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준-무너지는 교육현장 직시하라


동문특별강좌 권영준-무너지는 교육현장 직시하라

작성일 2010-03-24
▲권영준(모교 경영학 교수)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이 뜨겁게 달구어지고 있다. 실질적으로 이번 지방선거에서 지방자치단체장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정당공천이 배제된 교육감선거이다. 미래세대와 우리 사회 앞날을 결정지을 교육의 총책임자를 선출하는 선거인데, 문제는 중요 교육정책공약은 거의 실종되었고 유일한 정책논쟁이 학생 무상급식 이슈라는 것이다.
그러면 우리 교육현장에서 다른 문제는 없다는 말인가. 투표권자는 어른이지만, 대상은 청소년 학생들이기 때문에 표심불일치 현상이 생긴 것인가. 우려스러운 일이다.

인터넷의 폐해에 무방비로 노출된 아이들
다음 문제들만 봐도 우리 교육의 현장실태는 너무나도 심각하다. 첫째, 최근 우리사회에서 횡행하는 성폭행살인사건은 빙산의 일각만이 드러난 심각한 현상의 일환인 바, 이는 청소년기 이전부터 시작된 인터넷 음란물과 폭력물의 폐해에 물들었기 때문이다.
특히 인터넷 게임중독으로 인한 학생들의 인성파괴는 어른들이 전혀 인지하지 못할 정도의 심각한 정신질환에 노출된 학생들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가정이나 학교를 비롯한 우리 사회의 어느 곳에서도 이에 대한 경종을 울리지 않고 있다. 그 사이에 그 피해자들이 갈수록 급증하고 있는 심각한 실태이다. 정부가 한국인터넷진흥원과 공동조사한 결과를 보면, 2007년 12월 기준 만3세~5세 인터넷 이용자는 51%를 넘어서고 있고, 7세가 되면 90%이상의 아이들이 온갖 음란물이 넘쳐나고 자극적인 폭력게임이 쏟아지는 인터넷(이제는 PC차원이 아니라 휴대전화나 스마트폰으로 접속함) 앞으로 들어가고 있다. 중학생부터는 그 속에서 경건한 자녀와는 거리가 먼 온갖 음란물을 접하고 폭력게임에 접속해서 살인을 연습하며 살아가고 있는데, 문제는 통제력이 없는 아이들이 학교의 무관심 속에서 중독되면서 개인차원을 넘어 사회적 병리현상마저 보이고 있다.
둘째, 학교 현장에서는 가장 착실하고 우수한 학생을 밤늦게까지 학원다니고 낮에는 학교에 와서 말썽피우지 않고 주로 잠자는 아이들이라고 할 정도로, 공교육은 더 이상 학력증진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시장원리가 작동하는 사교육시장(학원)에 비해 경쟁력을 잃어버린 심각한 상태이다.
이러한 비정상적인 공교육의 현실에서 내신비중을 높인다는 것도 그 원래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고, 수능비중을 높이면 사교육 의존도가 더욱 높아지는 헤어날 수 없는 딜레마가 바로 우리 공교육의 현주소이다.
셋째, 공교육이 학력신장을 포기한 상태가 되면 더욱 심각하게 드러나는 문제는 학교폭력이 횡행한다는 것인데, 이는 공교육 일선에서 수고하는 교사들의 자긍심이 무너진 상태에서 형식적인 학생지도가 일상화되면서 가해자인 학생이나 피해자인 학생 모두가 공동체사랑이 무너진 시스템의 피해자가 되는 것이다.

교육계의 부패고리에 죽어가는 공교육
넷째, 무너진 교육현장 뒤에는 검찰수사에서도 드러나듯이, 일선 학교의 지배구조인 교장 및 교감 지위에 대한 매관매직이 횡행하고 있고, 이를 통해 임명된 자들은 각종 이권을 둘러싼 업자와의 유착을 통해 보상받으려는 교육비리 사슬의 부패 고리에 공교육은 더욱 죽어가고 있다.
끝으로, 아직도 이념에 경도된 일부 전교조 출신의 교사들은 학생들에게 친북반미적 사상교육을 주입하여 순수한 학생들에게 반역사적이고 반국가적인 이념들의 희생제물이 되도록 오도하고 있다.
초기 전교조가 갖고 있었던 ‘촌지 받지 않고, 학생들 차별하지 않기’ 등의 순수한 장점도 퇴색되고 있다.
백년대계의 교육현장이 무너지는데, 정작 중요한 대안중심의 정책논쟁이 없다는 것은 아이들을 물가에 버려두고 투전판을 벌이는 것과 다름없는 한심한 작태라고 비판받아 마땅하다.

[2010. 3. 22 내일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