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균 - 시청자와 스포츠가 봉인가?


동문기고 김도균 - 시청자와 스포츠가 봉인가?

작성일 2006-10-08

[스포츠24시]시청자와 스포츠가 봉인가?
 대형 스포츠 이벤트 방송사간 출혈경쟁
중계권료 보다 더 벌기위해 광고 늘려
기업도 부담이지만 결국엔 소비자 피해
 
김도균 (체육84/ 40회, 경희대 체육대학원 교수)

KBS, MBC, SBS 등 방송 3사가 방송사간 과당 경쟁과 이로 인해 TV 중계권료 인상에서 발생될 외화 유출을 줄이기 위해 ‘코리아풀’이라는 단일 창구를 구성하여 월드컵과 올림픽 등의 중요 스포츠 이벤트에 대해서는 중계권 공조 협상을 벌여왔다.
방송 3사는 이전부터 주요 스포츠 TV 중계권을 놓고 자주 마찰을 빚어 왔다. 이 와중에 KBS가 IB스포츠와 월드컵 아시아지역 예선 중계권을 단독으로 사들여 공조를 무너뜨렸고, MBC는 MLB와 중계권 독점계약을 맺었다. SBS는 2010∼2016년 동·하계 올림픽 및 월드컵 독점 중계권을 과거보다 100% 이상 뛴 금액인 2억달러 이상으로 계약했는데, 이에 KBS와 MBC는 자사의 프로그램을 통해 SBS가 계약을 파기하고 독점 중계권을 따냈다고 비난하면서 방송 3사간의 이전투구가 치열하게 전개됐다.

월드컵과 올림픽의 경우 수입의 절반 이상이 TV 중계권료를 통해서 들어온다. 이는 스포츠 자체가 무한한 수요를 지닌 독점적인 콘텐츠인 킬러콘텐츠이기 때문이다.

방송의 생명은 콘텐츠다. 스포츠 콘텐츠는 다른 드라마나 연예 프로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으로 제작이 가능하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방송 중간중간에 높은 가격으로 광고를 팔 수 있다는 특징 때문에 그 가치가 다른 어느 것보다도 높게 평가를 받고 있다.

월드컵과 올림픽은 지금까지의 다른 스포츠 이벤트와는 달리 ‘코리아풀’ 구성의 마지막 영역으로 남아 있었기에 방송국 간의 논란이 더욱 치열한지도 모른다.

대형 스포츠 이벤트 마다 방송사 간의 마찰을 빚어온 사실을 국민들은 알고 있다. 이번 SBS의 독점 계약에 관한 사항도 회사간의 사적인 대결일 가능성이 크기에 시청자들의 시선이 그리 곱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또한 이중 잣대에 의한 상대방 비난은 자신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스스로를 합리화하려는 수단에 지나지 않는다.

SBS가 월드컵과 올림픽 두개의 계약을 위해 쏟아부은 돈이 과연 투자가치 만큼 금액을 다시 회수 할 수 있을 정도의 경제적인 가치가 있는가. 많은 사람들이 지나치게 높은 금액으로 계약을 했다는 비판을 강하게 하고 있다.

현재까지의 스포츠 방송이 지상파 중심으로 이루어져 왔지만 2010년 이후에는 케이블, 위성, 인터넷, 그리고 DMB에 이르는 다양한 경로를 통한 중계가 이루어질 가능성이 크다. 결국 스포츠에 대한 관심을 가진 시청자의 볼 권리를 볼모로 올라간 중계권료를 만회하기 위해 모든 마케팅 수단을 동원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006 독일월드컵축구 사례를 보자. 방송 3사는 중계권료 지출에 따른 수입 확보를 위해 경기 중복 편성 등으로 시청자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고 그 피해는 오로지 시청자의 몫으로 돌아온 것이다.

중계권 확보를 위한 출혈 경쟁은 고스란히 시청자인 소비자의 부담으로 돌아온다. 중계권료를 만회하기 위해 광고가 늘어나고 광고비에 대한 기업의 부담은 결국 소비자의 몫으로 부가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시청자들의 볼 권리를 독점하기 때문에 그들의 전쟁이 아니라 엄밀히 말하면 소비자들과의 전쟁인 것이다.

또한 과연 그렇게 거두어들인 중계권료가 스포츠 발전을 위해서 사용되는지도 의문이다. 종목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겠지만 국외로 유출되는 돈이 우리 스포츠 발전을 위해 사용된다고 생각하는 시청자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

스포츠에 대한 수요가 현실적으로 높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시청자의 요구를 정확히 파악해 상업적인 논리보다도 시청자들의 이익을 먼저 고려하는 방송으로 거듭나기 위한 각고의 노력이 필요하다. 방송사들은 이를 위해 최선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 스포츠월드 2006년 8월 26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