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준-토성의 달 타이탄의 신비


동문기고 김상준-토성의 달 타이탄의 신비

작성일 2007-05-17

[과학칼럼] 토성의 달 타이탄의 신비                     

- 김상준 / 경희대교수·우주과학 -

요즘 나사(NASA)의 탐사선 중 가장 활약이 돋보이는 우주선은 토성과 타이탄을 방문하고 있는 카시니 모선과 이 모선으로부터 타이탄 표면으로 발사된 호이겐스이다. 타이탄은 태양계 내에서 짙은 대기를 갖고 있는 유일한 달이다. 타이탄은 대기 중에 불투명한 연무(황사와 비슷한 가루)를 많이 포함하고 있고, 메탄 구름으로 덮여 있어 카시니 방문 이전에는 그 표면이 어찌 생겼는지 알 수 없었다. 카시니에서 발사된 호이겐스는 낙하산을 타고 타이탄 표면으로 천천히 내려가면서 사진을 찍어 지구에 송신하여 우리는 두꺼운 연무, 구름 층 밑의 타이탄 표면을 처음으로 볼 수 있었다. 이러한 사진들은 인터넷 상에서 쉽게 볼 수 있다.

타이탄은 짙은 대기를 갖고 있는 유일한 달이라는 점 이외에도 여러 면에서 매우 흥미로운 달이다. 우선 그 크기가 수성이나 명왕성보다도 크다. 따라서 토성 주위를 돌기 때문에 달 취급을 받지, 따로 나와서 태양 둘레를 돌았다면 행성의 지위에 오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수성이나 명왕성보다 큰 달은 또 하나 있다. 갈릴레오가 발견한 목성의 4개의 달 가운데 ‘가니메데’가 그것이다. 그러나 가니메데는 대기를 가지고 있지 않다. 타이탄보다 태양에 더 근접해 있기 때문에 온도가 높아 오래 전에 대기가 다 우주로 날아간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흘러나오는 메탄·에탄 관측-

타이탄의 또 하나 흥미로운 점은 현재의 타이탄 대기가 지구 원시 대기와 비슷할 것이라는 과학자들의 생각이다. 타이탄의 대기 성분은 90%가 질소이고, 그 다음 메탄가스가 2%가량이고, 나머지는 아르곤 에탄가스 이산화탄소 등으로 되어 있다. 물과 암모니아도 있을 터인데 표면 온도가 영하 200도가량 되므로 모두 얼어서 표면이나 지하에 고체 상태로 존재한다. 현재 지구 대기가 타이탄 대기와 성분이 다른 이유는 지구는 태양에 훨씬 가까워서 태양빛을 많이 받아 대기가 많이 변화되었고, 타이탄의 대기는 온도가 아주 낮은 관계로 원시 상태를 그냥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지구상의 산소는 원시 지구 대기에는 거의 없었는데 광합성을 하는 식물들이 나타나서 공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분해하면서 대량으로 생겼다고 과학자들은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가장 흥미로운 것은 타이탄 표면이 아닐까 생각된다. 카시니와 호이겐스에 의해 밝혀진 타이탄 표면은 메탄얼음과 에탄얼음 등으로 덮여 있고, 타이탄 남극지방의 얼음산에서는 간혹 분화구가 폭발을 하는데 뜨거운 용암 대신 뜨거운(?) 액체 상태인 메탄이나 에탄이 흘러나오고 있는 것이 관측되었다.

액체 메탄은 메탄 얼음보다는 온도가 높다고 할지라도 지구상의 기준으론 매우 낮은 온도에서 형성된다. 이러한 분화구는 지구의 활화산과 유사하다고 말하기보다는 미국의 옐로스톤 공원에 있는, 정기적으로 온천물을 뿜어내는 간헐천과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타이탄 대기 속의 메탄가스는 여러모로 보아 지구 대기 중의 수증기 역할을 한다. 지구 대기 중의 수증기는 구름을 만들고, 구름이 많아지면 액체 상태로 비가 되어 땅위에 내리고, 하천이 되어 흐르고, 추운 곳에서는 눈으로 내려 빙하가 되기도 한다. 연못이나 호수도 만들고, 온천물로 뿜어져 나오기도 한다. 카시니가 타이탄을 돌면서 표면 촬영한 사진들을 보면 타이탄 대기 중의 메탄가스도 비로 응고되어 표면으로 내려 하천을 이루어서 구불구불한 하천이나 강의 모양을 볼 수 있다.

-특수 우산 쓰고 걸어 봤으면-

또한 표면의 많은 곳에서 메탄 연못이나 호수가 관측되었다. 그러나 지구상의 태평양과 같은 거대한 대양은 타이탄에서는 없는 것으로 판명되었다.

우리는 할리우드 공상 과학 영화에서 컴퓨터 그래픽으로 만든 어느 행성의 기묘한 세계를 보고 깊은 인상을 받곤 한다. 그러나 현실 세계는 어떠한 인간이 상상한 것보다 더 기기묘묘한 것 같다. 누가 메탄호수와 메탄빙하, 메탄이 흐르는 시냇물, 메탄 강, 액체 메탄이 뿜어져 나오는 화산을 생각해 낼 수 있었을까? 다시 한 번 인간은 자연 앞에 겸손해야 한다고 느낀다. 바라건대 훗날 우리 후손들은 타이탄에 가서 특수 우산을 쓰고 메탄 비를 맞으며 걷고, 얼어붙은 메탄 호수에서 스케이트를 타는 낭만을 즐길 수 있길 기대한다. 

[경향신문 2007-02-23]