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기고
이기종 - 21세기 선진한국의 리더십
[여의도 포럼―이기종] 21세기 선진한국의 리더십
이기종 (정외71/ 23회, 경희대 교수·호텔관광대학장)
국가든 사회집단이든 리더십은 조직의 목표를 이뤄가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다. ‘김병준 논문 파동’을 지켜보며 재확인한 바는 우리 국민이 지도자에 대해 남다른 능력과 함께 높은 도덕적 수준을 요구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내년이 되면 연초부터 대선정국이 펼쳐질 게 뻔하다. GDP 세계 11위인 한국이 명실공히 세계 10대 선진강국 대열,더 나아가 G8 혹은 G7에 합류할 수 있을 것인지 아니면 경제성장 하락,사회혼란 등으로 개발도상국 수준을 계속 맴돌 것인지도 내년 쯤엔 전망이 가능해질 것이다.
굳이 강조할 필요도 없이,21세기 선진한국을 창출할 리더들은 세계사적 흐름과 한국적 상황을 직시하여야 한다. 20세기의 세계를 지배한 구조는 이념 대결에 바탕을 둔 미·소 양극화 체제였다. 그렇지만 우리가 그 초입에 들어서 있는 21세기의 세계는 다극화 또는 미국이 세계를 주도하는 단극체제의 구조를 보이고 있다. 지금은 또 하버드대학이 새뮤얼 헌팅턴 교수가 지적한 바 문명 충돌의 시대이기도 하다. 미국-이라크 전,레바논 사태 등이 보여주는 바가 그것이다. 장기적으로는 미·중 대결이란 형태의 동서문명 충돌이 예견되기도 한다.
우리의 대내외적 상황은 어떠한가. 여전한 분단상황 속에서 남북 화해와 협력이란 새로운 활로를 모색,개척해가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금세기에 들어와 남북정상회담이 성사되고 화해 협력의 분위기가 형성되었다. 이에 힘입어 남북간 인적 물적 교류와 경제 협력이 비약적으로 증가했다. 그러나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이로 인한 남북관계의 경색이 보여주듯 한반도를 에워싼 국제사회의 역학관계는 여전히 안정되지 못했다. 향후 전망도 썩 밝지는 못하다.
세계적 차원의 미·중 양강 구도와,동북아 차원의 중·일 경쟁구도가 표면화할 경우 우리는 그 세력경쟁의 접점에 놓일 수밖에 없다. 한때 ‘동북아 균형자론’이 대두된 바 있으나 이는 한국이 상응하는 국력을 갖출 때나 기대 또는 시도할 수 있는 역할이다. 주변 국가들과의 현격한 국력의 차이가 해소되지 않을 경우엔 동맹을 포함한 약소국 외교이론에서 활로를 찾을 수밖에 없겠다.
최근 전시 작전통제권 환수 문제가 한·미 군사동맹의 현안으로 제기되었고 한·미 FTA 협상도 논란 속에 진행되고 있다. 한·미관계,그리고 동북아 세력 구조가 근본적인 변화의 조짐을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대단히 중요하고 민감한 시기인 만큼 우리의 정치지도자들은 동북아 세력 균형의 역학관계를 예의 주시하여 국가안보의 기반 위에서 국가이익을 지켜고 늘려가는 지혜를 발휘할 수 있어야 한다.
정부수립 이후 한국정치는 독재,군부 집권의 숱한 곤경과 우여곡절을 거치면서도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괄목할 만한 산업화에 성공했다. 그리고 1990년대를 거치며 정치민주화의 진척도를 보였고 지금은 국민 참여가 강조되는 참여정부 시대를 지나고 있다. 정치지도자들은 당연히 시대 흐름에 적응하면서 시대 정신에 부응하여 새로운 가치,선진 국가를 이뤄낼 수 있는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어야 한다.
낡은 정치의 틀을 깨고 선진국에 걸맞은 정치·경제·사회·문화적 역량을 갖춘 나라를 만드는 것이야말로 새 시대 정치리더의 가장 큰 책무라고 하겠다. 대외적으로는 동북아 경제·안보 협력시스템 창출을 주도할 수 있도록 우리의 역량을 키우면서 국제관계를 발전시켜가야 한다.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21세기 선진 한국의 리더십은 도덕적 정당성의 기반 위에서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시대의 요청에 부응하는 예지,혜안,역량,용기로 정리할 수 있겠다.
- 국민일보 2006년 8월 4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