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기고
곽재성 - '자원전쟁' 은 국가 생존경쟁
[NIE] '자원전쟁' 은 국가 생존경쟁
곽재성 (경희대 아태국제대학원 교수)
[중앙일보] 지구 자원이 줄면서 이를 확보하려는 나라 사이의 경쟁이 치열하다. 국가마다 다른 나라의 유전과 광산을 사들이거나 자국의 자원을 지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자원 전쟁'의 상황을 알아보고, 자원민족주의의 문제점은 무엇인지 등을 공부한다.
◆ 자원민족주의 현황=자원민족주의란 자기 나라 자원에 대해 국가가 외부의 개입을 막고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을 말한다. 이는 자원에 대한 주권을 확립하고 자주적 이용을 통해 과거 선진국 의존형의 발전 전략에서 벗어나기 위함이다.
자원민족주의가 세계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1970년대 닥쳤던 석유값 파동이다. 그 뒤 각종 자원의 국제 가격이 안정을 찾으며 사라지는 듯했다. 그러나 최근 중국의 급격한 산업화로 자원 수요가 급증해 거의 모든 에너지와 광물 자원 값이 치솟으며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남미의 경우 베네수엘라와 볼리비아.에콰도르 등을 중심으로 석유.가스 등의 자원 무기화 경향이 강하다. 세계 5대 산유국인 베네수엘라는 지난해부터 다국적기업의 석유 생산에 대해 세금을 두 배로 올렸다. 또 외국 기업이 참여한 유전 개발 사업의 지분 60%를 베네수엘라 석유공사(PDVSA)에 넘기도록 하는 내용의 자원 국유화 조치를 단행했다.
러시아까지 자원민족주의에 가세했다. 러시아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산유국 1,2위를 다투고 있으며, 천연가스 매장량과 생산량이 세계 최대다. 그런데 올 1월 1일부터 형제국이나 다름없던 우크라이나에 천연가스 공급을 모두 중단해 유럽 전역을 불안으로 몰아넣었다.
◆ 자원민족주의 문제점=자원민족주의는 에너지 자원과 원.부자재 값 상승을 부채질해 세계 경제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친다. 우리나라나 일본 등 거의 모든 자원을 수입해 쓰며 무역 규모가 큰 국가에서 생산하는 공산품 값은 오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결국 이들 국가에서 물품을 수입하는 자원 보유국에도 부담이 되돌아간다.
자원을 국유화하면 당장에는 대중의 인기를 얻고, 수출로 많은 이익을 얻게 된다. 그러나 개발도상국의 경우 기술 개발이나 산업화를 통해 발전하기보다는 천연자원에만 의존하게 돼 장기적으로 국가 발전에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 천연자원이 고갈되면 국가 재정이 나빠지기 때문이다.
자원 생산과 관련된 국가의 통제가 확대되면 민간 기업의 투자 의욕도 줄어 필수적인 투자를 가로막고 비효율을 키울 수도 있다.
◆ 한국의 실태=우리나라의 경우 지금 외국에서 제약 없이 가져다 쓸 수 있는 석유와 가스는 전체 수요량의 4% 수준이다. 따라서 자원 무기화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따라서 우리도 선진국들처럼 해외 자원 개발에 적극 나서지 않으면 안 된다.
전체 석유 도입량 가운데 중동산이 80%를 차지할 정도로 편중된 원유 수입처를 아프리카나 중남미 등으로 다변화하는 일도 시급한 과제다. 시베리아산 천연가스를 끌어다 쓸 수 있도록 러시아와 일본.북한 등과의 외교 협력도 강화해야 한다. 해외 자원 개발의 후발 주자인 우리나라에는 자원민족주의 흐름이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자원민족주의를 내세우는 나라들의 경우 시장논리보다 집권층의 뜻에 따라 유전 또는 광산의 주인이 결정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단순 입찰 경쟁에서는 자금력과 경험이 풍부한 해외 기업을 이기기 어렵지만, 외교 역량을 기울여 자원민족주의를 내세우는 나라의 집권층 안에 탄탄한 인맥을 구축할 경우 자원 확보 가능성이 커지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현재 자원 외교를 강화하는 추세다. 대통령이 나서 나이지리아 심해 광구, 카스피해 광구, 서캄차카 광구, 몽골 동광 등을 확보했다. 우즈베키스탄과의 정상회담으로 금광 개발권 등에 합의했으며, 동과 우라늄.무연탄 등의 개발도 추진하고 있다. 최근에는 캐나다의 오일 샌드를 확보하기도 했다.
- 중앙일보 2006년 8월 19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