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특별강좌
주재우-미(美)·중(中)의 대북인식 차이
▲주재우(모교 국제정치학 교수)
미국이 북한 정권의 붕괴 대책을 논의하자고 중국에 제안했다 거절당했다는 기사가 조선일보 3일자 A1면과 A4면에 실렸다. 한·미 양국은 김정일 건강악화로 북한에 유사사태가 발생할 경우 중국의 대응전략이 무엇인지를 알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경주해왔다. 이는 북한 유사시에 중국 개입을 기정사실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에 북한은 대미 완충지역으로서의 전략적 가치가 있기 때문에 그럴 가능성은 충분하다. 그러나 필자는 북한문제에 대해서 중국과 미국 간의 역사적 인식에 차이가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필자의 최근 경험을 소개하겠다. 필자는 지난봄 중국 학술지에 '북한 붕괴에 대한 중국의 전략적 옵션'이란 제목의 논문을 게재코자 했다. 다소 민감한 주제지만 현재 중국 학계가 다양한 이견을 수용하는 분위기인 만큼 게재가 어렵지 않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필자의 논문은 검열에 걸려 게재되지 못했다. 왜 그랬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중국 공산당은 북한 붕괴에 대해 상당히 회의적이다. 현실성이 없다고 보는 것이다. 그들의 논리는 역사적으로 전제주의 정권도 지도자의 사망·숙청으로 변화를 겪지만 나라 자체가 붕괴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구소련과 동구 국가의 붕괴 원인은 양극체제의 붕괴로 인한 것이었을 뿐이고, 냉전시기에는 이들 국가의 지도자 계승도 잘 이뤄졌다. 그런 까닭에 북한의 경우도 국제체제 자체에 지각변동이 없는 한 북한 지도자 사망이 체제를 와해시키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그래서 중국전문가들이 구소련의 예를 들며 북한 장성택의 미래 역할을 안드레이 그로미코에 비유하는지 모른다.
또 중국 공산당은 현재 북한 지도부의 통치력을 과소평가하지 않는다. 북한의 지도체제는 '집단지도체제'로 중국 공산당은 북한 지도부의 결속력을 중시한다. 물론 북한도 중국과 같이 권력투쟁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집단지도체제 출신의 그 어느 인물이 정권을 장악하더라도 그는 집단체제에서 이미 정치·군사적 기반을 갖고 있다. 그래서 북한 체제가 쉽게 동요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것이 중국측의 주장이다.
마지막으로 북한의 대중(對中) 의존도이다. 어떠한 정권이 들어서도 북한은 최소한 초기단계에 생존을 위해 중국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북한은 그러므로 중국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할 수밖에 없고 이런 틀에서 한·미·일과의 관계를 정립할 것이라는 논리다. 이는 국제체제가 단기간 내에 변질하지 않을 것이라는 인식 때문이다. 그러므로 우리도 북한 문제를 국제체제와 북한 내부문제를 유기적으로 연계하여 판독해야 할 것이다. 미국과 차이를 보이는 중국의 대북인식도 수용하는 지혜로 우리의 대응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2009. 8. 9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