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준 - 우주속에 우리는 혼자인가?


동문기고 김상준 - 우주속에 우리는 혼자인가?

작성일 2006-09-22

[과학칼럼] 우주속에 우리는 혼자인가?
 
-- 김상준 (경희대학교 우주과학과 교수) --

선사시대부터 우리 조상들은 고인돌에 별자리를 그리고 요즘처럼 도시의 불빛에 오염되지 않은 맑은 밤하늘과 가까이 지내며 천체의 신비에 많은 관심을 가졌다. 달과 별들을 바라보며 그곳에 누가 살고 있을 것인가 상상해 내는 것은 이집트 사람만이 했던 것은 아니다. 달에 계수나무와 토끼가 있을지 모른다는 식의 상상은 과학의 발달로 다른 형태로 발전되어 갔다. 우리와 비슷한 외계인이 다른 별에 살고 있지 않을까, 그들이 가끔 지구를 방문하지 않았을까 하는 상상은 할리우드의 수많은 외계인 영화로도 발전해 갔다.

천문학자들은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우주는 아주 광활하다는 것을 밝혀냈다. 이 세상에서 가장 빠른 것은 빛의 속도로 1초에 30만㎞이다. 현재 관측할 수 있는 아주 먼 은하는 빛의 속도로 거의 1백억년을 달려야 할 만큼 우주는 광활하다. 또한 이 광활한 우주에는 별도 많다. 우리가 관측 가능한 은하는 1천억개가 넘고, 하나의 은하에는 별들이 대략 1천억개 정도 있다. 그러면 우리가 살고 있는 우주 내에 별들은 1천억 곱하기 1천억 이상 되는 천문학적 숫자이다.

이렇게 광활하고 많은 별들 중에 문명을 가진 생물이 우리 말고 없다면 어떨까? 만약 그렇다면 외계인으로부터 침략당할 염려는 없겠지만, 또 한편으론 오싹하리만큼 이 우주가 적막한 것 아닐까? 그리고 그 많던 외계인 영화와 소설들이 다 허구라면 얼마나 재미없는 우주에 우리는 살고 있는 것일까? 지금 지구촌에는 외계인 동호회도 많이 있고 심지어는 외계인이 우리 인류 조상이었다는 주장을 하는 종교도 있다. 지금까지 미확인비행물체(UFO)나 외계인을 보았다는 보도와 주장들이 많이 있지만 모두가 동의하는 외계인 지구방문의 결정적 증거는 아직 없다. 그러나 다음과 같은 우리의 지식과 추론을 바탕으로 어느 정도 외계인의 존재를 짐작할 수는 있다.

첫째, 20세기 후반부터 수십년간 천문학자들은 광학, 적외선, 전파 망원경을 사용하여 우주를 관측하였고, 다른 별, 은하의 성분들을 분석한 결과 우리 태양계 성분과 매우 흡사하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둘째, 천문학자들은 지난 10여년간 다른 별 주위를 도는 행성(즉 별 주위를 도는 지구나 목성과 같은 천체)을 100개 이상 발견하였다. 아직 지구와 아주 유사한 행성, 즉 중력이나 온도가 지구생물에 적합한 행성은 발견되지 않았지만 다양한 행성들이 발견되었으므로 이러한 추세로 간다면 머지 않은 장래에 지구와 아주 비슷한 행성도 발견되리라 예상된다.

셋째, 위에서 언급했듯이 우주에는 천문학적 숫자의 별들이 존재하고 성분도 서로 비슷하여 지구와 같은 행성이 태양이라는 별에만 존재할 확률은 매우 적다. 옛날 그리스 사람들이 중국이나 아메리카의 존재를 모르고 자신들이 세상의 중심이라고 생각했던 것은 오류였던 것과 같은 맥락이다.

넷째, 향후에 지구와 같은 외계 행성이 발견되더라도 그 행성 속에 문명을 가진 외계인이 살고 있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그러나 이러한 행성들이 점점 더 발견되면 우주 속 수많은 별들 중에 우리는 혼자가 아닐 확률은 점점 더 높아지는 것이다.

만약 우리가 이 광활한 우주 내에 혼자라고 해도 조금도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우리 인류가 서로 싸우지 않고 핵전쟁으로 멸망하지 않고 과학과 우주기술을 발전시켜 좋은 우주선을 만들어 외계 행성들을 하나하나 탐험할 수 있으면 얼마나 흥미진진할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이 행성들을 방문하여 혹시 거기에 우리보다 낮은 문명의 외계인이 살고 있다면, 살짝 나타났다 숨고 하여 그들 가운데 UFO가 있네 없네 하는 논란을 불러일으키며 즐길 수도 있지 않을까?
 
- 경향신문 2006년 6월 23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