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환-체질 무시 임의로 보약복용… 안 먹으니만 못해


동문기고 김창환-체질 무시 임의로 보약복용… 안 먹으니만 못해

작성일 2007-04-18

[의술과 인술] 체질 무시 임의로 보약복용… 안 먹으니만 못해   

 - 김창환 (한의64/ 19회, 경희대 한의대 교수, 경희의료원 한방병원 침구과) -
 
최근에는 ‘아프면 치료받는다’는 기존의 질병치료 개념을 넘어 ‘좀더 오래 살 수 없을까’하는 수명연장(장수) 차원에서 건강을 생각한다. 이는 치료보다 예방적 관점에서 건강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게 된 것이며 보약을 찾는 것도 이러한 연유에서가 아닌가 생각된다.

한의학에서 질병을 치료하는 8가지 방법 중의 하나로 보법(補法)이 있다. 보법이란 인체의 기혈이나 장부의 기능이 허손되어 음양의 평형이 깨어졌을 때 약한 쪽을 보충해 주어 평형을 바로잡아 주는 치료법이다. 보약은 ‘보사(補瀉)의 원리’에 따라 처방되어진다. 보(補)라는 것은 모자라는 것을 채워준다는 뜻이고, 사(瀉)라는 것은 남아서 넘치는 것은 덜어내고 깎아 내려준다는 뜻이다.

보약은 정신적 육체적 활동능력을 높이는 작용을 한다. 또한 생체의 저항력을 높이는 작용을 하며, 노화과정을 지연시키며 세포의 재생과정을 촉진한다. 몸의 전반적인 기능을 잘 조절하고 도와주어 앓고 있는 여러 가지 질병의 호전에 도움을 준다. 보약들은 쇠약해진 장기들에 대해서는 그 기능을 높여주고 일부 지나치게 높아진 기능에 대해서는 그것을 억눌러 정상으로 회복케 하는 조절작용도 한다.

감기나 편도선염 같은, 급성 염증성 질환이 있는 경우에는 비록 허증이 있다고 하더라고 병세의 경중을 살펴서 보약을 쓸 것인지, 치료약을 쓸 것인지 판단해야 한다. 소화기 계통이 좋지 못하여 소화 및 흡수가 되지 않을 때에는 어떠한 보약을 복용하여도 그 목적하는 효과를 기대하기가 어려우므로 소화력을 증진시키는 보약을 써야만 한다. 간질환이 있을 때 아예 보약을 먹으면 안 된다는 것은 잘못된 상식이지만, 보약 처방에는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보약이 누구에게나 좋은 것이며 많이 먹을수록 좋은 것만은 아니다. 정상적인 신체기능을 유지하면서 골고루 영양섭취를 하는 사람에게는 불필요하다. 보약은 한의사와 상담하여 체질과 증상에 맞추어 약을 짓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 몸 가운데 모자라는 것을 보강해 주어야 하는데, 오히려 남는 곳을 더해 준다면 몸의 평형유지를 더욱 어그러지게 하여 병이 생길 수도 있다.

또한 체질을 무시하고 임의로 약을 복용하면 약을 먹지 않은 것보다 훨씬 못한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보약이 제대로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려면 우선 자신의 건강상태와 체질적인 특성을 의사에게 제대로 진단받은 후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보약을 복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경향신문 2006-1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