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기고
주재규-빨라지는 미국의 북핵 로드맵
[시론] 빨라지는 미국의 북핵 로드맵
- 주재우 / 경희대 교수ㆍ국제정치학 -
하노이 아태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진행되었던 한ㆍ미ㆍ일 3국간의 정상회담은 2002년 이후 4년 만에, 그것도 북핵 문제를 둘러싼 3국간의 불협화음에 대한 조율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상황에서의 만남이라 그 의미가 더욱 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ㆍ미ㆍ일 정상회담의 결과가 표면적으로는 호평을 받았지만, 실 사정이 그러하지 않았다는데 의견이 좁혀지고 있다. 이런 배경에는 우선 회담 개최 전부터 3국간의 북핵 문제에 대한 이견이 해결되지 못 한데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겠다. 이런 이견이 콘돌리사 라이스 미 국무장관과 크리스토퍼 힐 차관보의 동북아 연쇄순방기간 동안에 해결되어 APEC 정상회의에서 좀더 조율된 한 목소리를 내고 싶었던 것이 미국의 희망사항이었다는 것이 절실히 드러났다.
우선 미국의 이 같은 희망은 부시 미 대통령이 북핵 문제에 대한 해결방안으로 '한국전쟁 종결화'라는 예상 밖의 발언으로 자명해졌다고 해석할 수 있다. 이전까지 북한에 대해 강경책을 시종일관 유지하여 6자회담의 교착원인을 제공하였다고 지적되었던 부시 대통령이 6자회담의 재개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한 마디로 표현한 것이다.
부시 대통령의 발언은 또한 북한이 6자회담의 전제조건 중 하나로 실종일관 주장해온 자국의 안전보장을 간접적으로 피력해준 의미를 가지고 있어 6자회담에 대한 미국의 의식수준을 가늠할 수 있게 해준 것이다. 그러나 미국의 이런 의식수준에도 불구하고 한ㆍ중ㆍ일 정상회담이 보여준 북핵 문제에 대한 각국의 이견은 3국 회담에서 보다는 한ㆍ미, 미ㆍ일, 한ㆍ일 양자간 정상회담에서 절실히 나타났다.
한ㆍ미 정상회담에서는 부시 대통령이 우리의 PSI에 대한 입장을 국내정치상황의 맥락에서 이해한다고 했으나 사실상 북핵 문제에 대한 우리와의 시각차를 이해 못한다는 것이 한 번 더 입증되었다. 그리고 한일 정상회담에서도 북핵 문제에 대한 평화적 해결에 의견을 같이하였고, 대북지원과 납치사건 문제를 위한 양국 간의 공조의 필요성을 재확인하였으나 결국 역사문제가 양국 공조관계 발전에 장애요인이라는 것도 다시 한 번 확인되었다.
한ㆍ미ㆍ일의 이런 이견은 특히 다자협상을 통해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의 접근방법에서도 그대로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더욱 우려되는 부분이다. 미국의 제안에 대한 북한의 수용여부는 별개의 문제이다. 그러나 미국은 '한국전쟁 종결'카드를 제시하면서 몇 수 앞서 나가고 있다. 스노우 백악관대변인은 북한이 수용할 경우, 문화, 교육 교류문제도 고려해볼 수 있다고 하였다.
이렇듯 미국은 현재 로드맵을 그려나가면서 이를 지원할 수 있는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를 찾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과의 회담에서는 언급을 안 했어도 부시 대통령은 이런 후속조치의 일환으로 대북지원과 관련 중국의 공조를 요청하였다. 이는 향후 6자회담에서 대북 경제제재에 대한 수위조절 논의가 양국 간에 긴밀하게 이루어질 것이라는 것을 암시하는 척도이다. 경제분야에서 미국이 중국을 더욱 신뢰하고 군사안보분야에서 일본과 보조를 맞춰나가겠다는 것이 현재 워싱턴의 구상이다. 생각보다 빨리 전개되는 미국의 북핵 로드맵에 우리의 행보도 더욱 빨라져야 할 것이다.
[한국일보 2006-1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