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근 - 기업도시 이대로 좋은가


동문기고 이성근 - 기업도시 이대로 좋은가

작성일 2006-10-08

[헤럴드 포럼]기업도시 이대로 좋은가
 
-- 이성근 (임학73/ 25회 경희대 부동산학 교수ㆍ한국부동산정책학회장) --

2003년 전경련이 기업도시 개발을 제안해 2004년 정부가 특별법을 만들었고, 2005년 기업도시 6곳 중 3곳이 관광레저형으로 선정됐다. 투자활성화로 일자리를 창출하고, 지역경제를 활성화해서 국가 균형발전을 달성하고자 하는 뜻을 담고 기업도시 개발이 출발점에 서 있는 셈이다. 그러나 그 속내를 들여다 보면 과연 일자리 창출이 가능할지 의문이다. 특히 전북 무주, 전남 해남ㆍ영암, 충남 태안 관광레저형 개발에 모두 골프장을 짓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어, 이러한 사업계획은 공공성 및 일자리 창출 효과에 미진할 수밖에 없다. 또 무의도 관광단지와 시화지구 등에 대규모 골프장을 지을 예정이어서 이들 관광레저도시의 골프장에 과연 수요가 충분히 뒷받침될지 의문시된다.

이를 감안한다면 기업도시 개발계획이 본래의 취지에 타당성이 있고 적합한지, 아니면 주변의 땅값만 부추기는 역할을 주도하면서 수익성에 지나치게 의존해 부동산개발업으로 변질되고 있는지, 정부는 개발계획 승인과정에서 중장기적인 대안을 가지고 면밀하게 다시 한번 검토해야 한다. 개발계획 승인이 나면 주변 땅값 상승은 당연하다. 예컨대 기업도시 무주의 땅값이 2005년 7월부터 금년 6월까지 12% 올라 같은 기간 전국 평균상승률 5%의 2배를 넘어섰다. 이제 정부는 부동산의 각종 세제 강화로 개인의 보유세, 종부세를 실현해 가는 시점에서 기업의 특혜 시비를 없애기 위해 개발이익 환수장치는 제대로 되어 있는지 주의 깊게 살펴보아야 하며, 개발이익 환수가 지역사회 개발에 사용되도록 제도적인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관광레저도시의 개발 주체는 기업이다. 기업이 땅을 사들여 직접 개발하는 자족형 도시다. 기업이 지나친 사업적 이윤 추구만을 고려해 환경보존을 게을리 한다면 그 지역이 갖고 있는 천혜의 자연생태를 파괴할 수도 있다. 지난 1979년 서산 태안 일대 간척지 사업에 착수한 이후 세간의 기억에서 잠시 잊혀진 현대 서산 간척지, 지금은 관광레저형 기업도시로 선정된 이후 태안군과 현대건설은 사업을 조기에 가시화하고 개발계획안 승인을 받기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러나 농업진흥구역으로 지정돼 개발이 어려웠지만 기업도시개발특별법이 시행돼 개발규제가 완화되면서, 특혜 시비 논란에서 벗어나기 위해 간척지에서 기업도시로 선정되는 과정에서 농지보존 범위를 100만평으로 확대하고 유사시 226만평을 농지로 환원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확약서를 제출했다. 기업관광레저도시가 기대한 만큼 제대로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전체 개발구역 토지의 91.2%를 현대건설이 소유하고 있고, 가용지 면적 중 골프장이 65.3%를 차지해 과잉공급의 소지가 있으며, 타 지역 골프장과의 차별화된 새로운 아이디어가 부족해 과연 관광객 유치에 성공할 수 있을지, 해외로 나가는 연간 골프 인원 50만명 가운데 어느 정도의 숫자가 국내로 눈을 돌릴지 많은 고민을 해야 한다. 자칫하면 간척지가 땅 투기 개발로 전락해 천혜의 철새도래지 자연환경을 파괴할 수도 있다.

개발구역으로 지정받고 차후 개발을 지연한다거나 사업시행자의 적자 누적 등으로 인한 사업중단 문제가 발생하면 그 피해는 누구의 몫인가. 기업도시의 경제적 효과가 그 지역주민들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일자리 창출은 얼마나 되는지 세심하게 분석해 보아야 한다. 관광레저도시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국내외 관광객의 수요 창출이 관건이라 할 수 있다. 현재의 개발계획으로 외국 관광객이 얼마나 우리나라에 와서 소비를 하고 갈 수 있을까. 이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다. 한 예로, 겨울철을 대비해 특수한 관광상품 개발이 부족한 가운데 유사한 플랜을 가지고 개발된다면 지역간 심각한 경쟁에 휩싸일 수 있다.

관광레저형 기업도시 승인과정에서 지속 가능성을 냉정하게 재평가하고 사업 추진과정에서 야기될 수 있는 부작용을 최대한 줄일 수 있도록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보다 폭넓은 전문가들의 의견 수렴이 필요한 시점이다. 재차 `바다 이야기`가 나와서는 곤란하다는 얘기이다.

- 헤럴드경제 2006년 8월 29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