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하늘과 초원, 흰구름의 나라 몽골은 언제나 매력적인 모습으로 다가온다. 한없이 넓은 땅에 사람은 드물고 가축은 많아 보기만 해도 여유롭다. 남한의 16배에 달하는 면적에 인구는 300만명에 불과한 몽골은 동쪽의 대평원, 서쪽의 알타이산맥, 남쪽의 고비사막, 북쪽의 호수와 삼림지대로 각기 다른 모습이어서 더욱 매력적이다.
노인케어기술과 복지를 공부하는 한국시니어케어연구회 회원들과 한국스카우트 경기북부연맹 지도자들 함께 1주일간 알타이 지방을 다녀왔다.
알타이는 수도 울란바타르에서 서쪽으로 1천km이상 멀리 떨어진 곳이어서 접근부터 쉽지 않다. 황금이란 뜻의 알타이는 옛부터 금이 많이 생산되고, 세공기술도 발달해 이란계 스키타이 문명이 신라에까지 전파됐다고 한다. 우리민족의 한 뿌리인 부여족의 발상지도 알타이로 보며, 오랑캐의 어원인 오랑카이 부족, 퉁구스강 등 문화 역사적으로 우리민족과는 불가분의 관계가 있는 곳이 알타이 산맥이다.
해발 4000미터급 만년설을 머리에 인 연봉은 서북에서 남동방향으로 무려 2500km나 뻗어 있어 골짜기마다 무수한 신화와 전설이 전해진다. 우리에게도 익숙한 나무꾼과 선녀, 견우직녀 이야기 등 우리나라 동화와 내용이 거의 같은걸 보면 우랄 알타이계통의 동일한 몽골로이드 혈통임을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다. 그 중에서도 알타이의 신과 자연을 노래하는 "알타이막탈"은 가장 신비롭다고 한다(유튜브로 감상할 수 있음). 1만절이 넘는 막탈(찬양이란 뜻)은 구전으로만 전해지고, 이것을 노래할 수 있는 사람도 알타이 산신의 계시를 받아야만 가능하다고 한다.
[알타이 도의회 의장, 부지사 브리핑, 도청 간부들, 의과대학 학장, 도립병원장 등 미팅]
우리 일행은 도청소재지인 알타이市까지 자동차로 1박2일을 달려 예정된대로 도청, 종합병원, 의과학대학 등의 관계자들을 차례로 만났다. 경기도의회의 후원으로 119구급차 한대를 기증하고, 회원들의 모금으로 구입한 노트북 5대와 전자혈압계 열개를 선물했다. 의과학대학에서는 간호과 학생들이 한글을 배워 한국에서 간호분야의 자격증을 취득하는 문제를 협의했는데 이는 몽골학생들에게 매우 관심이 높은 분야라 할 수 있다. 한국은 기회의 땅이기 때문이다.
이어서 알타이시 외곽에 나가 묘목 200주를 심었다. 스카우트 대원들의 정성으로 척박한 반사막지대가 다소라도 푸르러지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연구회의 주요업무는 노인의 인지기능 개선을 위한 프로그램 소개와 보급인 만큼,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알타이의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치매예방게임인 모두를 위한 뇌활 ‘쓰리-B’를 시연했다. 몽골인 모두가 좋아하는 국민동요 "나의 엄마"를 합창하며 손가락 숫자세기, 가위바위보 게임, 콩주머니 던져넣기 등 여러가지 프로그램을 한 시간 넘게 진행하고, 참가한 모든 어르신들께는 임춘식동문이 후원한 자석침 다섯박스와 스카프, 양말, 사탕 등 선물을 드렸다. 임선배님께 다시 한 번 감사를 드린다.
[어르신 인지개선 프로그램 소개/시니어케어연구회]
알타이도에서는 우리 일행의 봉사활동에 보답하기 위해 특별히 "미니나담축제"를 베풀어줬다.
태시르솜이란 군의 넓은 벌판에서 어린이들의 말경주, 소녀들의 활쏘기, 성인들의 씨름경기를 관람하며 전통 마두금 연주와 민요를 듣고, 좀처럼 맛볼 수 없는 낙타젓 발효주도 마셔봤다. 군수는 여자분인데 마을의 어린이들 이름을 다 알고 있는듯 우리가 준 선물을 일일이 아이들 이름을 불러서 나누어 주는 모습이 감동적이었다.
나담축제를 마친 뒤 태시르솜 부근의 자황골이란 강변 캠프로 이동해 하루를 유숙했는데, 수 만년 세월 인간의 때가 전혀 묻지 않은 강물이 거벽에 둘러싸여 흘러 돌아가는 풍광은 보는 이의 눈과 가슴을 서늘하게 한다. 거벽은 마치 그랜드캐년을 연상시킬 정도로 육중하고 무거운 모습으로 주변을 압도하지만 그 아래를 흐르는 청아한 물소리는 푸른 풀밭과 함께 오래도록 잊지 못할것 같다.
고비알태의 대자연은 참으로 경이롭다. 끝없는 초원과 사막 곳곳에 대지를 적셔주는 강이 흐르고 큼직한 호수도 여기저기 있어 저 많은 물이 대체 어디서 왔을까 궁금해진다. 강과 호수는 새들의 낙원이어서 이름도 모를 수 많은 새들이 번식하고, 갖가지 야생동물과 진귀한 약초도 많다고 한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알타이 암각화만 봐도 이곳이 옛날엔 살기좋은 기후에 풍요로운 환경으로 인류가 살기에 적합했던 이상향이 아니었을까 생각해 본다.
이번 봉사여행을 함께해준 신용섭선배님, 오환섭교수님, 박정훈후배, 김기록씨 등 여러 동문님께 감사드린다.
2023. 7
주경복 (간호73, 한국시니어케어연구회대표. 경복대 간호학과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