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기고
정진영-美 민주당 승리, 북핵 돌파구 될까
[시론] 美 민주당 승리, 북핵 돌파구 될까
- 정진영 (경희대 교수·국제관계학)ㅍ-
미국 정치에 지각변동이 일어났다. 7일 실시된 미국 중간선거에서 미국인들은 변화를 슬로건으로 내건 민주당에 압도적인 지지를 보냈다. 부시 행정부에 대한 심판이었다. 그 결과 1994년 이후 지속된 공화당의 의회 지배가 막을 내리고, 공화당 행정부와 민주당 의회가 공존하는 여소야대의 정치구도가 형성되었다.
미국 중간선거가 우리의 큰 관심을 끈 이유는 그 결과가 한미 관계와 북미 관계에 미칠 영향 때문이었다. 지금껏 우리 정부는 부시 행정부의 대북 강경정책이 북한의 핵개발을 부추기고 북핵 문제 해결을 가로막고 있다는 인식을 보여 왔다. 북한 핵문제는 북미 간의 문제이고, 따라서 미국과 북한의 직접적인 대화와 협상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었다. 이런 점에서 민주당의 중간선거 승리는 고무적인 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민주당의 북핵 해법이 이와 유사하다고 인식되기 때문이다. 북한 당국도 이와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미국의 대외정책과 민주당에 대한 이러한 인식과 기대는 자칫 잘못된 정책을 낳을 수 있다. 첫째, 오판의 가능성이다. 우선 미국 의회가 대통령의 대외정책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은 제한적이다. 대외정책의 최종적인 권한은 역시 대통령에게 있다. 그리고 대외정책에 관한 한 민주당과 공화당의 차이는 목표에 있다기보다 방법에 있다. 이는 심지어 이라크전쟁의 경우에도 적용된다. 북핵 문제는 이번 선거에서 중요한 이슈도 아니었다. 따라서 민주당의 승리가 미국의 대북 정책을 크게 바꿀 것이라는 기대는 금물이다.
둘째, 민주당의 대북 정책 목표는 북한과의 대화가 아니라 북한 핵의 폐기에 있다. 민주당이 북한과의 대화 필요성을 제기하는 이유는 이것이 북한으로 하여금 핵을 포기하게 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대화 자체는 결코 목적이 아니다. 과거 클린턴 행정부가 대화를 통해 북핵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 대북 군사공격마저 준비했다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미국 민주당은 결코 대북 유화정책이 있지 않다. 북한의 핵 폐기가 전제되지 않는 한 민주당의 대북 정책은 공화당보다 더욱 강경할 수 있다.
셋째, 한국이 무원칙한 대북 포용정책을 계속 추구한다면 미국의 공화당보다 민주당에 의해서 더 많은 비난과 조롱을 받을 것이다. 북한 정권에 대한 비판과 경멸의 태도는 민주당이 훨씬 더 강력하다. 북한의 인권 유린과 기아의 문제는 인류의 보편적인 가치에 대한 도전이다. 북한의 핵개발은 국제적인 비확산체제에 대한 도전이다. 민주당은 이러한 기준에서 북한을 평가하고, 그 연장선상에서 한국의 대북 정책을 평가할 것이다.
미국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의 승리는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북미 대화를 촉진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우리는 이러한 계기가 현실화되어 북핵 문제 해결의 돌파구가 마련되기를 희망한다. 핵을 가진 북한과 더불어 살 수 없다는 점에서 미국보다 우리가 더 다급하다. 다행히 북한 핵실험 이후 유엔을 통한 국제사회의 제재와 중국의 대북 압력, 그리고 한국의 대북 정책 분위기 전환으로 북한이 6자회담에 참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우리는 미국 중간선거 결과에 고무된 북한이 6자회담을 시간벌기용으로 허비하지 않기를 바란다. 민주당은 북한에 더 강력한 요구를 할 것이고, 북한이 이를 거부할 명분은 더욱 약화할 것이다. 한국 정부도 미국의 대북 정책 변화를 기대하며 대북 유화정책으로 회귀하지 않기를 바란다. 미국 민주당의 대북 정책에 대한 오판과 미국 대외 정책의 변화에 대한 기대가 모처럼 찾아올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기회를 무산시키지 말아야 하기 때문이다.
[세계일보 2006-1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