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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준-즐거운 우주 전파여행
[과학칼럼] 즐거운 우주 전파여행
- 김상준 (경희대 교수·우주과학) -
요즘 언론 보도에 의하면 2명을 뽑는 우리나라 우주인 선발이 10명으로 압축되었다는 소식이 있었다. 오늘은 먼 훗날 사람들이 어떻게 자유로이 별나라 여행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즐거운 상상을 해 보자. 전번 칼럼에서 광활한 우주 속을 자유로이 여행하자면 사람의 수명을 엄청나게 늘리고 빛에 근접하는 속도로 여행해야 한다고 언급하였다. 그리고 현재 인류가 가진 꿈의 연료인 핵융합과 같은 에너지를 제어하는 로켓이 발명되었다 하더라도 광활한 우주여행에는 적당치 않다고 언급했다. 문명이 발달된 외계인이 존재한다면 아마도 다른 쉬운 우주여행 방법을 알아 내지 않았을까?
우리는 오늘날 나날이 빠르게 발전하는 유전공학과 정보통신 시대에 살고 있다. 만약 나의 기억과 내 유전자 정보를 전파로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별(Proxima)에 보내어 그곳 유전자 공장에서 나를 똑같이 복제하여 뇌에 내 기억을 주입하면 내가 Proxima 별로 여행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상상을 하여 본다. 전파의 속도는 빛의 속도와 같으므로 엄청나게 많은 양의 핵융합 연료를 사용하지 않더라도 빛의 속도로 갈 수 있다. 기존의 우주선으로 Proxima 별까지 수만년 걸리는 여행도 단 4년 만에 갈 수 있다. 무리하게 인간의 수명을 늘릴 필요도 없다.
-유전자정보 별나라 송신-
이 우주여행 방법은 그러나 심각한 사회적, 법률적, 철학적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도대체 ‘나’란 무엇인가부터, 지구에 남은 ‘나’는 없애 버려야 하는가, 아니면 여러 명의 ‘나’를 허용해도 되는가 라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철학적인 ‘나’의 정의는 철학자들에게 맡기고, 과학적으론 ‘나’와 똑같은 기억을 가지고 있고 ‘나’와 똑같은 육체를 가지고 있다면 ‘나’일 것이다. 그러나 똑같은 ‘나’를 복제한 후로는 두 명의 ‘나’는 서로 다른 공간에서 움직이므로 필연적으로 다른 경험을 할 것이다. 따라서 두 명의 ‘나’는 다른 사람으로 변해 갈 것이다. 마치 일란성 쌍둥이가 다른 사람으로 성장하듯이. 위에서 정의한 ‘나’를 유지하기 원한다면 두 명의 ‘나’에게 서로 다른 경험을 수시로 뇌에 입력시켜야 할 것이다.
우리 육체는 우주여행에 참으로 불편하다. Proxima 별 주위에 지구와 똑같은 행성이 있기 전에는 우주복을 입더라도 별나라의 극한 상황을 오래 견디기 힘들다. 육체를 로봇처럼 철제로 바꾸고 내 기억만 유지한다면 우주여행이나 우주 탐험에 아주 편리할 것이다. 따라서 다음으로 상상해 볼 것은 이렇게 ‘나’의 기억만 가지고 있는 로봇이 과연 ‘나’일 수 있느냐이다. 위에서 정의한 ‘나’에 대한 개념을 좀더 넓혀 보자. 만약 치아를 금니로 바꾸고 남의 신장을 이식하고, 내 심장을 인공심장으로 대체했다고 해도 내가 바뀐 것은 아닐 것이다. 여기서 알 수 있는 것은 내 육체는 하드웨어 성격을 가지고 있고, 부품들을 교체했다고 해도 내 기억을 유지하고 있다면 ‘나’인 것이다. 육체적인 면보다는 내 어렸을 때 기억, 가족, 친구, 동료들 간의 기억들과 이런 기억들에 의거한 행동이 나를 확인시켜 주기 때문에 이러한 기억+소프트웨어적인 면이 ‘나’를 동일한 ‘나’임을 증명하는 것이다. 만약 내가 내 기억을 모두 잊어버리고, 형제, 가족, 친구들을 영 몰라본다면, ‘나’는 ‘나’였던 것을 자각하지 못하므로 ‘나’를 잃어버린 것이 될 것이다. 다소 복잡한 이 문제는 먼 훗날 인간 복제기술이 실용화되었을 때 후손들이 풀어야 할 문제로 지금은 덮어 두기로 하자. 다만 이러한 ‘나’에 대한 광의적 개념 정립은 극한의 우주여행에 아주 편리한 점이 있다는 것을 지적해 두자.
-실용화 위해선 탐험가 나와야-
그러나 이렇게 편리한 우주여행이 실용화되기 위해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먼저 콜롬버스나 마젤란이 그랬던 것처럼 용감한 미래의 탐험가들이 Proxima 별까지 동면을 하든지 해서 천신만고 끝에 가서 전파 송수신기와 유전자 공장을 거기에 건립하는 우주여행 초기단계의 고난과 어려움을 이겨내야 할 것이다. 물론 일정기간 거기서 생활한 후에 다시 똑 같은 방법으로 전파를 타고 거기의 기억과 육체 변형에 대한 정보를 지구로 보내 와서 여기의 유전자 공장에서 다시 복제가 이루어져야 여행을 끝마쳤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위에서 언급한 ‘나’에 대한 여러 가지 사회적 문제를 해결한 후에 이러한 전파 여행이 일반화 될 것이다.
[경향신문 2006-1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