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호 (조리89, 現 호남대 교수) 동문
아버지! 이 단어가 떠오르면 왠지 눈물이 핑 도네요.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남자가 혼자서 12년 동안 사시다가 91세에 하늘나라로 가신 사랑하는 나의 아버지. 제가 7년 전부터 현재까지 주말부부 생활을 하다 보니 아버지 마음을 조금은 알 듯 하네요. 제가 벌써 60을 달리고 있는 나이가 되었네요. 초등학교 때 저를 일찍 서울로 전학 보내는 바람에 자주 뵙지도 못했던 우리 아버지.
아버지가 안 계신 낯선 타향에서 산다는 것은 그 당시 어린 저에게는 너무나 힘겨운 일이었습니다. 저는 여름 방학 때를 손꼽아 기다리다가 영등포역에서 완행열차를 타고 6시간 30분 정도를 달리면 시골역에 도착합니다.
제가 왔다고 아버지는 자전차를 타고 심포항에 가셔서 8월이 제철인 민어를 구입해 부엌에서 정성껏 손질하여 막둥이인 저에게 회를 쳐서 주셨어요.
민어는 어린이 성장발육 촉진, 노화 방지, 피부탄력 유지 특히 부레는 젤라틴이 주성분이고 콘드로이틴도 들어 있는데 이들 성분은 노화를 예방하고 피부에 탄력을 줍니다. 그래서인지 제 피부가 좋은 듯 합니다.
시장에서 민어을 구입할 때는 손으로 눌러보아 단단한 것이 신선한 것이며 눈동자가 선명한 것이 좋으며 보관온도는 1~5℃, 보관일은 2일입니다. 손질법은 비늘을 긁어내고 머리를 자르지 않고 조리하는 음식은 아가미를 벌려 그곳으로 내장을 빼낸 후 흐르는 물에 깨끗이 씻어 냉장고에 보관하고 장기간 보관 시에는 냉동 보관합니다.
옛날에는 민어(民魚)라는 이름처럼 누구나 즐길 수 있는 흔한 물고기였습니다. 그래서 ‘백성들의 물고기’라 불렸지요. 한때 ‘국민 여동생’ · ‘국민 요정’이라는 말이 유행했는데, 이를테면 ‘국민 물고기’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우리 조상들은 예로부터 민어를 식재료 삼아 다양한 음식을 만들었습니다.
1921년에 간행된 조선요리제법에는 민어국은 고추장이나 맑은 장국에 끓인다. 먼저 민어를 깨끗하게 씻어 비늘을 긁어내고 내장을 빼 버린 후 1치 5분 길이씩 되게 토막을 쳐 놓는다. 고추장국에 파를 많이 잘라 넣고, 썰어놓은 미나리도 넣어 끓이다가 민어를 넣고 끓여서 먹는다. 먹다가 국수나 흰 떡을 넣어 먹는다. 민어조림은 민어 1마리(큰 것), 파 4개, 고기 반 근, 생강 반 쪽, 간장 1보시기, 마늘 반 쪽, 설탕 반 종자. 민어를 비늘 긁고 내장 빼고 정히 씻어 한 치 길이로 토막을 쳐서 뚝배기에 담는다. 고기를 잘게 썰은 것을 넣은 후 여러 가지 양념을 곱게 채쳐서 넣고 졸입니다.
또한 1936에 발간된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朝鮮無雙新式料理製法)에는 6~7월에 기름지고 좋은 민어로 회를 친다. 빛깔이 희고 여러 사람 입맛에도 무난하다. 생선 가운데 흔하기도 하지만 여러 가지 잔치 자리에 널리 쓰이는 소중한 생선이다. 유월 그믐 전에 잡은 것이 맛이 가장 좋다. 민어는 구하기 쉽고 맛도 평범하여 어채에 민어가 주로 사용된다.
1948년 발간된 우리음식에는 민어찌개를 만들 때 재료로 민어 1토막, 애호박 1/2개, 쇠고기 120g, 기타 양념은 위와 같음 민어의 등살 같은 것은 회나 전유어에 쓰고, 배래나 뼈 등을 보통 찌개에 사용한다. 호박은 반달모양이나 네 쪽으로 두툼하게 썰어 넣는다. 양념국물에 호박을 먼저 넣고 끓이다가 생선을 넣고 다시 한소끔 끓인다. 자반민어의 비늘을 떨고 슬쩍 물에 씻은 다음 불에 놓고 기름을 바르며 굽는다. 살을 뜯어서 그릇에 담는다.
이처럼 예로부터 민어를 다양한 조리법으로 먹었습니다. 올 여름 삼복 더위에 지친 기력을 회복시켜주는 민어를 드시고 지친 일상에 활력을 불어 넣고 건강하길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