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준 - "명분 좇다 실리 잃는 작통권 환수"


동문기고 권영준 - "명분 좇다 실리 잃는 작통권 환수"

작성일 2006-10-08

[시론] "명분 좇다 실리 잃는 작통권 환수"

-- 권영준 (경희대 교수·경영학) --

지속되는 원유가의 고공행진과 환율하락, 그리고 글로벌 금리인상으로 최근 우리 경제의 단발 엔진인 수출마저도 불안해지면서 하반기 경제에 적신호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경제적 요인만 해도 머리가 지끈거리는 상태인데, 정권 말기를 앞두고 곳곳에서 불확실성이 증대되고 시스템이 깨지는 소리가 작지 않다. 특히 국민을 불안하게 하는 것은 전시 작전통제권을 둘러싸고 발생한 한·미 군사동맹의 균열조짐에 관한 것이다.

전시 작전통제권이란 평소에 우리나라 대통령이 행사하는 작전지휘권과는 달리 전쟁시만 발동하는 것이기 때문에 자주국방의 능력이 완벽하게 준비되지 않았을 때 작전통제권을 독자행사하겠다는 것은 명분은 좋으나, 전쟁 수행능력과 실리(최소 620조원 내지 1000조원의 예산절감 효과)라는 측면에서 너무나 무모한 주장이라는 비판이 경제 전문가들에게 설득력을 얻고 있다. 더욱이 사람이나 국가나 의리를 저버린다면 상대방으로부터 신뢰를 받을 수 없다. 아무리 친북 좌파세력들이 날뛴다 해도 1948년 정부수립 이후 자유민주주의의 정통성을 쌓아온 대한민국 정부가 6·25전쟁 당시의 미군의 역할을 폄하하거나 한·미 동맹조약의 정신을 훼손하는 발언을 남발할 경우 국제사회에서 동맹국가를 보유할 수 없을 것이다.

일전에 미 하원 국제관계위원장 헨리 하이드 의원은 노구를 이끌고 인천의 맥아더 장군 동상에 헌화하면서 나라를 걱정하는 많은 국민의 심금을 울리는 말을 전했는데 “새 친구를 얻었다고 옛 친구를 버리지 말라”는 것이다. 오늘날 우리 정부의 외교문제를 한마디로 잘 표현했다.

열린우리당이 지방선거 대패의 원인을 주로 경제문제에서만 찾는 듯한 인상인데, 필자의 분석으로는 경제문제보다는 오히려 외교안보문제와 더 연관이 있는 듯하다. 최근에 김근태 의장이 재벌을 찾아다니면서 소위 ‘뉴딜’이라는 명목으로 재계의 바짓가랑이를 붙드는 것 같은 인상을 주고 있다. 이는 번지수를 잘못 찾은 것 같다.

물론 투자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이 결코 과소평가될 수 없는 것이긴 하지만, 경제문제는 자유롭고 공정한 시장경제원리로 풀어야 한다. 원래 상인은 장사되는 곳에는 전쟁터도 마다 않고 찾아간다. 돈 되는 장사가 있으면 투자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것이고 경기가 불투명하고 위험요인이 많아 보이면 아무리 허리띠를 잡고 밀어붙여도 절대로 투자하지 않는 것이 기업의 생리다. 이는 이미 참여정부에서도 여러 번 경험한 것 아닌가?

정권 출범 초부터 대통령이 청와대로 재벌 총수를 불러서 수차례에 걸쳐 부탁도 하고, 2005년 초에 소위 ‘반부패 투명사회협약’이라는 그럴듯한 협약을 맺어서 집단소송제에서 분식회계 요건을 빼주는 대신 기업들은 더 투자하고 일자리 창출에 진력한다는 약속을 하였으나, 결과는 매우 부정적이었다. 오히려 재벌들은 투자는 별로 하지 않았고 두산그룹의 분식회계사건, 삼성그룹의 X-파일 사건, 현대자동차그룹의 횡령과 배임 사건 등으로 나라와 경제가 더 혼란스러워지기만 했던 것을 여당 수뇌부는 벌써 망각했다는 것인지 이해가 안 간다.

오히려 여당이 해야 할 첫 번째 일은 지금 대다수 국민이 혼란스러워하는 한·미 군사동맹의 향방과 외교마찰 등의 불안요인을 빨리 제거하는 것이다.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구별 못 한다면 그것이야말로 대표적인 아마추어이고 갈팡질팡하는 역선택적 정당이라고 비난 받을 수밖에 없다.

- 주간조선 2006년 8월 28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