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준 - 외계인은 왜 안보일까?


동문기고 김상준 - 외계인은 왜 안보일까?

작성일 2006-11-17

[과학칼럼] 외계인은 왜 안보일까?

김상준 (경희대 교수·우주과학)

전번 칼럼에서 생명의 천체 도래설 가능성이 최근 부각되고 있다고 언급하였다. 우주 구석 구석은 태양계 물질과 아주 비슷하여 적당한 환경만 주어지면 생명체가 탄생할 수 있고 어느 외계행성에서는 지능을 가진 생명체로 진화하였을 수도 있다. 이번 칼럼에서는 만약 인간보다 진화한 외계인이 어느 행성에 있다면 우리와의 문명차이는 얼마나 될까 한번 ‘감’을 잡어 보자. 막연한 상상이 될 수도 있겠으나 약간의 수리적 추론을 사용하여 외계인이 왜 자주 보이지 않는가에 대해서도 살펴보자.

첨단 망원경 및 우주망원경에 의한 연구결과로 도출된 우주의 나이는 약 1백30억년이다. 태양의 나이는 약 50억년, 지구의 나이는 약 45억년이다. 태양은 우주 시초의 빅뱅 이후 곧 생긴 별이 아니라 초기 별들이 늙어 죽을 때 폭발을 하면서 우주공간으로 방출한 ‘재’들이 다시 뭉쳐 생긴 별이다. 그러므로 태양보다 먼저 태어난 다른 별 속에 지구와 비슷한 행성들이 있었다면 그 곳에 살던 지능을 가진 존재들은 별이 폭발할 때 어떻게 되었을까 하는 당연한 의문도 떠오를 수 있다. 아마도 그들은 첨단 비행체를 타고 다른 행성으로 탈출하였을 것이다. 태양의 나이는 우주의 나이에 비해서 비교적 젊으므로 이들과 우리의 시간적 차이는 쉽게 수십억년이 될 것이다.

-인류와 수십억년 차이날것-

인류 역사 5,000년의 문명차이는 고대 이집트인과 현 인류의 문명 차이일 것이다. 우리가 휴대폰, 비행기, 미사일, 우주선 등을 그들에게 보여준다면 그들은 아마도 우리를 신으로 생각할지 모를 것이다. 수십억년 전에는 인류가 존재하지 않았으므로 우리와 외계인의 문명차이를 추론하기 위해 우리와 하등동물의 차이를 한번 살펴보자. 화석 연구에 의하면 곤충들은 수억년 전에 지구상에 나타났다고 하므로 수억년의 문명차이는 우리와 곤충의 차이 정도 될 것이다. 박테리아는 지구상에 수십억년 전에 나타났다. 이들 외계인과 우리와의 문명차이가 인류와 바퀴벌레의 차이는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들과 우리의 문명차이가 이러하다면 만약 이들이 지구를 방문하였다면 우리는 그들의 방문을 인지조차 할 수 있을까? 우리가 자동차를 타고 바퀴벌레 옆을 지나갔다면 바퀴벌레는 우리가 지나갔는지, 바람이 갑자기 휙 불었는지 도무지 알지 못할 것이다.

각종 공상 영화에 흔히 나오는 비행접시를 타고 바퀴벌레보다는 우리와 비슷한 모습을 가진 머리가 크고, 눈이 크고, 하체가 작고, 손가락이 세개인 마치 ET를 닮은 외계인과의 문명차이는 수십억년이 아니라 수백만년 정도가 아닐까 생각된다. 그러나 확률상 이러한 외계인이 지구를 찾을 가능성은 아주 작다. 즉 문명이 수십억년 차이 나는 외계인을 만날 확률보다 약 1,000분의 1 정도밖에 되지 않을 것이다. 그 이유는 수백만년 나누기 수십억년은 약 1,000분의 1이기 때문이다. 이해를 돕기 위해 다음 예를 생각해 보자. 인간의 수명이 30억년이라고 하자. 광화문 거리를 모든 나이의 사람들이 거리를 걷고 있는데 첫번째 만난 사람과 나의 나이 차이가 10억년 이내가 될 확률은 3분에 1이다. 그러나 나이 차이가 1백만년이 될 사람을 만날 확률은 3,000분의 1이다. 이 확률은 거리를 가다가 만난 첫번째 사람이 나와 같은 생일을 가질 확률(=1/365일)보다도 적은 것이다.

-바퀴벌레는 우리를 알아볼까-

수십억년 차이가 나는 외계인은 어떻게 생겼을까. 머리, 몸, 다리를 가지지 않았을 수도 있다. 단백질, 지방, 뼈로 되어 있지 않을 수도 있다. 그것은 아직 쉽게 상상조차 할 수 없다. 다만 위의 추론에 의하면 그들과 혹시 만나더라도 우리가 쉽게 그들의 방문 여부를 인지하지 못할 것 같다는 느낌은 든다. 운이 좋아 ET와 같은 우주인을 만나기 전에는 말이다. 있네 없네 말들이 많은데 그들은 왜 속 시원히 텔레비전 뉴스에 나와 “나 여기 왔노라”고 말하지 않는 것일까? 그것은 우주가 아주 광활하여 여행하기가 쉽지 않은 이유도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우리가 바퀴벌레들에게 우리가 왔다고 고하고 싶지 않는 이유와 같을지 모른다.

- 경향신문 2006년 9월 29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