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의-역사의 아픔 이겨낼 하얄리아 공원


동문특별강좌 이만의-역사의 아픔 이겨낼 하얄리아 공원

작성일 2009-08-26
▲이만의(국제법무대학원, 환경부 장관, 총동문회 자문위원)

우리나라 제2의 도시로서 세계적인 미항인 부산은 올해가 저물기 전 '아름다운 초원'을 가슴에 품게 될 것 같다. 하얄리아 미군기지가 공식적으로 폐쇄된 지 3년 만에 환경조사를 마치고 완전히 반환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하얄리아(Hialeah)는 6·25전쟁 때 전투지원 부대로 쓰이던 장소다. 이곳에 초대 사령관으로 부임한 장군이 그의 고향 미국 플로리다주의 도시 이름을 따와 이름을 붙였다. 인디언 세미놀족 말로 '아름다운 초원'이라는 뜻이다.

하얄리아는 그 아름다운 이름과는 달리 우리나라 근·현대사의 아픔을 고스란히 간직한 땅이다. 일본은 지난 1910년부터 조선 토지조사사업을 빌미로 이곳을 농민들에게서 수탈해 1930년 경마장으로 만들었다. 1937년에는 병참기지로 쓰다가 2차 세계대전 기간에는 일본군의 훈련과 야영지로 사용했다.

1945년 패전국 일본이 철수하고 나니 이번에는 미군이 주둔하게 됐다. 1948년 8월 15일 대한민국 정부가 출범하면서 미국영사관이 쓰겠다는 면적을 제외하고는 농민들에게 불하했다. 하지만 숨 돌릴 겨를도 없이 1950년 6·25전쟁이 발발하자 미군부대가 주둔했고, 2006년 폐쇄될 때까지 56년간 이곳은 묵묵히 역사의 아픔을 견뎌내야 했다.

하얄리아 기지에는 역사의 숨결이 밴 나무와 꽃들이 자라고 있다. 향나무, 전나무, 소나무, 플라타나스, 벚나무 등 여러 나무들이 세월의 두께를 보여준다. 미군 장병과 그 가족들이 심은 것으로 보이는 장미꽃이 여러 곳에 군락을 이뤄 아름답게 피고 있다. 마두관세음보살이 새겨진 비석 1점과 통일신라시대 말기에 제작한 것으로 추정되는 불상 3점은 하얄리아의 역사적, 문화적 가치를 더욱 높여주고 있다.

이제 하얄리아는 푸른 꿈을 간직한 부산시민의 품으로 돌아갈 채비를 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지난 3월 한국 정부와 하얄리아를 포함한 7개 기지를 한국에 돌려주기로 합의하고 환경오염 조사를 위한 공동환경평가절차서(JEAP)를 채택했다. 양국 정부는 이 협약에서 정한 절차에 따라 조속히 조사 작업을 마치고 가능한 한 올해 안에 하얄리아 만이라도 반환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

먼 길을 떠났던 아들이 이역만리에서 고생하다가 입은 상처를 치유하고 고향의 부모 품으로 돌아가기 직전의 형국이라 하겠다. 부산시는 하얄리아를 미국 뉴욕의 센트럴파크나 영국 런던의 하이드파크와 같은 세계적인 도심공원으로 만들어 나갈 계획을 갖고 있다니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아름다운 초원'이라는 이름 그대로 생태적으로 아름답고 건강한 공원이 돼 부산시민은 물론 온 국민과 평화를 염원하는 인류사회의 사랑을 받기 바란다.

하얄리아 공원은 세계적인 명소가 될 요건을 갖추고 있다고 본다. 아름다운 해안, 항구 도시의 푸른 가슴에 수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하얄리아 기지의 역사적 가치와 문화적 상징성을 함께 품을 수 있도록 함으로써 뉴욕과 런던의 공원과는 다른 부산만의 특화된 공원을 만들어 내는 것은 시민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공원의 이름에 '부산 하얄리아 공원'처럼 과거의 상흔을 넘어선 진주 같은 이미지를 갖게 하는 것도 괜찮으리라 생각한다. 길게는 지난 100여년, 짧게는 60여 년간 아름답게 자라온 수많은 나무와 꽃들은 한미의 우호관계가 성숙해져 왔음을 상징한다. 하얄리아 공원이 더욱 짙푸르고 울창해질수록 부산과 한국은 또 한 번 도약하게 될 것이다.

[2009. 8. 21 부산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