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기고
박기안-외국인 투자 늘리는 법
[경영에세이] 외국인 투자 늘리는 법
- 박기안 (경희대 경영대학원장) -
일찍이 처칠(W. Churchill)은 “민주주의만큼 무질서하고 낭비적이고 부패한 것은 없다.
그러나 그것을 대체할 만한 제도도 없다”고 말한 바 있다.
아무리 민주화의 물결이 넘쳐나는 시대라지만 우리 사회는 지금 도처에 무질서가 횡행하고 집단행동으로 말미암아 기회비용 낭비가 너무 심하다.
노사분규를 필두로 한 집단적인 시위가 빈번해져 생산의 차질이라는 가시적 결과뿐 아니라 국제적인 이미지나 신용도에 커다란 손해를 끼칠 것이 틀림없다.
한류 인기에다 IT 첨단기술 개발로 인해 한국의 이미지를 더욱 높일 수 있는 기회가 생겼는데도 이를 활용할 생각은 안 하고 쓸데없는 일에 시간을 낭비하는 것을 보면 안타깝기 그지없다.
사회 중심 세력이 주변 세력에게 계속 끌려가다가는 혼란과 혼미가 끊임없을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다 보니 일부 기업에서는 노사분규 미봉책에 급급한 나머지 효율성 원칙에 어긋난 임금 인상으로 노사문제를 해결하려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임시방편적인 조처는 단기적으로 효과가 있을지 몰라도 장기적으로 보면 커다란 불씨를 키우는 셈이다.
생산성을 초과한 노동임금 상승률은 크게 봐서는 시장경제의 효율성 원칙에 어긋나는 행위인 동시에, 기업 질서를 파괴하는 행위임으로 영원한 산업 평화를 전제할 수 없다.
이뿐 아니라, 극심한 노사대립은 외국인 투자를 가로막는 요인이다.
정부가 나서서 직접 노사문제 등 투자불안 요인을 점검하고 있는 나라가 많은데 한국은 그렇지 못하다는 견해를 가진 외국인이 많다.
우리나라의 외국인 투자 규모는 연간 110억달러로 GDP의 8% 정도다.
OECD 국가들의 평균 외국인 투자 규모인 22.7%의 3분의 1 수준이다.
게다가 투자매력도에 있어서도 뛰어난 점이 없다 보니, 노사분규 여파로 해외 자본의 한국 시장 이탈이 가시화되고 있는 현실이다.
올해 들어 9월까지 29억6000만달러 정도의 외국 자본이 유출됐다고 하니, 43억300만달러의 외국 자본이 순유입됐던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보면 노사분규가 한국 경제의 역동성을 해치는 주요한 원인임에 틀림없다.
노사 간 영리추구 목적이 생존의 영역을 벗어나게 되면 고질적인 이기심으로 변하기 쉬워서 결국 노사분규 원인이 된다.
따라서 노사관계 저변에는 고용자와 피고용자 간의 직업존중 정신이 있어야 한다.
고용자가 피고용자의 노동시간만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그의 기능과 기술, 혹은 이러한 것을 획득할 수 있는 능력 및 성실성을 대상으로 할 때 직업존중의 정신이 싹튼다.
성실성은 무엇보다도 타인과의 약속에 의하면 당연히 그들에게 귀속될 권리를 지켜주는 것을 뜻한다.
이것을 베버(Max Weber)는 정의의 법칙이라고 했다.
각 계층의 정당한 욕구는 타당하다고 보지만 각 계층이나 개인이 무제한적인 이기심을 발휘하면 사회는 파괴될 수밖에 없으며 따라서 이기심을 적당한 한도로 제한해야 하는 것이 바로 성실성의 발로라고 할 수 있다.
노사분규에서 경영권의 위기가 초래되지 않도록 노동자들은 기업에 대한 기본적 신의에 바탕을 둔 주인의식을 가지고 행동해야 한다.
정당한 대표권을 가진 기구를 만들어 행하는 대표권 행사에는 언제나 수긍한다는 전제 아래에, 합리적인 요구사항을 순차적으로 관철할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직장에 대한 책임의식 속에서 쟁의 행위 예고제를 둬 노사협상 기한을 미리 밝힌다든지, 특히 파업기간 중의 소득 감소를 분담할 각오가 있어야 한다.
결국 “누구든지 자기의 유익(有益)을 구하지 말고 남의 유익(有益)을 구하라”는 말처럼 먼저 상대방을 생각하고 양보하는 풍토에서만이 산업 평화가 자연적으로 이뤄진다고 본다.
[매일경제 2006-1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