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구-맞춤의학 시대


동문기고 장성구-맞춤의학 시대

작성일 2007-04-30

[전문가 시각―장성구] 맞춤의학 시대               

- 장성구(의학 71/25회) / 경희대 교수·의학전문대학원 -
 
지난해만큼 생명과학 분야의 연구성과가 문제가 되어 전 국민이 곤혹스러운 사태에 빠졌던 해는 없다고 생각한다. 문제의 발단은 가장 진실해야 할 과학적 연구의 결과에 거짓이 있었다는 것에 대한 힐책과,과학적 사실에 무지했던 국민들의 지나친 기대감 상실에 따른 정신적 공황 상태가 대결 양상을 보였다고 할 수 있다. 이로 인해 전 세계 생명과학계에서 한국 과학자들의 입지가 형편없이 좁아지고,나아가서는 눈총을 받아야 하는 사태까지 초래하였다.

이는 전문가 집단의 연구 결과에 대한 무책임한 과시적 부풀리기와 국민들의 군중 심리가 맞아 떨어진 사건으로 생각된다. 이렇게 위험한 일은 사실 이 순간에도 일어나고 있다. 어떤 사람이 농담으로 이런 말을 하였다. 바퀴벌레가 몸에 좋다면 전국적으로 한 마리의 바퀴벌레도 남아나지 않을 나라가 우리나라라고 말이다. 지나치게 자조적인 말이지만 한번쯤 되새겨 볼 만한 일이다.

음식은 맛있어서 먹는 것이지 성인병 예방에 좋아서 먹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어떤 특정한 음식을 소개하는 모든 종류의 매스컴에서는 그 음식이 성인병 예방에 좋고,암도 예방하며 남성들의 정력 증진에 효과가 있다고 천편일률적으로 토로하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이제는 소위 맞춤의학의 시대다. 같은 질병이라도 그 환자 개개인의 상황에 따라 예방과 치료법을 달리하는 일이다. 필자가 전공하고 있는 비뇨기 계통의 암 중에 전립선암이라는 질병이 있다. 이 질병을 예방하는 데 효과가 있다고 밝혀진 물질들을 예로 들어 본다면 비타민 E,마늘이나 땅콩 등에 많다는 셀레늄,토마토에 많이 함유되어 있다는 리코펜 등이다. 이러한 사실이 대중매체를 통해 공표가 되면 약국에서 비타민이 동이 나고,시장에서 마늘과 토마토가 동이 나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이제 이러한 사회적 현상은 과거 시대의 일이 되어야 한다. 새해에는 제발 이런 일이 없어졌으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서는 전문가들도 자제하여야 할 일이 많고,국민들도 정확한 정보와 냉철하고 이성적인 판단 속에 생활하는 습성이 필요하다. 이제는 맞춤의학의 시대라고 말했다. 다시 말해서 비타민 E가 전립선암 예방에 효과가 있다는 실험실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하더라도,임상적으로 좀 자세히 연구를 해보니까 사람들의 유전자 구조에 따라서 비타민 E가 예방 효과가 있는 사람이 있고,전혀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사실은 셀레늄이나 리코펜도 마찬가지다. 유전자적 구조가 달라서 전혀 효과가 없는 사람들은 공연히 남의 장단에 춤을 추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맞춤의학은 치료 의학에서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그리고 이러한 사실은 근거중심 의학으로 발전하는 것이다.

인체 유전자의 기능과 구조가 상당부분 밝혀지고 있다. 이러한 사실은 이제 인간 질병의 예방과 치료에 맞춤의학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시기가 좀더 가까이에 와 있음을 의미한다.

2007년 새해는 우리나라 의생명과학(의학과 생명과학) 분야가 획기적으로 발전하는 전환점이 되는 한 해가 되었으면 하는 부푼 기대를 해본다.

[국민일보 2007-0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