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기고
조현용-자기소개서 잘 쓰면 취업 바늘구멍 뚫는다
[독자칼럼]자기소개서 잘 쓰면 취업 바늘구멍 뚫는다
- 조현용(대학원 박사과정94) / 경희대학교 교수·한국어교육 전공 -
젊은이들의 취직이 어렵다. 또 대학 정원이 예전보다는 많이 늘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대학 문턱은 높아만 보인다. 취업과 입학을 위해서는 정말로 여러 가지 준비가 필요하다. 그 중에서 단순해 보이면서도 쉽지 않은 것이 자기소개서 쓰기다.
실제로 자기소개를 어려워하는 사람이 많다. 자기를 어떻게 잘 포장하여 남에게 보여줄까 하는 것은 고민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자기소개서는 본질적으로 볼 사람이 알고 싶은 내용을 써야 한다. 성장 배경이든 특기든 간에 읽을 사람이 관심이 없는 것이라면 의미가 없다. 대학을 진학할 때 영화감상을 자신의 취미라고 쓰는 경우가 있는데, 영화감상이 자신이 진학하려고 하는 학과와 어떤 관련이 있는지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 관련성을 이야기할 수 없다면 쓸 필요도 없는 것이다. 자기소개를 읽을 교수가 학생의 취미에 관심 있을 리 없기 때문이다. 직장에 취업하기 위한 자기소개서라면 더더욱 그 직장, 직무와 관련된 내용이어야 한다. 그리고 그 취미가 직무에 어떻게 활력을 주는지, 도움이 되는지 써야 하는 것이다.
자신의 단점도 주저리주저리 쓰는 경우도 있는데, 솔직하다고 할지 모르나 좋은 방식은 아니다. 단점을 쓴다면 이것이 단점처럼 보이지만 어떤 점에서는 장점이 될 수 있는지를 서술해야 한다. 사실 단점도 다른 면에서 보면 장점이 될 수 있다. 왜 가족을 소개해야 하는지 모른다는 말을 하는 제자를 만난 적이 있다. 자기만 소개하면 되지 가족을 소개할 필요가 있느냐는 질문은 일면 타당해 보이지만, 나와 가족이 연결되어 있다는 점에서, 나는 가족의 영향을 고스란히 받고 살아 왔다는 점에서 가족에 대한 이야기는 반드시 필요하다. 부모님의 어떤 점이 자신의 현재를 이루었는지 고민해보고 밝혀볼 일이다. 자기소개서를 쓰면서 부모님이 더 가깝게 느껴지기도 한다. 부모님이 존경스러운 것은 내가 가장 부모님의 영향을 많이 받았고, 닮고 싶기 때문일 것이다.
태어난 곳도 형식적으로 쓸 필요는 없다. 자란 곳도, 공부한 곳도, 현재 사는 곳도 형식적으로 쓸 필요는 없다. 자기소개서에서 형식적으로 쓸 내용은 아무것도 없다. 시골에서 태어난 것은 그것대로 장점이 된다. 훈훈한 인정, 친척간의 질서 및 사랑이 있는 그곳에서 자란 것은 장점이 된다. 반대로 도회지에서 태어난 것도 그대로 장점이 될 수 있다. 새로운 것들에 늘 접할 수 있었던 것이나 많은 문화적 소양을 키울 수 있었던 것이나 장점이 될 수 있는 것들은 많다.
나의 모든 것은 나의 장점과 연결되어 있다. 자기소개서는 나의 장점을 재발견하는 시간을 내게 준다. 또 내가 생각하는 장점이 다른 사람에게도 그렇게 보이도록 노력해야 함을 일깨워준다. 따라서 자기소개서를 작성하는 시간은 단지 나를 소개하는 것만이 아니라 나를 돌아보게 하고, 나의 주변에 감사하고, 나를 성장하게 하는 귀한 시간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자기소개서는 형식적으로 쓰지 말고, 정성껏 쓸 일이다.
자기소개서는 한 번 쓰고 마는 것이 아니다. 자기소개서는 보관된다. 그것이 서류 뭉치속일 수도 있고, 면접관의 마음속일 수도 있다. 내가 쓴 글에 책임질 수 있는 자세도 자기소개서 쓰기에 꼭 필요한 덕목이다.
[세계일보 2006-11-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