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길래 작가가 금속으로 만든 소나무 조형물과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길래 작가 제공 |
‘소나무’ 조각가 이길래
이태원 갤러리 비케이(BK)서
‘Re-Vitality’展
용접 소나무, 묘한 생명력
[e대한경제=이경택 기자] 이길래 작가의 ‘소나무 조형물’ 앞에 선 컬렉터들은 금속으로 만들어졌으면서도 까칠한 나무의 질감과 형태를 비롯 실제 소나무를 쏙 빼닮은 형상에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동파이프와 동철사 등을 활용해 소나무 등을 조각, 자연의 생명력을 표현해온 이길래 작가가 오는 3월10일부터 이태원의 ‘갤러리 비케이(BK Itaewon)’에서 ‘Re-Vitality’란 타이틀로 개인전을 갖는다.
지하 전시장과 지상 3개층, 총 4개의 전시공간을 포함한 갤러리 전관에 걸쳐 진행되는 이번 전시는 작가가 오랜 시간 천착해 온 자연의 원초적 생명력과 생명 의지를 다양한 형식들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자리다.
우선 그의 소나무작품이 마치 겸재 정선의 진경산수화 속 소나무를 정교하게 재현한 듯 보이는 것은 지난한 작품 제작 과정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그는 파이프의 단면을 세포 단위로 생각하여 선이나 고리 모양으로 자르고 용접 작업을 통해 높이 2m에서 크게는 3m에 이르는, 전체적인 소나무 형태를 완성한다. 그리고 그 위에 세심한 붓터치를 더해 나무 표피의 중첩된 거친 마티에르까지 묘사한다. 소나무 표피는 동파이프로, 솔잎은 동선으로 만든다.
이길래 작가의 작품들. 덩이뿌리 작품들도 보인다. |
수백, 수천의 동파이프 조각 같은 인공의 재료들이 모여 세월의 풍상이 배어있는 노송이나 하늘로 치솟은 소나무숲 같은 자연 형상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평론가 박천남은 “이길래는 용접이라는 행위의 반복과 집적, 용접술에 따른 재료의 팽창과 수축의 시종을 온몸으로 함께하며 특유의 생명질을 창출한다. 동(銅)이라는 유연한 재료와 용접이라는 제작술이 지닌 독자적 성결과 과정을 존중하며 특유의 유기적 형상을 빚어낸다”고 설명했다.
전시에서는 옹이를 강조한 덩이뿌리 작업과 철필 드로잉 작업 결과물도 만날 수 있다. 오는 4월7일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