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기고
이성근-부동산정책 왜 안 통하나
[한국시론] 부동산정책 왜 안 통하나
- 이성근 (산업73/ 25회, 경희대 교수. 한국부동산정책학회장) -
참여정부가 집값 안정대책을 30여 차례 발표하였으나 시장의 반응은 차갑기만 하다. 최근 정부가 신도시 아파트 분양가 인하와 기반시설비 국고 지원 등을 주요내용으로 11ㆍ3 대책을 발표하였으나 집값 폭등세는 멈추지 않고 있다. 집 없는 무주택자의 고충과 불안감은 매우 깊어져 가고 있다.
왜 이러한 혼란스런 상황이 반복되고 있을까. 전문적인 정부 관료들의 소신과 시장논리보다 청와대 코드나 대중적 인기를 중시하는 정책들이 추진되면서 일어난 결과다. 참여정부는 과거 정권과 다르게 집값 안정에 정권의 명운을 걸다시피 온갖 규제를 다 쏟아냈다.
강한 세제 규제로 종합부동산세 부과와 1가구 2주택자 양도세 중과, 재건축단지의 개발이익 환수 등 다양한 방안을 강구하였다. 하지만 집값이 안정되리라고 믿는 사람은 거의 없는 실정이다. 주택정책의 일관성 결여와 땜질식 처방에 대한 정책 불신이 주된 원인이다.
검단ㆍ파주 운정지구 신도시 개발계획 발표에도 불구하고 아파트 가격이 단기간에 폭등하고 정부 대책이 시장에서 통하지 않자, 정부는 용적률 상승을 통하여 공급을 확대하는 새로운 카드를 꺼내 들었다. 그러나 시장의 실수요자들이 더 이상 정부의 대책을 믿고 따르려 하지 않는다. 내년 대선에 편승하여 경기부양책이 나오지 않겠냐 하는 기대심리가 작용하고 있다고 본다.
신도시 용적률 상승은 강남지역의 수요를 충족시키거나 주거환경적인 측면에서 대체도시로 한계점을 가지고 있다. 한 예로 2005년 기준 주택보급률은 106%인 상태에 지방은 공급과잉이며 강남권은 공급부족인 상태다. 소득수준이 높아지면서 현재보다 넓고 질좋은 아파트로 이사하고 싶은 것이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가 아닌가.
도시구조학적인 측면에서 각종 기반시설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도 도심 중심부로 갈수록 용적률은 높아지고, 주변으로 가면 낮아지는 것이다. 정부가 기반시설 비용의 일부를 부담하기 위해서는 지자체와 타지역 주민의 반발을 예상해야 한다.
비용을 절감하며 공급을 확대하기 위한 하나의 대안책으로 강남 재건축단지의 중복 규제를 조정하여 용적률을 200%에서 250%로 상향 조정하자는 것이다.
추가된 용적률 만큼 정부가 그 지역에 맞는 임대아파트를 공급하고 직접관리를 잘하면 신도시의 용적률을 높여 공급확대하는 정책보다 효율적이라 할 수 있다. 투기적 가수요를 차단하기 위해 용적률은 올려주면서 개발이익을 철저히 환수하면 되지 않는가.
주택공급은 신규주택 뿐만 아니라 기존주택을 통해서 이루어진다. 부동산 거래 활성화 및 주택공급 확대를 위해 일정기간 1가구 1주택 보유자에게 양도세 감면 혜택을 주어야 하며, 주택담보대출을 투기지역과 비투기지역으로 구분하지 말고 주택 수에 비례한 탄력적인 대출이 되도록 조정할 필요가 있다.
정부가 내주 초에 부동산 종합대책을 또 발표한다. 주택정책의 총체적인 난맥상을 풀기 위해 수요자가 안심하고 내집마련을 할 수 있는 제대로 된 부동산대책 및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신뢰성을 바탕으로 한 구체적인 공급계획을 국민은 원하고 있지 않는가.
지역적인 수요 측정을 정확하게 한 후 주거환경을 고려하여 필요한 곳에 주택공급을 해야 부동산 충격과 파동이 줄어들 수 있다. 부동산보다 자본시장 쪽으로의 자금 유입이 활발해지는 방안이 모색되어야 한다.
[한국일보 2006-1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