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기고
김민전-국민소환제를 말해야 한다
[아침을 열며] 국민소환제를 말해야 한다
- 김민전 (모교 교양학부 교수) -
열린우리당의 전ㆍ현직 지도부가 앞다투어 열린우리당 실패론을 제기한데 이어 정계개편과 원 포인트 개헌을 띄우고 나섰다. 그러나 실패를 말하지만 자성과 책임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지역주의로 회귀하는 듯한 정계개편과 4년 중임제 개헌이 새 정치를 위한 보증수표도 아니라는 점에서 열린우리당의 움직임에 기대보다는 우려가 앞서는 것이 사실이다.
● "대통령 탓" 정계개편 하자는 여당
열린우리당의 지도부가 내세우는 실패의 원인은 두 가지다. 민생 해결 부진과 국정운영 무능이다. 정당의 틀을 바꾼다고 하루아침에 민생을 잘 해결하고 국정 운영에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는 정계개편의 필요성을 말하는 이들도 믿지 않을 것이다. 결국 이 말은 노무현 정부가 문제라는 것을 에둘러 말하는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뒤늦게 합류하는 식의 창당과정을 거쳤다 해도 열린우리당은 탄핵풍을 타고 의원직을 공짜로 줍다시피 한 '탄(핵)돌이'들로 구성된 노무현정당이다. 그리고 대통령의 작심한 듯한 국민 다수와의 엇박자가 열린우리당으로부터 민심이 떠나게 된 주요 원인임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그러나 모두가 다 그렇게 얘기해도 열린우리당만은 그렇게 말해서는 안 된다.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총선 공약도 접어버리던 정당, 실세 총리에게 기율이나 잡히던 정당, 유령당원이 정당의 혼을 병들게 해도 느끼지 못하던 정당, 대통령에게 할 말은 하겠다고 했다가도 대통령의 탈당 위협에 힘없이 돌아섰던 정당이다. 무엇보다도 어느 장관직이 대선에 더 유리한지 계산기를 두들겼던 잠재적 대권 후보들은 더욱 그러하다.
물론 무능한 대통령, 국민과 엇박자인 대통령의 출현 가능성은 대통령제가 안고 있는 가장 심각한 문제이다. 대통령제는 사법적인 성격을 가진 탄핵제도를 제외하고는 대통령의 정치적, 정책적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수단이 없다.
중간선거에서 대통령의 정치적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하나 간접적이다. 선거결과에 나타난 민심을 대통령이 따르지 않아도 이를 강제할 수단이 없다. 그 때문에 정해진 임기를 다할 때까지 국가적인 에너지를 낭비하며 기다릴 수밖에 없다.
열린우리당이 진정으로 이 문제를 고민한다면 4년 중임제를 말할 것이 아니라 국민소환제를 말해야 한다. 인구 4,000만의 캘리포니아가 하고 있는데 우리가 못할 게 없다. 소환 여부에 대한 투표와 다음 대통령을 선출하기 위한 투표를 동시에 한다면 국정 중단에 대한 걱정을 할 필요도 없다.
소환 요건을 적정하게 가져간다면 남용을 걱정할 필요도 없다. 미국에서 18개 주가 소환제를 도입하고 있지만, 주지사가 소환해임된 것은 82년 만에 처음 있었다. 자정능력이 전혀 없는 국회에도 국민소환제가 필요함은 더 말할 나위 없다.
● 국회도 소환제, 장관 겸직 금지해야
4년 중임제는 제도 자체가 가지고 있는 장점들에도 불구하고 지금과 같은 무책임의 정치가 계속된다면 답이 아니다. 무엇보다도 재선을 앞둔 대통령은 자신의 국정 수행에 대한 국민들의 심판을 정정당당히 받으려고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마치 열린우리당이 대통령 탓을 하며 다음 국회의원선거를 위해 정계개편을 하려고 하듯이 대통령은 정치권의 부패와 무능을 탓하며 정계개편을 통해 자신의 책임을 희석하려고 할 것이다.
또한 국민들은 17대 국회를 통해 대통령을 견제하지 못하는 여당이 원내다수당이 되는 것보다 대통령과 반목해 정국 경색을 일으키는 야당이 원내다수당이 되는 것이 덜 나쁘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따라서 대통령과 국회의 임기를 맞추어 여소야대가 출현하는 것을 막아야 할 이유도 상당부분 사라졌다.
아울러 열린우리당은 장관 자리가 얼마나 달콤한 유혹이었던가를 기억한다면 앞으로의 여당은 대통령을 제대로 견제할 수 있도록 의원의 장관 겸직 금지를 먼저 말해야 한다.
[한국일보 2006-1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