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흔에 찌든 성탄문화


동문기고 상흔에 찌든 성탄문화

작성일 2007-01-03
<안호원의 목요칼럼>
상흔에 찌든 성탄문화 
안호원 news@pharmstoday.com 

 
해마다 12월이 되면 대다수의 사람들은 또 한 해가 가는구나 하는 자조적인 탄식을 하며 덧없이 흘려보낸 지난날들을 아쉬워한다.한편으로는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각종 모임에 참석하며 연말연시의 들뜬 분위기에 휩싸이게 된다.

이맘때가 되면 지난 한해를 떠나보내며 힘들고 어려웠던 일들을 모두 잊고 새로운 마음으로 새해를 맞이하자는 취지에서 대개의 경우 망년회(忘年會)를 갖게 되는데 어떤 사람은 각종 망년회에 쫓아다니면서 건강에 위험을 느끼고 또 어떤 가정은 음주운전으로 인한 불행을 겪기도 한다.

잊을 망(忘)자의 망년회가 아니라 망할 망(亡)년회가 되어버리고 마는 것이다.특히 연말이 되면 교회에서 소중하게 지키는 절기 중 하나인 성탄절이 있는 때이다. 성탄절은 하늘과 땅의 모든 권세를 갖고 계신 창조주 하나님이 이 땅의 가장 낮고 천한 자리에 인간의 몸을 입고 친히 오신 날이다.

그런 성탄절은 예수 그리스도의 나심을 기억하며 이웃을 돌아보고 가족과 함께 그 의미를 되새겨 보는 날이 되어야 한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느 때부터인가 성탄문화의 풍속도가 급속도로 상업적으로 치닫고 있다. 성탄의 본질이라 할 수 있는 '아기 예수 탄생일' 대신에 '쉬는 날'이라는 개념으로 바뀌어 버렸다.

그런 변화의 관계에서 이 날이 아기 예수께 엎드려 경배하며 예배를 드리고 따뜻한 온정(溫情)을 나누는 날이기보다는 선물을 주고 받는 물신주의에 깊이 빠져버린 날로 전락되었다. 성탄절이 되면 벌어지는 또 다른 풍경은 여행사와 공항에서 벌어진다는 사실이다.     

올해의 경우도 보면 벌써 해외 단기여행이 가능한 일본과 홍콩, 필리핀 등 동남아 지역은 12월 22일부터 25일까지의 상품이 이미 한달 전인 11월 초에 90% 이상이 예약을 끝냈다고 한다.또 태국 방콕행 비행기의 예약율도 이미 90%를 넘어서면서 호텔과 스키장 역시 예약이 이어지는 등 성시를 이루고 있다.

성탄절을 칭하는 '크리스마스'라는 말은 본래 '크리스(Christ - 그리스도께)'와 '마스(Mas - 예배)'라는 말이 합쳐져서 생긴 말이다.즉, 그리스도계 예배를 드리는 날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이러한 본래의 의미가 퇴색되고 상술에 내둘려 주인공인 아기 예수보다는 산타클로스와 휘황찬란한 트리 등이 더 부각되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의 죄를 대속키 위해 몸소 낮고 천한 자리에까지 내려오신 예수 그리스도가 이 땅에 만왕의 왕으로 오신 거룩하고 기쁜 날이기도 한 성탄절이 세속주의 물결에 휩싸여 주인 없는 날로 전락해 버렸다.

사랑이 없는 교회에는 화려한 트리가 장식되어 번쩍거리고 심지어는 성탄절이 산타클로스가 착한 아이나 불쌍하고 가난한 사람들에게 선물을 나눠주는 날로 인식되어 버렸다. 또 이날은 사람들이 먹고, 마시고, 즐기는 사람들의 축제로 변질되었다.

그러다보니 기독교인 보다 오히려 불신자들이 더 들뜰 정도로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성탄절의 의미를 퇴색시키며 상술에 휘말리는 성탄절 모습으로 많은 이들의 가슴에 상처를 안겨주기도 한다.문제는 성탄절을 즐기면서도 그 내용은 반기독교적인 것이 많다는데 있다.

한 인터넷 설문조사에 따르면 크리스마스에 가장 부각되는 것으로 '트리'와 '산타클로스', '루돌프'라고 응답한 네트즌이 37.8%를 차지했다.또 13.2%가 '연인', '미팅', '데이트' 하는 날로 응답했으며, 그 외에도 이벤트, 공연, 선물 등을 들기도 했다.'예수님'이나 '교회'를 응답한 응답자는 25.5%에 불과했고, 불우이웃돕기도 7.3%로 낮게 나타났다.

이 같은 설문조사 결과를 보더라도 성탄문화가 우리에게 얼마나 왜곡되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아울러 성탄의 의미가 상흔에 의해 퇴색되면서 예수 그리스도의 자리에 정체불명의 산타클로스나 상술이벤트가 자리를 잡고 있는 현실이 되어 버렸다.

아기 예수의 탄생을 축하하는 절기가 한해를 결산하는 일년의 끝자락에 있는 것은 어찌보면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해주는 것 같다.성탄절은 들뜬 마음으로 캐롤송이나 부르며 보내는 절기가 아니다. 상흔에 찌든 성탄문화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이날만이라도 예수님이 자신을 비우고 이 땅에서 소외된 이웃들과 함께 하며 베푸신 것 같이 내 이웃을 생각하며 따뜻한 사랑을 나누었으면 한다.

아울러 교회도 교회안에서의 행사가 아니라 밖으로 나와 세상 사람들과 함께 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한다. 교회가 그 같이 할 때 상흔에 찌든 성탄절의 참의미가 되살아날 것이다.

특히 내년부터 망년회는 잊을 망(忘)이 아니라 바랄 망(望) 자의 망년회가 되어야 한다. 이유는 실의에 빠진 우리에게 한해 마지막 끝자락에서 소망을 주기 위해 아기 예수가 태어났음을 믿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