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재욱 - 올해보다 내년 경제가 더 어렵다는데


동문기고 안재욱 - 올해보다 내년 경제가 더 어렵다는데

작성일 2006-10-08

<포럼> 올해보다 내년 경제가 더 어렵다는데

-- 안재욱 (경제75/ 28회, 경희대 교수·경제학) --

참여정부 들어선 첫해부터 경제성장률이 3.1%로 곤두박질치더니 2003~2005년 평균성장률이 3.9%에 그쳤다. 국민의 실질 구매력을 나타내는 국민총소득(GNI)은 올해 1분기에 0.6% 줄었다. 올 성 장률도 4%대를 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산업자원부 조사에 따르면 하반기에 가전·휴대전화·디스플레이 등 12개 주력산업의 생산 증가세가 둔화될 것으로 보인다. 또 중소기업의 신설법인 수가 줄고 생산을 중단하거나 줄이는 업체 들이 늘어나면서 유휴설비 매물이 증가하는 등 하반기 들어 경기 하락이 가속화하는 징후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더욱 아득한 것은 내년 우리 경제가 올해보다 더 어려워질 것이 라는 점이다. 최근 발표된 현대경제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고 유가, 부동산 위축 등으로 미국의 경기가 하강하고 내년에 중국, 유럽연합(EU) 등 세계 경제의 후퇴가 예상됨에 따라 대외의존도 가 높은 한국 경제는 상당히 둔화되리라는 것이다. 현대경제연구 원뿐만 아니라 많은 대내외 경제연구소들의 한결 같은 전망이다.

경제 성장이 둔화되면 가장 피해를 보는 사람들이 서민들이다.

일자리 감소로 실업자가 되고 매출 감소로 중소 자영업자들이 파 산하여 빈곤층으로 전락한다. 참여정부 들어 신빈곤층이 늘었고, 올 상반기 중 개인파산 신청자가 5만명에 육박하여 사상 최대치 를 기록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행태를 보면 과연 이 정부가 국민의 먹고 사는 문제에 관심이나 있는지 의심스럽다. 정작 경제 활성 화에 필요한 규제는 완화하지 않고 게임 관련 규제만 완화시켜 곳곳을 도박장으로 만들어 서민들의 호주머니를 털게 하더니 정 치적인 공방으로 세월을 보내고 있다. 수십조 원의 비용이 들어 감으 로써 국민의 삶이 얼마나 더 고단하게 될지는 생각하지도 않고 전시 작통권 단독 행사에 목을 매고 있다.

최근 열린우리당 김근태 의장과 정책팀이 출자총액제한제 폐지, 경영권 보호 장치 마련, 수도권 공장총량제 부분 완화 등의 정책 을 제안했을 때 대통령이 정부 여당의 정체성 등을 거론하며 출 총제 폐지 등에 반대 입장을 취하고 있다. 김 의장의 말대로 “ 지난 10년 동안 민주세력은 먹고 사는 문제에 무능했다”. 기업 의욕을 북돋우고 시장경제를 활성화시키기보다는 억제하고 마비시 키는 정책을 남발했다. 세금폭탄, 무분별한 부동산 정책, 규제강 화, 큰 정부, 반기업 정서 등으로 경제를 침체에 빠뜨렸다. 공허 한 양극화 문제에 매달려 분배와 균형을 외치는 독선으로 국민의 삶을 피폐하게 만들었다.

경제는 흐르는 물과 같다. 물이 위에서 아래로 흐르듯이 경제에 는 움직이는 원리가 있다.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물을 아래에서 위로 흐르게 하려면 고통과 어려움이 따르듯이 경제 원리를 거스 르는 정책을 펴면 국민이 고통과 어려움을 겪는다.

정부의 규제가 많으면 백성이 가난해지고, 백성들이 굶주리는 것 은 국가에서 세금을 많이 거두어 가기 때문이라고 했다. 노자의 말이다. 그래서 그는 나라 다스리기를 ‘작은 생선 굽듯이’ 하 라고 가르친다. 그래야 국민이 잘살고 행복해진다는 것이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더 늦기 전에 빨리 방향을 바꾸어 시장 경제 원리에 입각한 정책을 실시하면 다시 경제가 살아나 국민의 생활이 나아질 수 있다.

이 사실은 독일의 경우에서도 확인된다. 지난 30년 동안 노동부 문의 경직적인 제도와 각종 복지제도 등으로 고실업 저성장 상태 에 빠져 ‘유럽의 병자’라는 조롱을 받아 왔던 독일 경제가 살 아나기 시작했다. 메르켈 총리 취임 이후 법인세율을 낮추는 투 자활성화 대책과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높이는 정책을 추진한 결 과다.

- 문화일보 2006년 8월 31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