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기고
김찬규 - 유엔총장 선거의 막판 변수
[기고] 유엔총장 선거의 막판 변수
김찬규 (경희대 명예교수, 국제법)
유엔 사무총장의 소임은 막중하다. 그는 유엔의 ‘수석 행정관’이기에(헌장 제97조) 기구의 의전상의 장이 되며 인적 상징이기도 하다. 그는 국제적 커뮤니케이션의 중심에 서고 각국 정부의 상담역이 된다. 사무총장이 국제분쟁의 조정자가 되는 것은 이런 사실을 배경으로 한다.
유엔총회 및 안보리는 일정한 임무를 사무총장에게 위임할 수 있다(제98조). 최초의 위임은 1954년 12월에 있었다. 유엔총회는 대그 함마슐드 사무총장에게 중국에 억류돼 있던 미국 비행사 11명의 석방 주선을 요청했고 그가 이 일을 해냈다. 50년대말 난제가 생기면 “대그에게 맡겨라”(Leave it to Dag!)는 말이 유행했다. 사무총장의 정치적 영향력은 여기서 나온다.
유엔헌장에는 “사무총장은 국제평화와 안전의 유지를 위협한다고 인정하는 사태에 대해 안보리의 주의를 환기시킬 수 있다”는 규정이 있다(제99조). 유엔 목적 중 으뜸인 국제평화와 안전의 유지(제1조1)에 대한 사무총장의 임무는 여기서 나오며 국제적 갈등이 있는 곳에 예외없이 사무총장의 모습이 발견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코피 아난의 뒤를 이어 8번째 사무총장이 될 사람에 대한 선거가 10월 말에 있다. 선거는 총회에서 실시되지만 안보리가 추천하는 한 사람을 두고 하는 선거이기에 안보리의 추천이 결정적 결과를 가지게 된다. 안보리의 추천은 15개 이사국 중 상임이사국을 포함한 9개국 이상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 14개국의 동의가 있어도 상임이사국 하나가 반대하면 추천이 되지 않는다. 다시 말해 상임이사국의 거부권이 인정된다는 의미다.
9월14일에 있었던 예비투표에서 우리나라 반기문 장관이 1위를 차지함으로써 선두 주자가 되었다. 그러나 28일 정식투표가 있게 돼 있어 아직 마음놓을 단계는 아니다. 우리나라와 관련, 이번 선거에서 문제될 수 있는 최대 고려사항은 7월15일 안보리에서 만장일치로 채택된 미사일관계 대북 결의에 대한 우리 정부의 태도다. 이 결의는 모든 회원국들, 특히 자국의 국내법 및 국제법에 따라 미사일과 미사일관련 물품·재료·제품·기술이 북한에 이전되지 않도록 할 것(제3항)과 북한으로부터 미사일 또는 미사일 관련 물품·재료·제품·기술의 구매, 그리고 북한의 미사일 프로그램 또는 대량살상무기 프로그램에 사용될 수 있는 금융자산이 북한에 유입되지 않도록 할 것(제4항)을 요구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개성공단에서 일하는 북한 근로자에 대한 임금지불 방식과 금강산 관광대금 지불방식에서 문제가 일어날 수 있다. 이에 대한 투명한 설명이 되지 않으면 공연한 오해를 살 가능성이 있다. 결과는 국가의 위상손상은 물론이고 국민의 유엔 사무총장 진출에도 장애가 될 수 있다.
지난 16일 바이라 비케 프레이베르가 라트비아 대통령(68)이 출사표를 던졌다. 정식투표에서 경쟁하게 될 이 후보는 여성이란 점에서 신경이 쓰인다. 유엔 헌장이 양성 평등을 구가하고 있을 뿐 아니라 최근 여성의 진출이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바람을 타고 유엔 창설 61년이 지난 지금 여성 사무총장이 나와야 한다는 목소리가 드높아지면 우리 국민의 유엔 진출에 큰 부담이 될 수도 있다.
- 경향신문 2006년 9월 25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