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기고
안재욱-방송인 시장경제 교육이 절실하다
<포럼> 방송인 시장경제 교육이 절실하다
- 안재욱 (경제75/ 28회, 경희대 교수·경제학) -
인류의 물질적 삶의 면모를 바꾸어 놓은 것은 바로 자본주의 시 장경제 체제다. 오늘날의 노동자들이 과거 왕이나 귀족만이 즐겼 었던 지적 생활과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는 것, 그리고 능력과 소망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자신의 사회적 지위를 향상시킬 수 있는 것도 모두 다 자본주의 시장경제 체제 덕이다.
해방후 1인당 국민소득이 100달러 정도에 불과했던 우리나라가 오늘날 1만5000달러 정도까지 증가하게 된 것도 결국 자유무역을 기초로 한 시장경제 체제가 큰 몫을 했다. 1960년대에는 소수의 사람들만이 자가용 승용차를 타고 다니고, 쇠고기를 먹을 수 있 는 사람도 많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거의 모든 가정이 자가용 승용차를 보유하고 있으며, 많은 사람이 웰빙을 이유로 육류를 잘 먹지 않을 정도로 육류소비가 보편화해 있지 않은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에서 시장경제가 대중의 사랑은커녕 질시와 개혁의 대상이 되고 있다. 중국을 비롯한 과거 사회주의 국가들이 속속 시장경제 체제로 전환하는 등, 자본주의와 시장 경제가 세계의 흐름으로 돼 가고 있는 마당에 우리 사회에서는 거꾸로 반기업 및 반시장 정서가 더욱 더 팽배해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반기업 및 반시장 정서가 확산된 데는 중·고교와 대학에 서의 잘못된 경제교육에도 원인이 있지만, 중요한 언론 매체인 방송의 영향도 크다고 할 수 있다. 기업 이미지 형성에 영향을 미치는 매체 중 방송이 차지하는 비중이 2003년 60.3%, 2004년 6 7.1%, 2005년 63.2%를 차지하고 있다는 전국경제인연합회의 조사 결과가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따라서 방송 매체의 보도 저변을 형성하고 있는 경제사상과 지식체계를 점검하여 바로잡는 일은 한국 경제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 매우 중요하다.
이러한 인식에서 전남대 김영용, 정기화 교수, 그리고 대구대의 전용덕 교수와 함께 지난 5월1일부터 7월31일까지 방송 3사의 뉴 스 중 경제 관련 사항을 시장경제 원리에 입각해 분석했다. 그 결과, 지상파 방송3사의 보도 내용은 사안에 따라 다르지만, 전 반적으로 다소 반시장적이며 반기업적이었다. 최소한 친시장적이 거나 친기업적은 아니었다.
SBS가 상대적으로 반시장적인 정도가 약간 낮았지만, 크게 다르 지 않았다. 반시장적 보도의 원천은 KBS와 MBC는 앵커, 기자, 취 재원, 시민 등 거의 모두에게 있었으나, 기자의 반시장 정도가 가장 컸다. 한편, SBS는 취재원이 반시장적 보도의 주 원천이었 으며 앵커와 기자는 중립적이었다. 반시장적이며 반기업적인 내 용을 포함하는 보도는 온정주의적 및 평등주의적 사고, 부자에 대한 질시 감정, 그리고 반외국자본 정서에 기인한 것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시장경제 원리에 대한 이해 부족에서 온 것이었다. 이 는 물론 여론 주도층인 일부 전문가들에게서도 발견됐다.
방송이 대중에 미치는 영향력이 매우 크다는 점을 고려할 때 방 송의 보도 내용이 친시장적으로 바뀌지 않고서는 일반 대중이 가 지고 있는 반시장 및 반기업 정서를 해소하기가 어렵다. 따라서 일반 대중의 반시장 및 반기업 정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앵커, 기자, PD 등 방송 종사 언론인에 대한 체계적인 시장경제 교육이 필요하다.
물론 짧은 기간에 보도된 내용의 분석결과를 가지고 방송3사의 전반적인 보도 성향을 일반화하는 데는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다 . 그러나 방송국 관련 인사들의 경제 문제에 대한 원리적 이해가 제고되지 않고서는 앞으로도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 이것이 바로 방송국 관련 인사들의 시장경제 원리에 대한 학습 이 필요한 이유다.
[문화일보 2006-10-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