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근 - 8·31 대책의 교훈


동문기고 이성근 - 8·31 대책의 교훈

작성일 2006-11-13

[시론] 8·31 대책의 교훈

이성근 (임학73/ 25회, 경희대 교수·부동산학)

2005년 8·31 부동산 종합대책이 발표된 지 1년이 됐다. 종합부동산세 가구별 합산, 양도세 강화, 공공택지에 대한 원가연동제 확대 등 규제를 망라한 대책이 주택과 토지 분야에 집중되었다. 이런 강력한 대책이 나온 뒤에도 강남의 집값이 14% 올랐다. 이에 정부는 가격 불안정의 근원이 재건축에 있다고 판단해 재건축 개발이익 환수를 골자로 하는 올해 ‘3·30 부동산 정책’을 발표하였다. 이제 최근 판교 임대분양이 서민에게 주는 피해는 없는지, 정부의 각종 부동산 규제로 잃고 얻은 것이 무엇인지 꼼꼼히 따져봐야 할 때이다.

-판교 공급차질 등 신뢰성 의문-

정부가 지역균형발전을 하기 위한 혁신도시·기업도시를 추진하고 있다. 각종 개발계획으로 전국의 부동산 가격을 올려 놓았으며, 동시에 부동산 관련 개발이익 환수로 가격을 안정시킨다는 논리적인 모순을 안고 있다. 국지적으로 강남지역의 부동산 가격상승에 대응하다가 전반적인 경기 하락을 가져와 경기침체를 심화시킬 수 있다.

참여정부의 부동산 대책들이 현실화되면서 어느 정도 가격안정에 기여한 부분도 있다. 하지만 실효성에는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으며 시장은 여전히 불안하다. 서울과 지방의 부동산 시장은 거래 자체가 실종된 상태다. 부동산 시장의 양극화 현상, 지방 부동산 주택시장의 붕괴 및 미분양 아파트 속출, 담보 대출의 규제 등 많은 부작용이 야기되고 있다. 지나치게 강남을 겨냥한 강력한 규제 정책이 지방까지 동일하게 적용돼 부동산 시장은 가격 하락 및 침체를 벗어나기 힘들다. 예컨대, 1년간 주택 가격상승률이 서울은 6.8%였지만 부산은 -1.1%, 대전은 -1.5%의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정부가 보유세를 높이고 거래세를 낮추겠다고 하였다. 과세표준이 실거래가 기준으로 되어있기 때문에, 최근 정부가 취득세와 등록세를 각각 1.5%와 1%를 인하하였다. 하지만 이를 더욱 낮춰 거래 활성화를 위한 보완 대책이 필요하다. 투기성이 아닌 장기 1주택 보유자에 대한 양도세 기준의 모순을 해결하기 위한 대안은 없는지 알아봐야 한다. 한 예로 1가구 1고가주택의 기준이 1999년에 만들어져 현재 투기지역 실거래 가격 6억원은 부동산 가격 상황논리에 맞지 않는다. 9억원 이상으로 대폭 상향 조정되어야 하며, 양도소득세도 완화해 줄 필요가 있다.

판교 주택 공급의 차질로 정책 신뢰성이 의문시되었고, 정부가 분당 신도시를 포함한 버블지역 발표 후 판교 분양가가 분당과 비슷하게 결정되면서 주변 분양가를 자극하게 될 전망이다. 강남·판교·분당·용인까지 연결된 ‘가격 거품벨트’가 정부의 공인을 받은 셈이다. 판교 임대주택 임대료가 과연 서민을 위한 것인지, 지난 3월 서민을 대상으로 한 중소형 임대료가 비싸 논란의 대상이 되었지 않은가.

-국가 미래 위한 일관된 정책을-

5·31 지방선거에서 여당의 참패가 무엇을 의미하는가. 패배의 핵심에 있는 것이 부동산 정책이었다. 좋은 주거환경 때문에 수요가 있는 강남권은 한정된 땅이 문제가 아닌가. 정부는 주택공급을 위해 강남권 재건축 지역의 용적률을 확대해 주면서 개발 이익을 철저히 환수하면 될 것이다.

2003년 10·29대책을 통해 세제강화 및 규제 일변도로는 근본적인 부동산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교훈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8·31대책도 이런 큰 테두리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지 않은가. 정부는 정책의 지속성과 신뢰성을 위해 잔여 기간 동안 성과에 매달리지 말아야 한다. 국가의 미래를 위하여 선거를 의식한 부동산 정책 개발보다 차기 정부가 일관성 있게 추진할 수 있는 사업을 골라 효율적이고 단계적인 관리에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 경향신문 2006년 9월 2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