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기고
이성근-신도시계획 성공하려면
[시론] 신도시계획 성공하려면
- 이성근 (산업73/ 25회, 경희대교수·부동산학) -
최근 나온 정부의 신도시 건설계획의 주된 발표 내용은 검단 신도시가 당초 예상보다 2백만평 줄어든 3백40만평, 파주 운정지구는 2백12만평 확대된 개발계획이었다. 그러나 주택시장 가격안정에 도움이 되어야 함에도 시장혼란 및 아파트 가격 폭등 현상으로 인한 엉뚱한 파장이 일고 있어 무주택 서민의 고통이 더욱 커지고 있다.
-지역별 정확한 수요측정을-
시대의 흐름에 따라 지역적 주택 수요의 형태가 변하고 있다. 개인별 소득수준이 높아지면서 과거와 상당히 다르게 양질의 고급주택 수요자가 증가하고 있으며, 입지는 서울과 인접하며 교육 여건과 교통이 편리한 지역을 원하고 있다. 1989년 5개 신도시 건설계획 당시 주택보급률이 70%로 주택이 절대 부족한 상태에서 신도시 건설은 집값 안정에 기여했다. 2005년 기준 주택보급률은 105.9%인 상태에 지방은 공급과잉이며 강남권은 공급부족이 나타난 원인을 놓고 분석이 다양하다.
왜 주택가격 상승 현상이 계속되고 있을까. 근본적인 해결방안은 없는지 매우 답답하기만 하다. 이제 정부의 주된 공급정책이 신도시 건설로 인한 주택보급률을 올리는 양적인 틀에서 벗어나 정말 경제적인 도움이 필요한 무주택 서민을 위한 주택공급에 우선을 두어야 하지 않을까? 시장의 신호는 주택의 양이 아니라 시대의 흐름에 맞고 지역적으로 균형감 있는 공급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높은 분양가를 감당하기 힘든 서민의 경제적인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근본적인 토지·주택 공급체계의 제도 개선과 잘못된 각종 규제가 적절히 조정되어야 하는 시점이다. 하나의 공급 대책으로 분양 단가를 낮출 수 있도록 정부가 무주택 서민을 위한 보다 적극적인 지원책을 마련해야 하며, 중대형 아파트 건설은 시장의 기능에 맡기면 된다.
정책이 실효성을 거두기 위해서는 우선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감과 중앙정부·지자체간의 협조가 필요하다. 관련 부처의 적절한 협의 부족과 정교하지 못한 2003년 김포 신도시 개발계획이 최소 4백80만평으로 발표된 이후 1백55만평으로 축소했다가 다시 3백58만평으로 확대됐다. 이 과정에서 야기되었던 부작용을 비롯, 판교 신도시의 경우 공급규모가 5차례 바뀌고, 고분양가 책정 과정에서 일어났던 비판적인 쟁점들을 우리는 기억하고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일어나는 피해는 누구의 몫이고 이익은 누가 가져가는가?
-무주택서민 주택공급 우선-
신도시 건설은 최소한 4~5년이 걸리며, 장기적으로 집값 안정에 어느 정도 효과를 줄 수는 있다. 하지만 충분한 준비와 검토가 부족하면, 판교 분양과 은평 뉴타운처럼 정책의 일관성이 떨어져 되레 주변 지역의 집값 상승을 가져올 수 있다. 수요가 있는 곳에 공급을 늘리려면 강남 대체지라 할 수 있는 신도시를 개발하거나 도심지 재건축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본다. 용적률을 올려주면서 중복규제를 조정하고 개발이익을 철저히 환수하면 되지 않은가. 주택공급은 신규주택뿐만 아니라 기존주택을 통해 이루어진다. 단기적으로 거래 활성화 및 공급확대를 위해 일정기간 1가구 1주택 보유자에게 양도세 감면혜택 및 유예정책을 고려할 수 있다.
내년 대선을 의식한 섣부른 신도시 개발계획보다, 주택정책의 총체적인 난맥상을 풀기 위해 수요자가 안심하고 내집 마련을 할 수 있는 제대로 된 제도개선과 더불어 수급불안을 해소하며 좋은 주거문화가 정착되는 정책을 국민은 원하고 있지 않은가. 개발 과정에 분양 가격을 낮출 수 있는 불합리한 토지공급체계의 개선이 요구되며, 지역적인 수요측정을 정확하게 한 후 적기에 주택공급을 해야 실효성이 있다.
[경향신문 2006-1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