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찬규-北 왕래 선박검색과 남북해운합의서


동문기고 김찬규-北 왕래 선박검색과 남북해운합의서

작성일 2007-04-10

北 왕래 선박검색과 남북해운합의서   

- 김찬규 (대학원/ 경희대 명예교수·국제법) -
 
지난 14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는 북한의 핵실험에 대한 제 재결의 제1718호를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그런데 한국 정부는 제 재결의 직후의 전폭적인 지지 입장과 달리 지금은 우리측 해역을 운항하는 북한 선박과 화물에 대해서는 2004년 5월28일 채택된 남북해운합의서 및 그 이행과 준수를 위한 부속합의서에 따라 검 색을 포함한 해당 조치를 취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이것은 잘못 된 판단이다. 이들 문건에 규정된 내용과 안보리 결의가 요구하 는 바는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대북 제재가 한반도 비핵화를 정책기조로 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결정(decision)’이란 형식으로 채택된 안보리 결의에 대해 이를 이행해야 할 의무를 지고 있는 유엔 회원국으로서 한국이 지지를 표명한 것은 당연한 선택이었다. 유엔헌장상 모든 회원국 은 안보리의 ‘결정’을 수락해서 이행할 것에 동의하고 있기 때 문에(헌장 제25조) 안보리의 대북 결의 가운데 ‘권고’가 아닌 ‘결정’으로 된 것은 법적 구속력을 가지는 것이다.

유엔헌장에는 헌장상의 의무와 그 밖의 어떤 국제협정상의 의무 가 저촉하는 경우에는 헌장상의 의무가 우선한다는 규정이 있다( 제103조). 이것은 남북간에 금수(禁輸) 또는 제재를 금한다는 합 의가 있다고 하더라도 이를 이유로 안보리 결의의 적용을 비켜갈 수 있는 것이 아님을 의미한다. 헌장상의 의무가 그 밖의 국제 조약상의 의무에 우선한다는 사실은 로커비 사건에 대한 국제사법 재판소 판결에 의해서도 확인된 바 있다.

북한은 최근 안보리 제재결의의 적용, 또는 미국이 주도하는 대 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에 따른 금수 내지 차단행위를 한 국 휴전협정상 금지된(협정 제15항) 봉쇄라면서 이것이 현실화하 면 전쟁 행위로 간주, 이에 대응하는 행동을 취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그러나 봉쇄와 유엔 결의에 의한 금수 또는 PSI에 의한 차단행위는 국제법상 전혀 별개의 것이며, 설사 그것이 똑같다고 하더라도 안보리 결의에 의한 금수 및 이 결의를 집행하는 방법 으로서의 PSI 적용은 법 집행에 해당할 뿐 아니라 모든 국제조약 상의 의무에 우선하는 것임을 알아야 한다.

남북해운합의서 및 그 부속합의서는 첫째, 남북을 왕래하는 선박 의 항로를 지정하고 운항중 금지되는 행위 10가지를 열거하고 있 다. 여기서 문제되는 것은 10가지 금지행위 가운데 안보리 결의 에 있는 것은 ‘무기 또는 무기부품 수송’이라는 한 가지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이것은 안보리 결의에 의해 수출입 또는 운송 이 금지된 그 밖의 품목에 대해서는 이 문건으로 규율할 수 없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둘째, 이들 문건은 운항중인 선박이 위 금지행위를 자행했을 때 연안국 관헌은 당해 선박을 정선시켜 승선·검색을 함으로써 위 반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위반 사실이 확인되는 경우, “해당 선박에 대해 주의환기 및 시정조치와 관할수역 밖 으로 나가도록 할 수 있다”고만 하고 있을 뿐, 그 이상의 조치 는 취할 수 없게 돼 있다(부속합의서 제2조9항). 이것은 정녕 안 보리 결의가 요구하는 바에 미치지 못하는 것이다.

안보리에 의해 채택된 대북 제재결의는 법적 구속력을 가진다.

이를 이행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장치 또는 단독행위로는 쉽지 않 으며 국제공조를 통할 수밖에는 없을 것으로 본다. 현재 우리에 게 이용 가능한 국제공조 방법으로는 PSI가 있으며 이를 통하지 않고는 유엔 회원국으로서의 의무를 다하기 어려울 것이다. PSI 활동은 그 차단원칙에 명기돼 있듯이 국제법 및 국내법에 따라 하 는 것이기에 위법이라는 비난의 대상이 되는 것도 아니다.

[문화일보 2006-10-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