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준-우주여행


동문기고 김상준-우주여행

작성일 2007-04-10

[과학칼럼] 우주여행   

- 김상준 (경희대교수·우주과학) -

요즘 우리나라는 한국 최초의 우주인 선발로 들떠있다. 엄청난 경쟁을 뚫고 2명이 선발되는데 현재는 30명 후보로 압축되었다는 보도가 있었다. 선발된 2명의 우리나라 우주인은 달이나 화성에 가는 임무를 맡지는 못할 것이고 지구를 몇 바퀴 돌다가 오는 임무를 맡게 될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차세대 우주인은 화성이나 목성, 더 나아가 요즘 퇴출된 명왕성까지도 가서 콜럼버스나 마젤란, 암스트롱과 같이 역사책에 기록되기를 고대한다.

달까지의 여행은 시간상으로 수일, 화성은 수개월, 목성은 수년 이상 걸릴 것이고 명왕성까지는 10년 이상 걸릴 것이다. 이들 태양계 천체로의 여행은 인간의 수명보다 짧은 시간이 요구되므로 현 인류가 능히 다녀올 수 있는 거리이다. 그러나 별나라를 여행하기는 아주 힘들다.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별(Proxima)이라도 명왕성보다 5,000배 이상 멀리 떨어져 있으므로 기존의 우주선으로는 무려 5만년 이상 소요되는 아주 먼 거리이다. 인류가 알고 있는 가장 빠른 속도는 1초에 30만㎞를 가는 빛의 속도이다. 이런 빛의 속도로 가더라도 Proxima까지의 여행은 4년가량 걸린다. 따라서 우리가 미국이나 유럽에 갔다 오듯 하려면 빛에 근접하는 속도로 다녀오든지, 인간의 수명을 적어도 1백만년 이상으로 늘리든지 해야 할 것이다.

-명왕성까지 10년이상 걸려-

빛의 속도에 근접하는 속도를 내려면 엄청난 에너지가 소요된다는 것은 현대물리학을 배운 사람이면 모두 알고 있는 지식이다. 인류가 가진 가장 강력한 에너지원은 수소폭탄의 원리인 수소를 사용한 핵융합이다. 수소는 물의 구성원소이고 지구 표면의 반 이상이 물로 되어 있으므로 우리는 바닷물에서 거의 무한정한 핵융합 원료를 채취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한 천문학자의 계산에 의하면 핵융합 우주선이 Proxima까지 가려고 빛에 근접하는 속도를 내려 한다면 지구의 바닷물을 다 써도 안 된다는 결과가 나왔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외계인들이 우주를 여행한다면 핵융합 같은 방법은 쓰지 않으리라는 것이다. 왜냐 하면 핵융합을 사용하여 강력한 추진력을 내려고 한다면 우주선 추진체는 필연적으로 강력한 섬광을 발하게 될 터인데 천문학자들이 밤하늘을 관측하면 지극히 평온하다는 사실이다. 미확인비행물체(UFO)가 수시로 목격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의 주장이 사실이고, 또한 UFO를 운전하는 외계인들이 추진체로서 핵융합 방법을 사용한다면 밤하늘은 마치 밤중에 고속도로를 달리는 차들의 헤드라이트 불빛처럼 꼬리에 꼬리를 문 불빛으로 가득할 것인데 밤하늘에 이러한 것들이 관측되지는 않는다.

특별히 다른 별나라 여행 방법이 없다면 인간의 수명을 1백만년 이상 늘리든지, 혹은 공상과학영화에 나오는 방법대로 인간을 냉동시켜 여행의 종착지에서 냉동을 푸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냉동을 하고 다시 살리는 방법은 아직 가능하지 않지만, 동면을 하는 동물들을 연구해 이 냉동여행기술은 머지 않은 미래에 성공할 수도 있을 것이다. 다만 몇 만 년 잠을 자고 여행에서 돌아온 후에 부모 형제 친구들이 모두 사라졌다면 별나라 여행에 무슨 의미가 있을지는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어린시절 ‘부푼 꿈’은 남아-

지금은 사라진 꿈이지만 초등학교 때 필자의 꿈은 죽기 전에 안드로메다 성운에 다녀오는 것이었다. 여름 방학 때 시골에 내려가 저녁 먹고, 멍석 깔고 누워있으면 은가루를 깔아 놓은 듯 별로 가득한 밤하늘에 희미하고 길쭉하게 생긴 안드로메다 성운이 떠올랐다. 안드로메다 성운은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우리 은하계와 크기가 비슷한 별 무리 성운이다. 가장 가깝다고는 하나 빛으로 2백만년이나 가야 하는 거리에 있다. 어렸을 때의 꿈은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안드로메다 성운에서, Proxima 별로, 화성이나 목성, 달로 가까워졌는데 이제 50대 중반이 된 현재로선 지구궤도에 올라가는 것도 불가능하게 되었다. 그러나 다행인 것은 요즘도 가끔 꿈을 꾸면 안드로메다로 가는 꿈에 부풀어 있던 어린 시절로 돌아가 있는 본인을 발견하게 되는 일이다. 

[경향신문 2006-1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