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기고
안재욱-수출역군 기업의 발목잡지 말라
<포럼> 수출역군 기업의 발목잡지 말라
- 안재욱(경제75/ 28회, 경희대 교수·경제학) -
올해 수출액이 사상 처음으로 3000억달러를 넘어섰다. 2004년 수 출 2000억달러를 달성한 지 2년 만의 쾌거다. 세계에서 수출 300 0억달러를 달성한 나라는 미국과 일본 등 모두 10개국에 불과하 다. 특히 지속적인 환율 하락, 고유가, 원자재 가격 상승 등 어 려운 여건에서 달성한 것이라 더욱 대단하다. 1948년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될 당시 수출 규모는 2200만달러에 불과했다. 그러던 우리나라의 수출액이 1964년 1억달러, 1971년 10억달러, 1977년 100억달러, 1995년 1000억달러, 2005년 2844억달러 등으로 급신 장했다.
우리나라가 단기간에 ‘경제 기적’을 이뤄낼 수 있었던 것은 바 로 수출을 통한 무역이었다. 1961년 정부가 수출 드라이브 정책 을 썼을 때 사실 우리는 외국에 내다 팔 물건다운 물건이 거의 없었다. 그래서 우리는 철광석, 무연탄, 오징어, 이쑤시개, 말발 굽, 부채, 나막신, 젖꼭지, 골판지, 은행, 솔방울, 잔디씨, 수세 미, 다람쥐, 갯지렁이, 자갈, 모래 등 돈이 될 만 것이면 모두 내 다 팔았다.
그러한 우리의 수출 품목이 1970년대 섬유류 합판 가발 신발 등 을 거쳐, 1980년대 의류 철강판 인조섬유 음향기기 반도체, 1990 년대 전통 수출품목인 의류와 정보기술(IT)을 바탕으로 한 반도 체와 자동차, 그리고 2000년대 들어와 반도체 자동차 휴대전화( 무선통신기기) 등으로 바뀌었다. 수출 시장에도 많은 변화가 있 었다. 1960년대 우리나라의 수출 대상국은 미국과 일본 등 몇 개 나 라에 불과했다. 그러나 지금 우리나라 수출국은 중국, 유럽연합( EU), 미국을 비롯하여 호주, 스페인, 터키와 중동, 아프리카 제 국 등 200개국이 넘는다.
문제는 우리가 여기서 그쳐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앞으로 우리 의 수출이 5000억·6000억·1조달러로 계속 증가해야 할 것이며 경제가 지속적으로 성장해야 한다. 수출을 통해 우리의 성장동력 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기업가가 자유롭게 기업가 정신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 조성과 더 많은 경제 개방이 필요하다.
먼저, 정부는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한 다. 기업의 활동을 가로 막는 수많은 규제를 완화하고, 불법적이 고 전투적인 노조 활동에 대해서는 법과 원칙에 따른 조치를 취 해야 한다. 최근 기업의 투자가 갈수록 줄고 해외로 빠져 나가는 기업의 수가 늘아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현상이 아니다. 이것 은 우리나라가 기업하기 좋은 환경이 아님을 보여주는 증거이며 향후 수출과 경제 발전에 대한 적신호임을 인식해야 한다.
그 다음으로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반기업 정서가 해소돼야 한다. 현대에서 국가 경쟁력은 경제력에서 나온다. 그 경제력의 첨병이 기업이다. 전쟁에 나간 군인을 격려하기는커녕 비난하고 윽박지르기만 하면 군인의 사기가 떨어져 결국 전쟁에서 패하고 만다. 마찬가지로 경제 성장을 이끌어갈 기업을 격려하고 칭찬하 기는커녕 기업의 일에 사사건건 간섭하고 꼬투리 잡아 죄인 취급 하는 분위기는 기업가의 의욕을 떨어뜨려 경제를 쇠퇴하게 만들 것이다.
한편 자유무역협정(FTA)을 통한 자유무역이 국부(國富)를 증가시 킬 수 있는 확실한 방법임을 인식, 최근 벌어지고 있는 한미 FTA 에 대한 반대 운동을 자제함은 물론 정부는 이를 적극 추진해야 할 것이다. 또한 미국과의 FTA뿐만 아니라 중국, 일본, 유럽, 아 세안 등과도 적극적으로 FTA를 체결하여 경제를 개방할 필요가 있다.
17세기 자유무역으로 최강의 국가가 됐다가 17세기 말 기업 활동 에 대한 정부의 간섭과 보호무역으로 인해 영국에 최강의 자리를 내주어야 했던 네덜란드의 경험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것이 다.
[문화일보 2006-1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