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태진 오제이씨 회장(86)은 구순을 바라보는 나이지만 현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경영자다. 오제이씨는 송 회장이 1979년 창업한 드럼통과 일반관 등 산업용 포장용기와 부탄가스 제조 회사다. 오제이씨와 계열사 오제이씨커머스, 해외 법인을 포함해 지난해 매출액은 약 2000억원에 달한다.
송 회장은 자수성가형 경영자다. 한국전쟁 직전 부친을 여의고 전쟁 중엔 미군 부대에서 노무자 생활도 했다. 몇 차례 낙방한 끝에 대학에 진학하고 거의 독학으로 고등고시 사법과에 합격했다.
사회생활의 출발은 검사였다. 그는 1959년 고등고시 사법과 12회에 합격해 군법무관과 서울지검 검사 등을 지냈다. 1971년에는 관세청으로 옮겨 관세청 감시국장과 부산세관장까지 역임했다.
송 회장은 검사 출신 기업인이라는 사실에 자부심을 갖고 있다. 그는 "법조계 인사 중에 제조업을 설립해 중견기업으로 키운 경영자는 내가 유일하다"며 "검사를 할 때는 세상에 겁날 게 없었는데 기업은 내가 A부터 Z까지 모든 것을 다해야 한다"고 밝혔다. 송 회장은 "기업은 자금·인재·기술·공장·고객 등을 모두 고려해야 하는 종합 예술"이라며 "유능하고 성실하고 정직한 사람을 만나느냐에 따라 기업 운명이 좌우되고, 업종도 잘 선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 회장은 사람과 업종을 잘 만났다. 그가 기업을 키울 수 있게 된 배경에는 고(故) 정상영 KCC그룹 명예회장과의 만남이 있었다. 송 회장과 정 명예회장은 서울 청량초 동기다. 세관장을 그만둔 뒤 변호사 생활을 하던 시절 송 회장은 정 명예회장과 저녁 식사를 함께했다. 당시 송 회장은 서울 영등포 양평동에 있는 공장을 샀는데 이자도 내야 하고 임대가 나가지 않아 걱정이라고 했다. 그러자 정 명예회장이 "그 빈 공장에다 깡통 제조 공장 한번 안 해볼래?"라며 깡통 사업을 제안했다.
송 회장은 "평소 내가 무엇을 만들어 시장에 내놔 시민들이 편리하게 쓰고 그에 따른 돈도 좀 벌었으면 하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며 "그러던 차에 친구(정 명예회장)의 제의로 깡통에 대해 모르면서도 평소 마음속에 품고 있던 희망이 이뤄지는 것 같아 무작정 하겠다고 한 것이 기업을 하게 된 동기"라고 설명했다.
송 회장이 사업을 결심하자 정 명예회장은 여러모로 도움을 줬다. 지금도 KCC는 오제이씨의 고객사다. 오제이씨의 주력 제품은 철제 캔이다. 페인트나 식용유 보관 용도로 사용된다. 그는 "정 명예회장의 신의와 우정에 지금도 항상 감사한 마음을 간직하고 있다"고 전했다.
송 회장은 회사를 세계적인 기업으로 키웠다. 2008년 일본 동경담배상사(TTS)를 인수했으며 2009년 미국 로스앤젤레스, 2015년 중국 상하이, 2018년 베트남 빈즈엉에 해외 지사를 설립했다. 2011년에는 3000만달러 수출의 탑을 수상했으며 휴대용 부탄가스를 전 세계 50여 개국에 수출하고 있다.
송 회장은 "자본주의는 누가 뭐라 해도 시장 중심의 경쟁 원리가 기본"이라면서 "값이 싸고 품질이 좋으며 쓰기 편리해야 하고 인간 삶에 도움이 돼야 한다"고 밝혔다.
오제이씨는 2세로의 경영 승계도 진행하고 있다. 송 회장 자녀 중에선 삼남 송성근 사장이 회사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송 회장은 송 사장과 함께 회사에 ESG 경영(환경·책임·투명경영)을 내재화하는 작업을 펼치고 있다. 친환경 소재로 만든 캔도 개발하고 있다. 10년 전엔 종업원 복지 차원에서 사내 근로복지기금을 설립했다. 기금은 송 회장의 출연금과 그간 모아온 적립금으로 구성됐다. 또 기업공개(IPO)를 준비 중이다. 상장을 통해 기업을 더욱 투명하게 만드는 한편 상장으로 들어오는 자금은 기존 사업 확충과 신규 사업 등에 활용할 예정이다.
지난해에는 오제이씨를 오제이씨와 오제이씨커머스로 분할했다. 오제이씨는 냉연강판을 활용한 드럼통과 주석 도금강판으로 만든 산업용·식품용 캔, 도료 전용 플라스틱 캔을 생산·판매하고 있다. 플라스틱과 스틸 복합소재를 적용한 하이브리드 캔도 만들고 있다. 오제이씨커머스는 부탄가스와 휴대용 버너에 집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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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 회장은…△1936년 경북 상주 출생 △1959년 고등고시 사법과 12회 합격 △1960년 군법무관 △1961년 경희대 법학과 졸업 △1963년 대구지검 검사 △1964년 서울지검 검사 △1971년 관세청 감시국장 △1973년 부산세관장 △1977년 국세심판원 심판관 △1979년 매일산업(현 오제이씨) 창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