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호 - 국민이 참여하는 정부혁신


동문기고 김종호 - 국민이 참여하는 정부혁신

작성일 2006-10-02
[테마진단] 국민이 참여하는 정부혁신

김종호 (경희대 행정학과 교수)
 
혁신(innovation)이란 J A 슘페터의 경제발전론 중심 개념으로 생산을 확대하기 위해 노동 토지 등 생산요소 편성을 변화시키거나 새로운 생산요소를 도입하는 기업가의 행위를 말한다.
기술혁신의 의미로 사용되기도 하나 혁신은 생산기술 변화만이 아니라 블루오션과 같은 신시장이나 신제품 개발, 신자원 획득, 생산조직 개선 또는 신제도 도입 등도 포함하는 보다 넓은 개념이다.

경제학에서 발전된 혁신의 개념이 이제는 공공 부문을 포함한 모든 분야에 적용되고 있다. 특히 행정환경과 패러다임 변화에 따라 공공행정 분야에서도 속도와 창의성이 승패를 좌우하며 독점적이었던 정부도 이제는 민간 부문과 경쟁해야 한다. 이제 사회 전 분야가 변화와 혁신 없이는 생존과 번영이 어려운 속도와 경쟁 시대에 살고 있다. 달리는 자동차 바퀴를 달리는 상태에서 바꿔야 할 정도다.

참여정부는 출범하면서 '투명하고 일 잘하는 정부'를 통해 세계 10위권 선진국가와 국민이 편안하고 행복한 나라 구현이라는 비전을 제시하였다. 이러한 비전 아래 다섯 가지 세부 목표를 구현하려 했다. 시스템과 성과 중심의 효율적 정부, 상사가 아닌 국민에게 봉사하는 정부, 투명한 정부, 중앙에서 지방으로, 수직에서 수평으로 분권화한 정부 그리고 정부 주도에서 국민 참여와 함께하는 정부가 참여정부의 정부혁신 5대 목표인 것이다.

이를 통하여 행정구조뿐만 아니라 업무프로세스, 일하는 방식, 행정제도, 관행, 문화 등 행정 전반에 걸쳐 창조적 변화를 촉진하는 정부혁신을 추진하여 왔다.

하지만 이렇게 의욕적인 참여정부의 정부혁신 과제는 여러 문제를 노출하기도 하였다. 다양한 외부적 환경으로 인한 문제뿐만 아니라 내부적 문제가 직접적인 장애요인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즉 혁신이 진화하고 성숙해가는 과정에서 구성원의 저항과 피로는 필연적으로 발생하게 된다. 이러한 저항의 원인은 습관ㆍ관성, 가치관 갈등, 신분에 대한 불안과 같은 인간 본연의 변화 거부 심리와 구체화하지 않은 성과에 대한 낮은 기대 등에서 기인하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저항은 혁신이 발전함에 따라 점차 감소한다는 소신 아래 지속적으로 정부혁신 과제는 추진되어야 한다.

얼마 전 정부혁신에 대한 심층적 설문조사가 있었다. 이 조사에서 참여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혁신의 내재화 단계에서 이제까지 간과했던 매우 중요한 문제점이 드러났다. 정부혁신 필요성과 지속적 추진에 대해서는 공무원, 전문가 그리고 국민 모두가 80% 이상 긍정적 대답을 하여 이에 대한 강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었다. 하지만 국민 중 8.8%만이 정부혁신에 대한 구체적 내용을 인지하고 있었고 혁신 성과에 대해서도 국민 중 50%만이 체감하고 있어 공무원이나 전문가집단에 비하여 현저히 낮은 혁신성과 체감도를 나타냈다.

이는 혁신의 가장 큰 성공요인으로 '고객'을 강조한 미국 대기업 CEO를 대상으로 한 경쟁력위원회(Council on Competitiveness) 설문조사에서도 확인되고 있는 것이다. 이를 토대로 하여 만들어진 '미국을 혁신하라(Innovate America)'라는 미국 정부 보고서에서도 고객참여형 혁신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사기업들이 고객을 대상으로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듯이 정부도 국민(정책고객)에게 그들이 원하고 필요로 하는 정책을 제공하여야 한다는 것이 정부혁신의 핵심이자 가장 중요한 성공요인이다.

성공적 기업의 히트상품이 고객 제안으로 개발된 사례는 우리에게 더 이상 새롭지 않다. 정부도 다양한 공공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책결정자가 아닌 그 정책으로 혜택을 보게 되는 정책고객 의견에 따라 정책을 결정하는 진정한 혁신정부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아날로그 사회에서는 정책생산자(결정자)와 소비자(정책고객:국민)간 경계가 확연히 구분되고 정책생산자가 주도권을 가지고 있었지만 혁신 아이디어가 정책고객에게서 나오면서 현대 디지털 사회에서는 무게중심이 국민으로 이동하고 있다.

대통령을 비롯한 정책결정자가 정책고객인 국민 말에 좀더 귀를 기울일 때 진정한 참여정부의 정부혁신이 완성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참여정부는 정부혁신이 이번 정부 전유물로 마무리되어서는 안 되고 다음 정부에서도 계속될 수 있도록 환경조성에 노력해야 할 것이다.

- 매일경제 2006년 8월 1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