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 영- 자치행정 감시견 역할 강화하길


동문기고 민 영- 자치행정 감시견 역할 강화하길

작성일 2007-04-09

[옴부즈맨 칼럼] ‘자치행정’ 감시견 역할 강화하길   

- (민 영 / 경희대 언론학부 교수) -

지난주에도 북한 핵실험과 관련한 각국의 대응책과 향후 전망을 다룬 기사들이 많았다. 그 외 최규하 전 대통령 별세, 한·미 전시작전통제권 환수시기 타결, 외교안보라인 교체, 한·미 FTA 4차 협상, 신도시건설 계획 발표와 파장,10·25 재보선, 민주노동당 간부가 연루된 보안법 위반 사건 등이 다채롭게 지면을 장식했다.
10월24일과 25일에 걸쳐 4면 전체를 할애한 북한 핵실험 보도는 관련 당국들이 미묘한 갈등을 빚고 있는 현 정국을 분석하고 미국의 양보와 대화를 골자로 한 북핵 해법을 차분하게 제시했다.23일 시작된 한·미 FTA 4차협상 관련 보도는 이슈의 중요도에 비해 전체 기사의 양은 충분치 않았으나,23일 14면 기사 ‘한·미 FTA 오늘부터 제주서 4차 협상’의 경우 주요 쟁점에 대한 한·미간 입장 차이를 표로 일목요연하게 정리함으로써 복잡한 협상과정을 이해하는 데에 유용했다.

26일자 4면 기사 ‘한덕수 위원장이 밝힌 FTA 오해와 진실’ 역시 Q&A식 설명으로 쟁점별 정부측 입장을 간명하게 제시했다. 그러나 격렬한 반대시위를 벌인 시민단체 등 FTA 반대측 입장에 대해선 거의 다루지 않은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23일 1면에 게재된 국내 농산물 중금속오염 기사와 이어진 21면 해설 기사,24일 사설 ‘농산물 중금속 오염 방치할 것인가’는 언론의 환경감시기능과 상관조정기능을 적절하게 수행한 좋은 사례로 보여진다.

반면 서민들의 최대 관심사 중 하나인 부동산정책 관련 보도는 여러 점에서 미흡했다. 신도시건설 계획의 조기 발표로 수도권 집값이 들썩이고 건설 대상지역에서 강한 투기조짐이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단순 보도기사에 그치거나 모호한 양비론적 시각을 제시했다.28일 2면 기사 ‘검단∼서울도심 3시간 교통대란 예약’에서 경기도지역 신도시건설의 문제점을 짚기는 했으나, 신도시 건설위주 부동산정책의 득과 실을 면밀하고 근본적으로 따져보려는 노력은 보이지 않았다.10·25 재보선 결과를 두고 민심을 차분히 분석하기보다 각 당의 반응이나 정계개편 논의중심으로 보도한 것도 아쉽다.

미국 관련 기사들이 국제면 보도의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가운데, 미국 중간선거에 관한 기획보도가 25·26·27일 연이어 실린 것은 필요 이상이라는 인상을 주었다.

최근 서울신문 지면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이 ‘자치행정’면이다. 자치가 중요한 통치패러다임으로 자리잡고 있는 가운데, 자치행정을 책임지는 인력의 면면과 그들의 비전을 소개하고 각 지역의 구체적인 정책이나 지역주민들의 활동 등을 중계하는 것은 저널리즘의 바람직한 역할이다. 그러나 ‘자치행정’면의 주 목적이 서울과 수도권지역의 행정활동을 소개하는 데 있다 하더라도,2∼3면 모두 그 지역 기사로 채우는 것은 지나치다. 예컨대 24일 노원구청장,25일 용산구의회 의장,26일 광진구청장,27일 중랑구의회 의장을 연이어 소개했는데, 서울·수도권지역이 중심이 되더라도 자치행정의 모범이 되는 전국 사례들을 더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소개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자치행정 담당자들의 계획과 비전을 소개하는 데 그치지 말고, 그것들이 얼마나 그 지역의 발전에 적합하며 현실적으로 실현가능한지 비판적으로 검토하는 역할까지 수행해야 한다. 언론의 감시견(watchdog) 역할이 중앙정부에만 국한되는 게 아니라 자치정부 구석구석까지 미칠 때 자치행정의 질적인 도약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밖에 이 지면의 상당한 공간이 각 지역 행정조직의 정책의제나 행사 소개 위주로 채워지고 있다는 점도 지적하고 싶다. 앞으로는 지역주민들이 만들어가는 아래로부터의 자치활동을 소개하고 시민의제를 적극 발굴하는 기획ㆍ탐사보도가 증가하기를 기대한다.

[서울신문 2006-10-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