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기고
이성근-1·11 부동산대책 ‘허점’은 없나
[시론] 1·11 부동산대책 ‘허점’은 없나
- 이성근 / 경희대교수·부동산학 -
참여정부의 9번째 부동산 대책인 ‘1·11 대책’의 주요 내용은 분양가 인하 수단인 원가공개를 민간아파트까지 해야 하며, 투기지역에서의 주택담보대출이 1인 1건에 제한되도록 하는 것이다. 이 제도로 국민들은 정말 부동산 가격 안정이 이루어질지 궁금해하며 혼란을 겪고 있다. 지나친 가계대출 위험을 줄여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지만, 각 은행들의 주택담보 유치를 위한 지나친 경쟁으로 인한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사전에 관계당국이 적절한 관리를 했어야 했다. 저금리로 시작된 부동산 금융위기는 갑자기 불거진 문제가 아니다. 돈줄 조이기 정책으로 비쳐지는 획일적인 규제가 저소득층 무주택자들에게 내집마련 기회를 더욱 어렵게 만들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원가공개’제대로 해야-
1999년 이후 시장에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가던 분양가 자율화는 이제 마감되었다. 원가공개를 하면 과연 얼마나 집값이 떨어지고 안정이 지속될 것인가. 그동안 모든 국민이 지나친 부동산 가격광풍에 대해 가격인하를 바라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원가공개 의미는 진정한 원가가 공개되는 것이 아니라 특정한 항목에 대한 가격조정이 이루어져 공개되는 실정이다. 원가공개는 주택공급 축소의 역기능도 가지고 있다. 한 예로 택지비 가격을 산정할 때, 택지원가가 아니라 시세를 고려한 감정가가 기준이 아닌가? 원가공개를 하려면 제대로 된 공개를 해야 한다.
2006년 11월 말까지 은행 및 제2금융권 주택담보대출이 275조에 달했다. 지나친 가계대출 위기관리 차원에서 적절한 규제도 필요하지만 관계 부처가 소득에 대한 정확한 개인 자료들이 얼마나 준비되어 있는지 자세히 점검하여야 한다. 선진국에서도 정확한 소득을 확인하기 위해서 은행권의 개인구좌를 가능한 한 두 개 통장을 갖도록 규제하고 있다. 예컨대 투명성과 정보 신용관리 차원에서 개인이 수많은 개인 구좌를 소유하지 않도록 사전에 규제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현실은 많은 구좌를 보유하여도 되는 실정이다
대출규제 지표를 현재 총부채상환비율(DTI)과 주택담보비율(LTV)로 국한하지 말고 지역정서에 맞게 탄력적으로 대응하여야 피해를 줄일 수 있다. 소득신고가 불투명한 자영업자와 사회초년병, 미래의 창업자인 경우 미래의 소득원은 있으나 입증하기 어려운 경우 어떻게 대출을 받아야 하는지, 오로지 현재 시점의 소득만 가지고 대출의 기준을 삼으면 여러 가지 문제점이 있을 수 있다. 한 예로 만기 15년으로 고정금리 5.77%인 경우, 연소득 3,000만원(정년 잔여기간 20년)이면 대출액은 1억2,000만원이다. 하지만 연소득 1억원(정년 잔여기간 1년)이면 대출액이 4억이 된다. 하나의 대안책으로 대출규제를 강화하더라도 지역과 주택수에 따른 가중치를 두어 1주택 실수요자, 서민층에게는 담보 기준 위주로 주택담보대출을 상향 조정해 주거나 우대금리를 적용하는 방안도 연구되어야 한다.
-정책 실험장 되선 안돼-
서민 주거복지를 위하여 지역의 공공부분에서 정부는 분양 원가를 공개하고 소형 아파트와 장기 임대아파트 공급에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임대아파트 임대료 인상에 대한 분쟁사건을 줄이고 사후관리를 철저히 하면 된다. 하지만 민간부분에 정부가 지나치게 개입하면 오히려 부작용만 야기시킬 수 있다. 부동산 정책의 시행착오를 통해 집값 안정이 몇 가지 규제와 새로운 개발계획을 가지고 해결하기에는 여러가지 어려움이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알고 있다. 1?11대책에 다가오는 봄 이사철 수요에 대비한 전?월세 가격상승 해결방안이 보다 더 서민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되어야 했다.
원가공개와 대출규제의 잦은 변경으로 국민들이 많은 기대와 더불어 혼선을 겪고 있으며 정책의 실험장이 되어서는 안된다. 대선을 앞두고 표를 의식한 경쟁적인 정책개발보다 지역정서에 맞는 주거안정을 국민들은 바라고 있다.
[경향신문 2007-0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