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기고
김상준 - 생명은 어디서 왔을까?
[과학칼럼] 생명은 어디서 왔을까?
-- 김상준 (경희대교수·우주과학) --
전번 칼럼에서 우주 속에는 우리와 같이 지능을 가진 생물체가 존재할 가능성이 크다고 언급했다. 천문학자들의 광범위한 우주 관측에 의하면 태양 및 태양계 내의 물질들은 우주 초기에 생겨서 거의 변하지 않은 천체를 제외하곤 다른 천체의 성분비와 아주 비슷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태양계 내에서 일어날 수 있는 화학반응들이 다른 천체에서도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고, 적당한 온도와 환경이 주어진다면 다른 천체에서도 생명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을 것이다.
생명 발생이론으로는 아직까지 중·고등학교 교과서에서 언급되고 있는 자연발생설이 유력하지만, 오래되어 거의 잊히고 있었던 천체도래설은 20세기 말 다음과 같은 사례로 인하여 다시 각광받고 있다.
1994년 7월 Shoemaker-Levy 9라고 명명된 커다란 혜성이 목성을 지나다가 목성의 강력한 조석력에 의해 분해되어 지름 수㎞의 22개 혜성조각으로 변하여 결국에는 목성과 하나하나 충돌하는 장관을 인류는 10여일에 걸쳐서 목격하였다.
지구라고 안심할 수 없다. 인공위성 관측에 의한 지구 표면 조사에 의하면 100여개의 거대한 충돌 자국을 볼 수 있다. 만약에 이러한 혜성이 지구와 충돌하였는데 혜성 얼음 속에 미생물이 냉동되어 있었고 충돌 후 얼음파편 속에 이들이 온전하게 보전되어 분해되지 않았다면 새로운 생명체의 지구 유입이 가능할 것이다.
-다시 주목받는 천체도래설-
또한 98년에는 미 항공우주국이 화성에서 온 운석 속에서 화성 미생물의 화석을 발견하였다고 주장하였다. 아직 이 발견에 대한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거대한 충돌 후 화성 지표면 파편이 우주로 튀어 올라 운석이 된 후 행성 간 여행을 한 뒤 지구 속으로의 DNA 주입 가능성을 열어놓은 것이다.
우리는 지금까지 할리우드 영화에서 보아왔듯이 천체 충돌 재앙이 생물을 멸망시킬 수 있다고 생각해 왔다. 그러나 이러한 발견들이 암시하는 것은 한 행성에서의 많은 생명들의 불행이 또 다른 행성에는 생명 발생이라는 축복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른 별들 간의 거리는 멀지만, 별똥별이 초속 수십㎞ 속도로 수억 년 동안 여행한다면 멀고 먼 다른 별 주위 지구와 같은 행성에로의 DNA 주입도 가능할 것이다.
생명의 천체도래설에 힘을 실어주는 또 하나의 이유는 우주의 나이 약 1백30억년에 비하여 태양의 나이는 약 50억년, 지구의 나이는 약 45억년으로 우주에 비해 아주 젊다는 사실이다.
현대천문학의 연구결과에 의하면 태양은 우주 시초의 빅뱅 이후 곧 생긴 별이 아니라 초기 별들이 늙어 죽으면서 우주공간으로 방출한 ‘재’들이 다시 뭉쳐 생긴 별이라고 한다.
초기에 생긴 별들 중 무거운 별들은 대부분 일찍 죽고 지금 은하계 주변에 있는 대부분 별들은 이들 ‘재’가 다시 뭉쳐 생긴 것들이다. 우주 탄생 이후 태양이 탄생하기까지 80억년동안 그 수많은 별들 속에서 생명이 자라지 않았을 확률은 거의 없다고 보아야 한다.
-혜성 미생물 지구유입 가능성-
생명의 자연발생설에 대한 한 가지 의문점은 박테리아와 같은 미세화석 연구에 의하면 지구 탄생 초기 극심한 운석, 혜성 충돌이 끝난 직후 이러한 미세 생명체가 곧 발생했다는 것이다.
우리가 아는 DNA 구조는 아무리 하등생물의 것이라 하더라도 최소한 수백만 개의 원소들이 질서 정연하게 배열되어 있다. 이러한 구조가 우연히 원시 웅덩이에서 자연 발생에 의해 생성되고 번식할 수 있으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했던 것이 아닐까? 지구 초기에는 운석, 혜성 충돌이 잦아 지구 표면은 거의 불바다였다.
이러한 충돌이 잦아들었지만 아직 생명체에 우호적이지 않던 환경에서 곧 미세 생명체가 생겼다는 것은 원시 웅덩이에서의 자연발생보다 지구에 떨어지던 운석, 혜성에 묻어온 미생물 때문이 아닐까? 앞으로 이 분야에 대한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할 것이다.
- 경향신문 2006년 8월 4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