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4년 조성된 창원국가산업단지는 지난 50년 동안 경남의 산업화와 경제성장을 이끌어왔습니다. 세월이 흐르면서 현재 창원산단 입주 기업도 세대교체가 한창입니다. 이런 변화 속에 2018년 3월 30일 '창원산단 미래경영자클럽'이 결성됐습니다. 창원산단의 젊은 심장, 2세 경영인들은 누구일까요? <경남도민일보>가 한국산업단지공단 경남지역본부와 공동으로 이들 2세 경영인 중 8명을 소개합니다. 일곱 번째 주인공은 임성민(31) ㈜무룡 상무입니다.
창원시 마산회원구 봉암공단13길 30에 있는 무룡은 알루미늄으로 자동차 자동변속기에 들어가는 부품을 만드는 업체다. 자동차 경량화를 위해 쓰이는 알루미늄은 가볍지만 찍힘, 긁힘 등 외부 충격에 매우 취약하다. 또 내식성이 좋지 않아 쉽게 부식되는 성질이 있다. 무룡은 절삭 및 연마공정뿐만아니라 이러한 알루미늄의 단점을 보완하고자 여러 가지 화학약품과 전기 등으로 표면처리(양극산화피막 또는 아노다이징(Anodizing))해 제품을 만든다.
회사는 임용섭(65) 대표이사가 1989년 5월 세웠으며, 창원과 충남 서산 공장에서 직원 230명이 일하고 있다. 매출은 2019년 400억 원, 2020년 380억 원을 기록했다. 올해는 420억 원을 예상하고 있다.
◇고객 대응·내부 혁신부터 시작된 일 = 임성민 상무는 어릴 때부터 사업을 하는 아버지를 보며 가업 승계의 꿈을 키웠다. 사업에 이바지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경희대학교에서 화학공학을 공부했다. 대학을 졸업하고 중국 청도(칭다오)로 어학연수를 떠났다. 어학연수를 마치는 대로 대기업 취업에 도전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그의 무룡 입사는 예상보다 빨랐다.
그는 중국 연태(옌타이)에 있는 무룡의 해외법인에서 고객 대응과 내부 혁신 관련 일을 1년 6개월 남짓 도왔다. 2016년 12월 말 정식 입사해 새로 꾸린 해외영업팀에서 과장 겸 팀장으로 일을 시작했다.
이제 일한 지 만 5년이 지나가지만, 그에게 제일 기억에 남는 건 옛 구미 공장과 창원 공장을 합쳐 현재 마산 공장으로 옮기는 과정이었다. 그만큼 힘들었지만, 실무적으로 일을 많이 배울 수 있는 시간이었다.
그는 도면을 펼쳐 놓고 한정된 공장 안에 설비를 어떻게 배치할지, 또 전기와 수도·벽 두께 등은 어떻게 할지 동료들과 논의했다. 설비를 놀리면 안 되기 때문에 재고를 미리 확보하는 계산도 해야 했다. 2018년 초 시작해 2019년 8월께 공장 이전 작업을 마무리했다. 임 상무는 마산 공장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으면서 내년부터 서산 공장으로 옮겨 일을 할 계획이다. 그동안 창원 본사로 오면서 중단된 프로젝트를 진행할 예정이다.
'기업가 정신'을 물으니 "처음 고민을 해봅니다"라며 살며시 웃었다. 그러면서 그는 "이익을 많이 창출해 세금을 많이 내는 것, 우리 공동체를 위해 안정된 일자리를 지속적으로 제공하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내일의 먹거리를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공부하고 투자하는 게 기업가의 기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미래경영자클럽에 가입해 선·후배 경영인들과 소통하며 어깨너머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최대 과제는 생존 = 무룡의 매출 대부분은 내연기관 자동차 부문에서 나온다. 바야흐로 자동차 산업이 수소와 전기로 축이 이동하면서 무룡의 고민도 깊어지는 중이다. 주력 아이템인 자동변속기의 미래를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반도체 수급 부족으로 말미암은 자동차 생산 지연과 코로나19도 이렇게 오래가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고 말했다.
무룡이 담당하는 분야는 장치산업에 속한다. 즉 회사의 설비는 오직 특정 내연기관 모델을 위해 투자했기 때문에 전환을 위한 변화의 발걸음이 무거울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마냥 손 놓고 있을 수도 없다. 외·내부적 요인을 극복하고자 전사적으로 신규 아이템 개발과 경쟁력 강화를 위해 힘을 쏟고 있다. 또 표면처리 과정에서 물과 전기, 화학약품을 많이 쓰는데, 현재 이러한 것들을 절감하고자 연구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내년에 에너지 관련 지원사업 활용과 약품 개발을 마무리하면 내부 원가를 상당히 낮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는 끝으로 무룡이 산업통상자원부가 관리하는 마산자유무역지역에 있지만, 인근 한국산업단지공단 경남본부 지원사업에도 참여할 수 있도록 배려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물론 자유무역지역에서 지원해주는 사업도 많지만, 스마트 산단 등 산단공에 신청을 하고 싶은 사업도 많습니다. 도로 하나 차이로 신청을 할 수 없다는 건 참 아쉽더라고요. 이런 게 바로 '풍요 속의 빈곤' 아닐까 생각합니다. 뭔가 조치를 해주시면 무척 힘이 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