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특별강좌
김철중-[DT 시론] 기업 CSR활동의 전략적 접근
▲김철중(모교 국제경영학부 국제학과 겸임교수)
국내에도 이른바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이라는 단어가 경제계 전반에 화두로 등장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기업의 최대목표는 이윤의 극대화로 인식되어 왔다.
하지만 세계적으로 자본주의가 확산되고, 후진국의 GDP를 능가하는 매출을 기록하고 있는 다국적기업들이 생겨나면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의무가 생성되기에 이르렀다.
예전에는 정부나 UN 차원에서 다뤄져야 마땅한 주제들이 이제는 기업 경영자들이 현안으로서 심각하게 고민해야 하는 상황에 이르게 된 것이다. 기업입장에서는 단기적인 이익보다는 브랜드가치 제고 등 장기적 입장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당연히 기업들은 방어적인 CSR전략을 보수적으로 실행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나이키의 동남아시아 제조공장에서의 아동대상 저임금 노동착취, 석유회사 쉘의 아프리카 광구에서의 환경파괴 등의 사례들이 사회적 이슈로 대두되면서, 기업들은 불매운동, 환경보호단체 등 이익단체의 압력에 직면하게되었다. 이러한 결과들로 인해 기업들은 좀더 적극적인 CSR활동을 전략적으로 추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현재 CSR이 가장 잘 발달된 EU(유럽연합)는 각 가맹국 정부에게 GDP 3%이내의 재정적자 기준을 제시하면서, 사회적 책임의 당사자인 기업이 전면에 나서서 관련 이해관계자들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공론화된 인식과 기준을 마련하였다.
한국의 기업들도 세계 시장에서 당당히 경쟁을 펼치기 시작하면서 아직 우리에게는 생소하기만 한 다양한 이슈들이 기업의 경쟁력을 나타내는 지표들로 책정되고 있다. 즉, 개발도상국들의 노동자 인권, 세계 기후 변화, 제 3세계의 정치 혼란, 유럽의 오염 문제 등이 그 예이다.
선진국들은 이미 정부와 기업, 소비자, NGO, 종업원, 투자자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일정 부분 합의에 이르고 있는 사항들이 국내기업들에게 새로운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CSR은 기본적으로 기업이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거대한 압력이다.
사회로부터 수익을 거두어 가는 기업이기에 당연하다고 할 수 있지만 경영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는 주제이기에 기업의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다. 과거에는 매출과 이익, 투여자본대비 이익, 현금흐름 등 재무 지표를 통해서 경영자의 능력과 기업의 가치를 평가받았다.
또한 소비자와 종업원 그리고 정부는 기업에 있어서 각각의 이해당사자들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이 모든 이해당사자들의 구분이 없어져, 소비자가 종업원이 되고 정부가 소비주체가 되는 등 새로운 환경이 만들어 졌다고 볼 수 있다. 기업의 경영환경과 대상주체들의 성격이 크게 바뀌고 있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CSR에 기준한 경영, 지속가능경영은 환경, 사회, 윤리 등 정확하게 정의하기도 어려운 비 재무적 기업 활동에도 큰 관심과 투자를 필요로 한다. 생산부터 판매, 관리 등 거의 모든 프로세스를 포괄적으로 진단하고 새롭게 정비하고, 또한 결과를 이해관계자들에게 보고해야 하는 참으로 어려운 태스크(Task)가 떨어졌다.
지속가능경영을 잘 하지 못하면 벌금, 불매운동, 파업, 거래 단절, 언론의 비난 등의 다양한 형태의 가시적인 패널티(Penalty)가 부과된다. 반대로 지속가능경영을 잘하는 기업에게는 브랜드 가치 상승, 환경관련 비용 축소, 임직원들의 기업 충성도 증가, 새로운 사업 기회 발굴, 이해관계자들과의 관계 증진에 따른 경영 활성화 등의 이익이 생긴다. 위에서 열거한 성과는 정말 바람직한 결과이지만 측정하기 어려운 항목들이다.
기업입장에서 보다 가시적인 경영 성과를 보일 수 있는 기준들이 이해관계자 중 투자자 집단에서 나왔다. 이른바 SRI(사회적 책임투자, Social Responsible Investment)이다. SRI는 CSR의 성장 과정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기업 당사자 뿐아니라, 기존의 투자자들이 석유 유출사건, 아동학대, 부패 등의 기업의 CSR관련 이슈로 큰 낭패를 겪은 적이 있다. 그로인해 기업에 대한 장기적 투자의 관점이 비 재무적 경영 실적에 대한 평가로 맞추어졌다.
여기서 태동된 투자철학이 `윤리투자'와 `주주행동주의'이며 그것이 SRI의 설립 기반이 되었다.SRI가 가장 발달한 영국의 경우 대다수 생명보험회사를 대표하고 영국기업 주식의 20%를 보유하고 있는 영국 보험협회는 SEE(Social, Environmental, Economic) 공시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면서 기업이 연차보고서와 재무제표에 사회적 책임투자 관련자료를 표현하도록 하고 있다.
이는 적극적으로 CSR을 기업 경영에 포함시킨 기업을 우선적으로 투자대상으로 선정한다는 의미이다. 유럽의 주요 기업들은 연차보고서에서 지속가능성을 설명할 때 자사가 어떤 SRI의 Index에 포함되어 있는지를 빼 놓지 않고 공시한다.
SRI의 지분 보유 여부가 간접적이지만 지속가능경영 성과를 설명하는 가시적인 지표가 되는 셈이다. 국내에서도 SRI가 태동되고 있다. 국민연금과 같은 연기금을 중심으로 SRI에 참여하는 투자세력들이 늘어나고 있다.
SRI도 실행에 있어서 아직 명확한 평가가이드라인이 없지만, 점차 국내사정에 부합하는 기업평가 기준을 구축해 나가고 있다. 이러한 일련의 패러다임의 변화들속에 SRI의 활성화는 앞서 언급한 기업입장에서, 단기적인 이익이 보이지 않는 막연한 CSR활동을 좀더 적극적으로 할 수 있는 해답이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2009. 8.4 디지털타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