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철 - 세계 최고 수준의 군대’ 능력과 필요성 검토가 우선이다


동문기고 신용철 - 세계 최고 수준의 군대’ 능력과 필요성 검토가 우선이다

작성일 2006-10-08

[독자 칼럼] ‘세계 최고 수준의 군대’ 능력과 필요성 검토가 우선이다

신용철 (사학60/ 12회, 경희대 중국사 명예교수)
 
지금 우리사회는 ‘한국군의 전시작전통제권 환수’를 둘러싼 논란으로 뜨겁다. 너무 이르다거나 혹은 충분하다는 식의 상반된 주장들이 연일 쟁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군사문제에 전문적 식견이 없는 나로서는 군사적인 측면에서 이 문제를 두고 이러쿵저러쿵 할 생각은 없다.

다만 ‘우리 군을 세계 최고 수준의 군대로 만들기 위해서’ 환수시기를 앞당겨도 문제가 없다는 주장에는 수긍할 수 없다. 이는 군사제도만이 아니라 정치·경제 등의 복합적인 문제들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우선 우리의 경제력으로 단시일 내에 ‘세계 최고 수준의 군대’를 만들 능력이 있는가에 의문이 생긴다. 설사 우리가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의 엄청난 경제적 부담을 무릅쓰고 세계 최첨단의 무기를 사들인다 해도 우리 군이 쉽게 ‘세계 최고 수준의 군대’가 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세계 최고의 군대는 그 나라의 총체적 국민의 힘이 결집된 것이지 군사 장비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의 실정에서 과연 ‘세계 최고 수준의 군대’가 왜 필요한가도 고민해야 할 문제이다. 통일을 위해서? 아니면 주변의 강국들을 제압하기 위해서? 군사력만으로 그 모두를 해결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막강한 독일 역시 군사력이 아닌 외교 및 강대국과의 타협과 지원으로 통일했음을 우리는 잘 알고 있지 않은가? 무엇보다 국력을 돌보지 않는 과도한 군사비 지출은 결국 한 나라를 멸망으로 이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국력을 지탱하지 못해 외적이 침입하기 전 먼저 나라가 쓰러지는 예를 우리는 역사를 통해 너무 잘 알고 있다. 미국의 유명한 역사학자 폴 케네디는 그의 저서 ‘강대국의 흥망’에서 이를 정확하게 지적한 바 있다. 잦은 고구려 침략으로 멸망한 7세기 초의 중국 수(隋·581-618) 왕조나 16세기 말 임진왜란을 원조했던 중국의 명 왕조(1368~1644)도 군사비 과다지출이 멸망의 한 원인이었다.

이런 주장들은 ‘자주’를 강조하며 군사력의 증강을 위해 미사일을 쏘아 스스로 국제적인 고립을 자초하는 북한정권을 연상하게 한다. 국민의 먹는 문제조차 해결 못하면서 세계를 위협할 첨단의 무기를 개발하려는 북한 정권의 무모함과 어리석음은 바로 ‘군사비의 과도한 지출이 강대국조차 멸망케 했다.’ 는 폴 케네디의 주장을 떠올리게 한다.

1990년대 구 소련의 붕괴나 최근의 북한 등에서 우리는 그 실례를 너무나 분명하게 보고 있다. ‘세계 최고의 군대’를 위해 전시작전권 환수를 앞당겨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지나침이 못 미치는 것 보다 못하다’는 경구에서 교훈을 얻어야 할 것이다.

- 조선일보 2006년 8월 24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