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일향 나는 간장, 세계인의 입맛 사로잡을 것”
채경석 ㈜오복식품 사장
- 유정환 기자 defiant@kookje.co.kr
- | 입력 : 2022-04-27 20:13:24
- | 본지 17면
- 48년 한결같은 ‘장맛’ 지키기 노력
- 충실한 기본기로 美 등 13개국 수출
“간장이 동양인뿐만 아니라 세계인의 입맛에도 어울린다는 것을 아십니까. 북미 유럽 등 선진국 시장에서 오복간장이 톱에 오를 때까지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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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복식품 채경석 사장이 미국 시장 개척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
㈜오복식품 채경석(74) 사장은 최근 진출한 미국 시장에서의 선전으로 내수에서 수출로 체제 전환을 서두르고 있다. 이미 러시아 수출을 시작으로 카자흐스탄 오스트레일리아 중국 스웨덴 독일 캐나다 등 13개국으로 수출국을 확대했지만 지난해 내수(305억 원)에 비해 수출(15억 원) 비중은 여전히 낮다. 그만큼 블루오션이기도 하다.
오복식품은 미국 진출에 앞서 ‘한상 다시마 맛 간장’을 출시해 현지 판매망을 갖춘 수출기업과 2000만 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 부산정보산업진흥원을 통해 만난 전문 데이터 분석업체의 현지인 분석 결과 미국에서는 향이 덜 강하고 건강식을 선호한다는 결론에 도달해 맞춤형으로 제작했다. 채 사장은 “미국은 전통 진간장의 맛을 선호하지 않아 기호를 맞추기 어려웠다. 하지만 현지인의 기호와 선호도를 분석해 수출길을 열었다”고 설명했다. 미국 교민의 반응도 뜨겁다. 채 사장은 “해외 동포들이 한국 장을 먹으면서 큰 위로와 힘을 얻고 있다는 말을 듣고 더욱 책임감을 느꼈다”며 “고국에 대한 향수를 달랠 수 있도록 더 맛 좋은 제품을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2월 말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교역이 끊기다시피 한 러시아 시장에서도 오복식품의 경쟁력은 여전하다. 대부분 업체의 수출이 끊긴 반면, 오복식품은 20일가량 선적이 늦어지는 것을 제외하면 물량에 큰 차이가 없다. 채 사장은 “1990년 한-러 수교 이후 러시아에 우리 장을 팔기 시작해 이제는 필수품으로 자리잡았다. 타 업체들도 뒤따라 수출에 나섰지만 기호품에 머물고 있어 우리 간장과 차이가 확연해졌다”고 설명했다.
13개국 수출에 금액도 15억 원으로 올랐지만 채 사장은 장 맛의 기본에 충실하겠다고 강조했다. 맛있는 장을 만들기 위해서는 오너가 직접 챙기면서 전 직원이 원팀이 돼 좋은 장을 만들려는 마인드가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20대 후반에 기업을 물려받은 후 48년간 매일 출근 때마다 20여 제품을 10초씩 입에 머금어 맛을 확인하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숙성도와 발효 상태를 체크하기 위해서다. 채 사장은 “정성을 다하고 정석대로 제조한 우리 간장에서는 과일향이 난다. 며칠 몇 달 몇 년은 할 수 있지만 수십 년을 이어가는 건 힘들다. 기본을 지키는 일이기에 하루도 빠뜨리지 않는다”고 맛의 비결을 소개했다. 채 사장은 “대부분 식품제조사들이 대를 넘기면 초심이 흔들리면서 어려움을 겪는데 20여 년간 근무한 아들이 열정이 높아 품질에 관해서는 걱정이 없다”며 “어릴 때부터 장 맛을 보는 훈련을 시켜와서 그런지 미각과 후각이 굉장히 뛰어나다”고 대견해 했다.
“세계인들이 우리 장이 없으면 밥을 못 먹게 되는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는 채 사장은 경남중·고교, 경희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1974년 오복식품을 물려받아 48년째 향토기업을 이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