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렬(화공79) 원장, "색(色)으로 세상과 소통하다"


동문기고 정영렬(화공79) 원장, "색(色)으로 세상과 소통하다"

작성일 2025-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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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운 공학의 언어를 따뜻한 치유의 언어로 번역해 온 정영렬(화공79) 문화체육관광융합연구원장이 색채를 통한 새로운 나눔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최근 김왕식 문학평론가의 칼럼과 KBS 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재조명된 정영렬 동문은 경희대 화학공학과 졸업 후 KCC를 거쳐 KBS 색채연구소에서 15년간 근무한 독보적인 ‘색채 전문가’다.

 

■ 방송 제작 현장에 ‘색의 공용어’를 심다 

정영렬 동문은 KBS 재직 시절, 방송 제작 현장의 고질적인 문제였던 소통의 부재를 해결한 주역이다. 그는 "하나의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PD, 아나운서, 영상, 의상, 조명 등 수많은 전문가가 모이지만, 정작 색을 지칭하는 '공통 언어'가 없어 소통이 어려웠다"고 회고하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방송 색채 표준화' 작업을 주도했다고 밝혔다. 또한 매주 방송 모니터링 회의를 주재하며 색채 품질을 관리했다.


공영방송으로서의 책무도 잊지 않았다. 그는 국민들이 특정 색에 대해 어떤 정서와 의식을 갖고 있는지 파악하기 위해 '대국민 색채 의식 조사'를 5~6차례에 걸쳐 진행, 한국인의 정서에 부합하는 색채 데이터를 구축하고 발표한 바 있다.


■ 파리올림픽의 '컬러존', 그리고 발달장애인을 위한 치유 

정 동문은 색채가 가진 '심리적 안정 효과'를 강조한다. 그는 "2024년 파리올림픽 당시 선수들의 경기 전 심리 안정을 위해 경기장에 '컬러존(Color Zone)'을 설치했던 사례가 인상 깊었다"며, 색이 인간의 심리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을 역설했다.


이러한 철학은 현재 소외된 이웃을 향한 봉사로 이어지고 있다. 정영렬 동문은 현재 서울시 보라매주간보호센터 등에서 ‘찾아가는 장애인 평생 교육 강사'로 활동하며, 중증 발달장애인들을 대상으로 색채 심리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말로 표현하기 힘든 장애인들의 마음을 색채를 통해 읽어내고, 그들의 정서를 어루만지는 작업이다.


■ "일회성 아닌 지속 가능한 데이터 기반 치료 꿈꿔" 

정 동문은 인터뷰를 통해 아쉬움과 함께 뚜렷한 미래 비전을 제시했다. 그는 "현재의 치료 프로그램이 8주라는 짧은 기간으로 끝나는 것이 늘 안타깝다"며 "이용자 한 명 한 명의 변화를 데이터화하고, 일회성이 아닌 지속적인 추적 관찰과 치료가 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해 더 많은 이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공학적 지식으로 방송의 색을 표준화했던 정영렬 동문. 이제 그는 마음의 색을 조율하는 '빛의 안무가'로서 우리 사회 곳곳에 따뜻한 위로의 색을 입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