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효백-중임제 개헌 서둘러야 하는 이유


동문기고 강효백-중임제 개헌 서둘러야 하는 이유

작성일 2007-05-02

[기고] 중임제 개헌 서둘러야 하는 이유             

- 강효백(법학 79/32회)/경희대 국제법무대학원 교수 -
 
연말에 새로운 대통령 당선자가 출현할 것이다. 그러나 누가 되더라도, 설령 세종대왕과 광개토대왕이 다시 태어난다 하더라도, 대통령 단임제의 현행 헌법 아래에서는 성공을 낙관하기 어렵다. 중임제 개헌을 서둘러야 한다. 그 이유를 들겠다.

첫째, 대통령제 특히 대통령 중(연)임제는 2006년 12월 현재 미국, 러시아 등 83개국이 채택하고 있는 세계 보편적 제도다. 단임제 국가는 한국, 필리핀, 레바논, 페루, 코스타리카, 멕시코, 파라과이, 볼리비아, 온두라스, 파나마, 칠레, 콜롬비아 등 12개국. 하나같이 정치후진국들뿐이다. 우리는 정치·경제·사회·문화 거의 모든 분야에서 미국의 것을 벤치마킹하면서도 초강대국 미국을 낳은 통치구조 시스템 중 최고 명품으로 평가받는 중임제는 왜 안 따르는지. 그와 거꾸로 1회성 정부가 펼치는 1회성 정책에 경제가 이리저리 흔들려온 후진국 약소국들 하고 왜 같은 멍에를 쓰고 있는지 그 이유를 모르겠다.

둘째, 21세기에 맞는 새 틀이 필요하다. 우리가 직선단임제를 실시한 지난 20년 동안 국제정세와 국민의식 수준은 경천동지의 대변화를 겪어왔다. 중국은 1982년 전면 개헌한 이래 헌법을 4번이나 뜯어 고쳐왔다. 일본도 국제 사회의 초강대국으로 부활하기 위하여 개헌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과 일본의 개헌 움직임은 21세기 변혁의 중심인 동북아에서 주도권을 잃지 않으려는 전략이다. 그런데 우리만 여전히 낡은 틀에 스스로 옭매여 있으려는가.

셋째, 레임덕을 최소화할 수 있다. “이래도 5년, 저래도 5년, 딱 한번 5년, 아무리 길어도 5년.” 단임제는 취임 당일부터 레임덕에 빠져들게 되는 (불량) 시스템이다. 임기 4~5년차에 이르면 대통령은 마치 대입수능을 망친 고3이 막연히 졸업식 이후를 기다리는 것처럼 잔여임기를 보내게 되는 현상의 악순환. 한 마디로 국가적 비극이다.

넷째, 안정적인 국정운영이 가능하다. 국정이 단막극도 아닌, 토막극 상황은 피할 수 있다. 중장기 국책사업의 수립과 지속적 추진이 활성화된다. 장기 집권의 역기능 한 가지 면만 피하려다 보니 우리 대통령 재임 가능 기간은 세계에서 두번째로 짧아졌다. 온두라스, 콜롬비아, 코스타리카는 4년 임기의 대통령 단임제다. 역설적으로 말해 박정희 전 대통령도 5년 단임이었다면 (각종 여론조사에서) 역대 최고 대통령으로 추앙받을 수 있겠는가. 다섯째, 중간평가가 가능하다. 미국의 대통령은 4년 임기 후 중임제를 통해 국민의 평가를 받게 하고 이전 정권에서 진행하던 것을 이어나갈 수 있게 한다. 현행 단임제는 대통령 임기를 1회로 제한함으로써 국정 최고책임자를 자유롭게 선택하고 유임시키는 국민의 기본권 침해 소지도 없지 않다. 늘 실패한 정권, 단절된 정권에 익숙해진 우리 국민에게 중임제 개헌은 새로운 활력소가 될 것이다.

여섯째, 개헌은 올해가 최적기이다. 대통령과 국회의원의 임기가 20년 만에 딱 한번 마주치게 되는 이번 기회를 놓쳐서는 안된다. 지금 우리의 처지가 밤하늘의 혜성을 기다리듯 또다시 20년을 기다릴 만큼 한가하지 않다. 정치일정상 개헌하기에 시간이 촉박한 것도 아니다. 현행 헌법도 초안 마련에서부터 국민투표 확정까지 3개월 만에 만들어진 것을 감안하면 시간은 충분하다.

[경향신문 2007-0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