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기고
김찬규 - 동북공정의 바다판 ''이어도 시비''
[시론]동북공정의 바다판 ''이어도 시비''
김찬규 (경희대 명예교수·국제법)
한반도 최남단 섬인 마라도 서남쪽 149㎞(81해리) 지점에 물밑 4.6m까지 솟아오른 이어도라는 수중 돌기물이 있다. 이것은 1900년 이곳을 지나가던 영국 상선 소코트라호에 의해 발견돼 서양 지도에는 ‘소코트라 암초’(Socotra Rock)라 표기되고 중국에서는 그것이 음역되어 ‘쑤옌자오(蘇岩礁)’로 불린다.
이어도에는 1995년 착공돼 2002년 12월 완성된 우리나라 종합해양과학기지가 있다. 헬기 이착륙장, 첨단 관측장비, 등대, 풍력발전용 풍차, 안테나 등을 가진 표면 면적 255평, 해수면 위 15층 높이의 우리나라 종합해양과학기지에 대해 중국은 건설 중에 2회 항의한 바 있고 작년에는 5회에 걸쳐 공중감시를 한 바 있다.
해양법협약상 한국 관할 분명
그러던 중국이 지난 14일 외교부 대변인 친강(秦剛)의 정례 브리핑을 통해 우리나라 종합해양과학기지에 대해 시비를 걸고 나왔다. 이 해역은 한중 간의 거리가 400해리 미만이어서 양국 배타적경제수역(EEZ)이 겹치는 곳이며 해양경계 획정이 돼 있지 않은 상태에서 한국이 일방적으로 이런 시설을 한 것은 인정할 수 없다는 내용이다. 이 같은 중국의 주장에 법적 근거가 있다고 할 것인가?
유엔 해양법협약에 따르면 대향(對向)국가 간의 거리가 400해리 미만인 해역의 EEZ 경계획정은 ‘형평한 해결을 달성하기 위해 국제법에 의거한 합의’에 의해 하도록 되어 있다(제74조 1항). 이것은 해양경계 획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형평한 해결이며 경계획정의 결과가 형평해야 한다는 뜻이다.
지금까지 축적된 국제판례를 보면 형평한 해결을 기하기 위해 고려해야 할 요인으로서 가장 중요한 것은 당해 해역에 면한 관계국가의 연안 선의 길이로 돼 있다. 더 긴 연안 선을 가진 쪽이 상대방에 비해 더 많은 해역을 차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새로운 해양경계 획정으로 해서 지역 주민의 생활 또는 경제적 복지에 ‘파국적 영향’이 오는 경우에도 이것이 고려사항이 된다.
경계획정의 대상이 되는 해역에 일방 당사국의 섬이 있는 경우, 그 섬의 처리는 어떻게 될 것인가? 이 경우에도 역시 형평한 해결의 원칙이 적용되어 그 섬의 존재에 100%의 효과가 인정될 수도 있고 완전히 무시돼 버릴 수도 있다. 물론 부분적 효과가 인정될 수도 있다. 2000년 12월25일 체결되어 2004년 6월30일 발효한 중국·베트남 간 ‘통킹만 해양경계 획정에 관한 협정’에서는 통킹만 내에 있는 베트남령 백룡미도(白龍尾島)에 대해 12해리 영해 외측에 2해리의 구역을 더 인정해 주는 데 그쳤다.
중국, 우군으로만 봤다간 큰코
이러한 원칙에 따라 해양경계 획정을 함에 있어서는 먼저 관계 연안의 일반적 형상에 따른 잠정적 중간선을 설정하고 그것을 출발점으로 해 상기한 여러 고려사항에 비추어 이 잠정적 중간선을 ‘교정’ 또는 ‘조정’해 나가는 방법을 취하고 있다. 그런데 이어도의 경우는 그것이 중국 쪽보다 한국 쪽에 월등하게 더 가깝다. 그것은 우리나라 마라도에서 149㎞(81해리) 떨어져 있는 데 비해 중국 동부 장쑤(江蘇)성 앞바다에 있는 저우산(舟山)군도 중 가장 동쪽에 있는 중국령 퉁다오(童島)와는 247㎞(133해리)나 상거하고 있다. 이것은 유엔 해양법협약에서 인정된 EEZ 경계획정에 관한 규칙을 적용할 때 이어도 부근 해역이 우리의 관할하에 들어옴을 뜻하는 것이며 그곳에 건립된 우리의 종합해양과학기지에 법적 하자가 없음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최근 동북공정이라는 중국의 우리나라 고대사 왜곡시도를 경험한 우리로서는 이것이 동북공정의 바다판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국제관계에서 중국을 우군으로만 보는 정부에는 이번 일이 큰 경종으로 되어야 할 것이다.
- 세계일보 2006년 9월 19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