강한 열독자의 관점에서 보면 사진이나 그림의 크기가 너무 크고 때로 불필요해보일 때가 있다. “개헌 상관 없이 임기단축 없다”(1월12일자)는 노무현 대통령 정국현안 기자간담회 기사에서 그의 사진을 1,3면에 걸쳐 여섯 장이나 실은 일이나,“일제시대 생활상 담은 도서·사진 2만점 공개”(1월16일자) 기사에서 역시 1,3면에 관련 사진 다섯 장을 큼지막하게 실은 일이 그 단적인 예다.
미래지향적 안목에서 시도한 지면 구성임에도 불구하고 짜임새 있게 꽉 찬 듯한 느낌을 주지 못하는 지면이 종종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다른 신문들에 비해 한 단 정도 폭이 좁은 선진국형 작은 사이즈 지면에,더욱이 면수도 소위 메이저 신문들에 비해 적은 만큼 미학적 미래지향적으로 ‘보는’ 신문을 지향하기보다 우선 수적으로 더 많은 기사를 담음으로써 읽을 게 많은 신문을 만들어줄 것을 주문하고 싶다. 질적으로도 심층분석 기사들을 적절히 실음으로써 각 지면의 기사함유 충실지수를 높이는 게 필요하다. 2,3개면에 걸쳐 동일 기사가 다뤄질 때 과다한 지면 배당으로 여겨지는 경우도 종종 발견된다.
여하튼 이 같은 요구와 기대는 당연히 기자 인력과 같은 인적 자원 증대 문제로 귀결될 것이다. 그러나 굳이 다른 신문을 안 보더라도 그날의 뉴스를 국민일보 읽기만으로 충분히 섭취할 수 있는 그런 신문을 제공해줄 수 있다면 그것이 바로 열독자들의 열정과 일체감에 대해 보답하고,국민일보가 더욱 발전할 수 있는 길이라는 점에서 그 문제도 깊이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열독자라 할지라도 국민일보 외에 다른 신문을 1차적으로 구독하면서 2차로 국민일보를 구독한다면 그 독자의 열독은 불완전한 것일 수밖에 없다. 국민일보가 지향해야 할 목표점은 국민일보만 읽어도 다른 대안지를 굳이 찾을 필요 없을 만큼 독자들이 1차지(一次紙)로서 찾게 되는 그런 모습이어야 한다. 그것이 바로 많은 그리고 꾸준한 크리스천 열독자들의 기대와 성원에 부응하는 길이다.
[국민일보 2007-0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