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찬규-(PSI참여=무력충돌) 은 국민 기만


동문기고 김찬규-(PSI참여=무력충돌) 은 국민 기만

작성일 2007-04-18

<포럼>‘PSI참여=무력충돌’은 국민 기만               

 - 김찬규 (대학원, 경희대 명예교수·국제법) -
   
정부는 지난 13일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에 참가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PSI에 참가하면 남북간에 무력충돌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 반면, 참가하지 않고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제1718호의 이행에는 지장이 없다는 게 그 이유였다. PSI는 미 국 주도의 ‘유지연합(有志聯合·coalition of the willing)’이 기 때문에 이에 참가해야 할 법적인 의무가 있는 것은 아니다.
이와는 달리 안보리 결의는 유엔 회원국에 법적 의무를 부과하는 것이다.(헌장 제25조) 이 법적 의무는 다른 국제조약상의 의무 에 우선하는 것으로 돼 있다.(제103조) 따라서 PSI에 참가하지 않고도 유엔 안보리 결의 이행에 지장이 없다면 굳이 여기에 참 가할 필요가 없다고 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PSI에 참가하지 않 고도 안보리 결의 이행을 할 수 있는 길이 있을 것인가.

이에 대해 정부는 남북해운합의서 및 관세법의 적용에 의해 가능 하다고 주장한다. 2004년 5월28일의 남북해운합의서는 북한 선박 이 우리 해역의 지정된 항로를 항행할 때, 해서는 안될 행위 10 가지를 열거하고 있다(부속합의서 제2조6). 그러나 안보리 결의 에 의해 수출입 또는 수송이 금지된 품목으로서 여기에 포함된 것은 ‘무기 또는 무기부품 수송’이라는 한 가지밖에 없다. 이것 은 안보리 결의에 의해 금지된 그 밖의 품목에 대해서는 이 문건 으로 규율할 수 없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합의서 문건은 운항중인 선박이 금지된 행위를 했을 때 연안국은 당해 선박을 정선시켜 승선·검색을 하고 위반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고 한다(제2조8). 그러나 위반사실이 확인됐을 때 취할 수 있는 조치는 당해 선박에 “주의환기 및 시정조치와 관할수역 밖으로 나가도록” 하는 길 이외에는 방법이 없다(제2조9). 이 것은 정녕 안보리 결의가 요구하는 바에 미치지 못함을 의미하는 것이다.

안보리 결의 이행에 관세법을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은 북한 선박 이 우리 항구에 들어왔을 때 관세법을 적용해 여러 가지 규제를 가하겠다는 뜻이다. 이것은 널리 기항지국 통제(寄港地國 統制· port state control)라고 불리는 것인데, 이 기항지국 통제가 완 벽하게 집행되기만 한다면 안보리 결의 이행에 일조가 될 수 있 을 것임은 말할 필요도 없다. 문제는 우리 정부의 의지에 있다고 할 것이다.

올해 들어 북한 선박이 우리 영해를 통과하면서 해양경찰의 통신 검색에 불응한 사례가 22차례 있었다. 하지만 이에 대해 합의서 문건에 규정된 조치가 취해진 적은 한번도 없다. 이러한 사실에 비춰 볼 때 관세법의 적용을 통한 안보리 결의의 이행이 가능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다음으로, PSI에 참가하면 남북간에 무력충돌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은 근거가 있는가. 이 주장은 공해상에서 북한 선박을 나포 한다면 이를 북한에 대한 전쟁행위로 간주하겠다는 북한의 으름 장에서 나온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PSI가 국제법 및 국내법에 따라 활동하는 것이라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미국은 PSI 활동 의 합법성을 유지하기 위해 세계 최대 선박등록국인 6개국과 ‘ 승선협정(乘船協定)’을 체결하고 있으며 해상 불법행위 진압 협 약을 개정, 대량살상무기 확산에 종사하는 선박을 정선하고 이에 승선·수색해 나포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이것은 PSI 활동이 적법한 것임을 의미하는 것이며 이 활동을 하 게 되면 무력충돌이 일어날 수 있다는 주장이 전혀 근거없는 것 임을 뜻하는 것이기도 하다. 고위 정부 관계자가 이것을 몰랐다 면 그 자리에 앉을 자격이 없고 알았다면 국민을 기만한 것이다.

[문화일보 2006-1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