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기고
안재욱 - 내년 예산, 국민 부담이 너무 크다
<포럼> 내년 예산, 국민 부담이 너무 크다
안재욱 (경제75/ 28회, 경희대 교수·경제학)
정부가 내년도 나라살림을 총 238조5000억원으로 편성했다. 올해 총지출 224조1000억원보다 6.4% 늘어난 규모다. 액수로는 14조4 000억원이나 늘었다. 내년 예산에서 가장 큰 특징은 생산성 증가 나 성장동력 확충과 무관한 복지와 국방예산이 크게 늘어난 점이 다. 사회복지·보건 분야 예산이 10.4% 늘어난 61조8000억원, ?뭐?예산은 9.7% 늘어난 24조7000억원으로 올해보다 각각 5조800 0억원과 2조2000억원이 늘어났다. 반면 경제 인프라를 확충할 수 송·지역개발은 1.1% 줄었으며, 연구·개발(R&D) 분야는 비율로 는 10.5% 늘었지만 그 액수는 9000억원밖에 되지 않았다.
이 같은 내년 정부 예산을 위해 정부는 근로소득세를 올해보다 1 3.0% 더 걷겠다고 한다. 더욱이 세금 걷는 것만으로도 부족하여 8조7000억원의 국채를 발행하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내년도 의 국민 1인당 조세부담액은 올해 363만원에서 383만원으로 20만 원 늘고, 특히 1인당 근로소득세 부담은 206만원이 된다. 그리??국가채무도 302조9000억원으로 늘어나게 된다. 정부의 서비스 는 나아지지 않고 국민의 부담만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우리나라 조세부담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의 평균 조세부담률보다는 낮다고 하지만 세금과 연금, 눈에 보이지 않 는 강제적인 준조세, 그리고 과다한 정부 규제에 따른 부담을 더 하면 사실상의 실질국민부담은 OECD 평균을 훨씬 웃돌 수도 있다.
지금 우리 경제가 장기 침체에 빠져 있고 국가경쟁력이 추락하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잠재성장률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 음은 물론 수년째 경제성장률이 잠재성장률에도 못 미치고 있다.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우리나라 국가경쟁력 순위가 지난 해 19위에서 올해는 24위로 떨어진 사실에서도 이 점이 확인된다 .
장기 침체에서 벗어나고 국가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법은 이미 많은 국가의 역사적 경험으로부터 알려져 있다. 정부 지출을 줄 이고 감세를 통해 작은 정부를 실현하며 민간부문을 활성화시키 는 것이다. 과거 영국과 미국은 물론, 10년간의 장기 침체와 국 가경쟁력 하락에서 벗어나 최근 승승장구하고 있는 일본 역시 그 랬다. 또한 정부가 국민으로부터 세금을 많이 거둬 복지를 책임지 는 ‘큰 정부’의 전형이었던 스웨덴의 실패는 우리가 가야 할 방향이 어딘지를 잘 말해 주고 있다.
이러한 사실에도 불구하고 국가의 중장기 전략이라며 장밋빛 복 지로 가득한 ‘비전 2030’을 내놓더니 분배 중시 정책에 따라 복지 예산이 늘었다. 또 어설픈 자주(自主) 타령으로 부담하지 않을 수도 있는 국방비가 엄청나게 늘었다. 이번 예산안은 국가 의 경쟁력 제고와는 무관하게 이념에 사로잡혀 있는 이 정부의 성향 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또한 이번 예산안에서 복지 지출을 지나치게 늘린 것은 내년 대 선을 의식한 선심성 예산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마저 든다. 국회 는 심의 과정에서 이 점을 면밀하게 검토하여 대선을 의식한 선 심성 예산은 과감하게 삭감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국가의 장래 를 위해 민간부문에서 할 일을 정부가 대신하려고 하는 것들을 파악 하여 그 부분에 대한 예산 역시 과감하게 삭감해야 할 것이다.
정부 예산은 한번 잡히면 좀처럼 줄지 않는 속성을 갖고 있기 때 문이다. 국회가 판단하여 1년여밖에 남지 않은 이 정부에서 부득 불 할 필요가 없는 사업은 다음 정부로 넘기는 것도 한 방법이다 .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국민의 대리인으로서 국회가 해야 할 일 은 국민의 부담을 줄이는 것이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이번에 국회가 국민을 위해 제대로 일해 주기를 기대한다.
- 문화일보 2006년 9월 29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